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부추기는 ‘불신의 한국 정치’… 실용·이성 통해 길 찾자 [연중기획-더 나은 미래로]
‘정치·정부 문제 심각’ 韓 세계 5위
국민 59% “정치 신뢰하지 않는다”
與野 강성층 원동력으로 당권 잡아
중재자 역할보다 극단의 대립 정치
팬덤·미디어 환경 혐오·음모론 키워
민생·개혁 법안은 정쟁에 저당 잡혀
“협치 정신 회복 갈등 해결 물꼬 트고
정치 제도적 변화 장기적 추진을”
대한민국 전환기적 위기의 중심엔 정치가 있다. 다양한 분야의 변화가 겹쳐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에서 정치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되레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퍼져 있어서다.

세계일보가 창간 37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9%가 한국 정치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젊은층일수록 정치 불신이 깊어서 20대의 65%, 30대의 70%가 정치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뢰 잃은 극단의 대립 정치
한국 정치가 신뢰를 잃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양극화에 따른 갈등 고착 형국’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강성 지지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정쟁에 몰두하면서 극단의 대립 정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야가 극단으로 대립하면서 국민이 체감하는 책임 있는 입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중요한 민생·개혁 법안이 정쟁의 인질이 되고, 거대 양당의 이해가 맞아떨어질 때만 제한적으로 법안이 통과되는 일도 반복됐다.

정치가 갈등 해결의 물꼬를 트기 위해선 대화와 협치의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정치를 둘러싼 팬덤 문화와 미디어 환경도 정치인의 양극화 전략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유튜브를 포함한 디지털 플랫폼이 채택한 알고리즘은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노출하며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와 음모론을 강화했다. 정책의 미래 비전을 소개하는 대신 진영 논리를 잘 대변하는 자극적인 목소리를 지지하는 팬덤 정치가 자리 잡게 된 배경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가 실용과 이성을 통해 길을 찾아야 하는데 연예인 팬덤 문화처럼 감성적인 지지층에 휘둘리고 있다”며 “정치가 제 역할을 하려면 사실이 확인된 부분만 걸러 들을 수 있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협치의 정신을 회복하고 정치가 대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자정적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1987년 체제 이후 꾸준히 정권 교체를 맞았지만, 정작 정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경험을 반복하며 국민이 ‘민주주의의 피로’를 호소하게 됐다. 결국 책임총리나 지방분권을 포함한 권력개편, 다당제 도입을 위한 선거구제 개편 등 제도적인 변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국민의 정치 효용감이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 제도를 바꾸는 것은 특히 어려운 일이고, 특정 진영이 주도하는 형태를 보이면 국민적 저항도 뒤따르기 때문에 당장 실행하긴 어려운 과제”라며 “민심을 살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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