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음식 레시피 알려줘”···챗GPT는 ‘핫소스 광고’ 띄운다[경제밥도둑]
챗GPT, 미국 계정 한해 광고 도입
구글도 AI 모드 검색 광고 시험
메타, 유료 구독 서비스 테스트
국내 기업은 생태계 확장에 중점
“돈 지불할 만큼 편익·만족 높여야”

“식스팩을 빨리 만들 수 있을까?”
힘겹게 턱걸이를 하던 왜소한 체격의 청년이 묻는다. 그의 앞에 선 트레이너는 “달성 가능한 목표다. 맞춤형 운동 계획을 짜드리겠다”며 나이와 몸무게, 키를 요구한다.
청년은 정보를 건넸다. 하지만 트레이너는 엉뚱한 말을 늘어놓는다. “자신감은 헬스장에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죠. 키를 1인치 더 커 보이게 해주는 깔창, ‘스텝 부스트 맥스’를 써보세요.”
이는 지난 4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챗봇 ‘클로드’ 개발사 앤트로픽이 공개한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 광고의 장면이다. 최근 미국의 챗GPT 무료·저가 요금제 이용자를 대상으로 광고를 도입한 경쟁사 오픈AI의 수익화 전략을 풍자했다. 광고는 “AI에 광고가 온다. 클로드만 빼고”라는 문구로 끝난다.
이번 광고는 단순한 AI 기업 간 신경전을 넘어 ‘AI 서비스 수익화’라는 업계의 과제를 드러낸다. 주요 거대 기술기업을 중심으로 구독, 광고 등 다양한 방식의 수익화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돈 되는 AI’를 찾아서
10일 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지난달 16일 일부 국가에만 선보였던 8달러짜리 저가 요금제 ‘챗GPT 고’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로 확대 출시했다. 그러면서 미국 내 챗GPT 고 및 무료 이용 계정에 광고를 도입한다고 알렸다. 과거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최후의 수단’이라고 언급했던 광고 도입이 현실이 된 것이다.
광고는 챗GPT가 내놓는 일반적인 답변과 분리돼 표시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저녁 파티를 위한 간단한 정통 멕시코 음식”을 물으면 요리법을 설명한 뒤 별도 광고 영역에서 온라인몰의 핫소스를 추천하는 식이다.
구글은 같은달 27일 제미나이의 실속형 유료 버전인 ‘구글 AI 플러스’를 한국 등 전 세계 70여개국으로 확대했다. 국내 월 구독료는 1만1000원이다. 오픈AI와 구글의 저가 요금제 모두 월 3만원 수준이던 기존의 기본 요금제보다 훨씬 저렴하다. 무료 이용 시보다 더 많은 이용 한도를 제공한다.

구글은 검색 서비의 ‘AI 모드’에도 광고 노출을 시험하고 있다. AI 모드는 검색창에 키워드가 아닌 복잡한 질문을 입력해도 AI가 종합적인 답변을 제공하는 기능이다. 다만 구글은 제미나이 애플리케이션(앱)에 광고를 도입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앤트로픽 역시 “클로드는 광고 없이 운영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메타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왓츠앱 등 자사 SNS 전반에 걸쳐 새로운 유료 구독 서비스를 테스트할 계획이다. 핵심 서비스는 무료로 유지하되 생산성과 창의성을 높여주는 AI 기능을 구독으로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약 20억달러(약 2조9000억원)에 인수한 AI 스타트업 ‘마누스’의 에이전트 기술도 구독 서비스에 활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기업이 수익 모델 다각화에 나선 건 그간 AI 개발에 쏟아부은 자금이 막대하고 앞으로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성능 경쟁을 넘어 ‘돈 되는 AI’에 대한 고민이 커진 상황이다.
■지갑이 열린다
갈수록 이용자들이 AI 서비스에 지출하는 금액이 늘고 있다는 점은 기업들로선 긍정적인 신호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의 ‘2026년 모바일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생성형 AI 앱의 인앱결제 수익은 지난해 15억3000만달러에서 50억4000만달러로 약 3배 늘었다. 한국의 생성형 AI 인앱 구매 결제 수익은 2억3500만달러로 전년(3830만달러)보다 513.6% 급증했다.
앞서 오픈AI는 한국이 인구당 챗GPT 유료 구독자 수 기준으로 전 세계 1위이고, 국가별 매출 비중에서도 2위를 차지할 만큼 AI 수용성이 높은 국가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주요 AI 관련 기업들도 다양한 수익화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지만, 당장은 생태계 확장에 더 중점을 두는 모양새다. 네이버는 검색·광고·커머스·콘텐츠 등 기존 사업에 AI를 접목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일반 소비자 대상 유료 AI 서비스로는 2024년 9월 출시한 번역 AI인 ‘파파고 플러스’가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챗GPT를 카카오톡에 탑재한 서비스 ‘챗GPT 포 카카오’를 출시했다. 회사는 1분기 중 카카오톡 대화방 안에서 이용자 간 대화 맥락을 파악해 정보를 제공하는 ‘카나나 인 카카오톡’ 서비스도 정식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AI 통화 비서인 에이닷과 익시오의 유료화를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그 시점이 불분명한 상태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챗GPT와 제미나이에는 지갑을 열고 있지만 다른 서비스에도 돈을 지불할지는 미지수”라며 “돈을 낼 만큼의 편익과 만족도를 제공할 수 있어야 유료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우리가 깼지만 네가 치워라”···트럼프 적반하장에 분노하는 유럽
- “미워도 다시 한번” 보수 재결집?…“김부겸 줘뿌리란다” 국힘 심판?
- 아르테미스 2호 우주인들 생중계 “북극부터 남극, 오로라까지···지구를 한눈에”
- 3시간 만에 ‘일반 봉투 쓰레기 배출’ 뒤집은 군포시···온라인 시스템 도입 철회, 왜?
-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리겠다”…트럼프 대국민 연설은 ‘종전’ 아닌 ‘확전’ 선언 [신문
- “내 별자리에 맞는 좋은 기운 다오”…Z세대가 보석 찾는 이유? 멋보다 ‘행운’
- 인천 연수구 호텔서 화재···숙박객들 구조 요청
- [위근우의 리플레이]넷플릭스 다큐 ‘BTS:더 리턴’은 어쩌다 BTS가 흔드는 당근이 되었을까
- 신현송, 다주택 82억 자산가…강남 아파트·도심 오피스텔 보유
- 국힘 “주호영·이진숙 컷오프 유지”···이진숙은 대구시장 무소속 출마 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