‘0.3점 안 받고 말겠다’…도입 11년 청년가점제, 한계 봉착
채용 부담 누적에 “가점 포기” 검토 확산…신규고용률 산정 모수 ‘설계 인력’으로

[대한경제=안재민 기자]정부가 설계·감리사업 PQ(사업수행능력평가)에 ‘건설기술자 신규고용률 가점제’를 도입한 지 11년을 맞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의 긍정적 효과가 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차라리 가점을 포기하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10일 국토교통부의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 PQ 세부평가기준’에 따르면, 사업자가 전체 인원의 3% 이상을 신규로 고용하면 최대 0.3점, 2% 이상은 0.2점, 1% 이상은 0.1점의 가점을 받을 수 있다. 신규 고용률은 입찰공고일 전월을 기준으로 최근 1년 간 경력관리 수탁기관(한국건설기술인협회)에 ‘최초로 입사 등록된’ 인원을 직전연도 같은 기간 평균 고용인원으로 나눠 산정한다. 이미 협회에 등록된 경력자는 신규 고용으로 인정하지 않아 엔지니어링사의 신입 채용공고에는 ‘협회 미가입자 또는 최초 등록 가능자’라는 조건이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가점 만점을 확보하기 위한 공격적 채용이 이뤄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부담이 쌓이고 있다. 인력 규모가 커질수록 3% 기준을 맞추는 데 필요한 신규 채용 인원이 복리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반면 업계의 주요 먹거리인 재정사업의 발주 증가세는 점차 둔화되고, 대가는 제자리 걸음이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토목 전공생들이 선호하던 공기업 채용 문도 좁아져 신규 고용자 중 이탈자도 감소세라 인건비 부담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0.3점 가점을 굳이 받지 않겠다”는 선택지를 검토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A사 대표는 “가점 0.3점을 채우기 위해 매년 필요 이상으로 신입을 채용하는 것은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며 “차라리 가점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그 비용을 실적, 기술력, 재무 건전성 등 다른 항목에 투자하는게 장기적으로 합리적”이라고 전했다.
B사 대표도 “‘건설기술자 신규 고용률 가점제’를 충족하지 못하면 공동수급체(컨소시엄) 구성 과정에서 불리해질 수 있어 가점을 완전히 포기하기 어렵다”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전체 인원의 3%가 아니라 2%만 신규 채용해 0.2점만 확보하고, 다른 가점으로 이를 최대한 만회하는 시나리오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청년 고용 확대라는 제도 취지에 맞춰 신규 고용률 가점 산정의 모수를 전체 인원이 아닌 ‘설계 인력’으로 한정하자는 대안이 나오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설계 업무는 상대적으로 신입 인력 투입과 육성이 가능한 반면, CM 업무는 일정 수준 이상의 현장 경험을 축적해야 수행 가능한 것이 현실”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신규 고용률 산정의 모수를 설계 인력의 3%로 한정하는 방식이 산업 구조에도 더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안재민 기자 j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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