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이었다"는 태권도 관장, 5살 아이는 27분 만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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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5살 아이를 돌돌 말린 매트 사이 구멍에 거꾸로 넣어 27분간 방치해 결국 사망케 한 30대 태권도 관장이 법원에서 징역 30년을 확정받았다. 태권도 관장은 "장난이자 훈육이었다"며 끝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다. 그에게 내려진 형벌은 과연 충분한 걸까.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의 가슴을 후벼 파는 이 비극적인 사건의 시작과 끝을 돌아봤다.

"어머니, 아이가 숨을 안 쉬어요." 2024년 7월 12일 저녁, 태권도장 아래층 이비인후과에서 걸려 온 다급한 전화 한 통에 엄마의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119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때, 5살 최도하 군은 이미 청색증을 보이며 심장이 멎어 있었다. 그렇게 중환자실로 옮겨진 도하 군은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고, 도하 군의 부모는 11일째인 7월 23일 연명 치료를 중단했다. 사인은 '자세성 질식'. 좁은 공간에 갇혀 숨을 쉴 수 없는 자세로 오랫동안 방치됐을 때 발생하는 죽음이었다.
"나 태권도장 안 갈래." 아이들이 보낸 구조 신호
사건이 발생한 태권도장은 지역 맘카페 등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었다. 최 아무개 관장은 맞벌이 부부를 위해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돌봐주고, 기저귀를 떼지 못한 유치부 아이들까지 살뜰히 챙기는 그야말로 '좋은 선생님'으로 통했다.
아이들의 기억 속 관장은 달랐다. 도하의 친구였던 윤수(가명)는 엄마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관장이 자신을 "발로 뻥 차버렸다"는 것. 윤수는 한동안 태권도장 가기를 거부하며 떼를 쓰기도 했다. 엄마는 그저 투정이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이가 보낸 절박한 구조 신호였다.
도하 군 사건 당일의 진실은 더욱 참혹했다. 최 관장은 수업이 끝난 후 대기실에서 얌전히 엄마를 기다리고 있던 도하 군에게 다가와 "너 운동할 거야, 안 할 거야?"라고 다그치더니, "싫다"는 아이를 매트가 세워져 있는 태권도장 안쪽으로 끌고 갔다.
최 관장은 높이 124cm, 구멍 지름이 불과 23cm밖에 되지 않는 좁은 매트 속에 도하 군을 거꾸로 집어넣었다. 도하 군은 그렇게 27분 동안 그 좁은 틈에서 사투를 벌였다. 한 태권도 사범이 "아이를 꺼낼까요?"라고 물었지만, 관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삭제된 CCTV와 "장난이었다"는 변명
도하 군이 매트 속에 갇혀 삶과 죽음 사이를 헤매는 동안, 관장은 태연하게 다른 아이들에게 운동을 지시하고 사무실로 들어가 개인적인 통화를 했다. 도하 군이 숨을 쉬지 않아 병원으로 옮겨간 직후, 관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태권도장으로 다시 달려가 CCTV 영상을 삭제한 것이었다.
최 관장은 사건 당일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로 긴급 체포된 뒤 구속됐다. 경찰 조사에서 그가 꺼낸 말은 더욱 공분을 샀다. 평소 아이들을 너무 사랑했고,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훈육의 과정이었다는 변명도 내놨다. CCTV를 삭제한 이유에 대해선 "무서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명백한 아동학대라고 지적한다. 한 아동 심리 전문가는 "아이가 운동을 거부하자 처벌적인 맥락에서 아이를 집어넣은 것"이라며 "지켜보던 다른 사범들이 침묵한 것을 보면 학대 행위를 '장난'으로 받아들이도록 태권도장 내 문화가 조성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경찰이 복원한 CCTV 속에는 최 관장이 도하 군을 매트에 넣기 직전 볼을 여러 차례 때리는 등 추가로 학대한 정황도 들어있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한 태권도 사범은 평소 최 관장이 아이들을 매트에 넣으며 "재밌지?"라고 물었고, 아이들이 겁에 질려 "네"라고 대답하는 상황을 목격했다고 털어놓았다. 경찰이 CCTV를 복원해 분석해 보니 총 26명의 관원이 매트에 거꾸로 넣거나 볼을 꼬집고 때리는 등 124차례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관장은 부인했다
검찰은 최 관장에게 아동학대 살해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도하 군이 의식을 잃은 후에도 CPR 등 적절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고, 119 신고도 하지 않은 채 CCTV 영상을 삭제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했으며 다른 아동들도 상습적으로 학대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최 관장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반면 최 관장은 아동학대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살해의 고의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 아동을 방치하면 사망할 위험 내지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했음에도 약 27분간 방치했다"라며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면서 "죄의식이 있는지조차 모르겠다"고 꾸짖었다. 선고 재판을 지켜본 도하 군 어머니는 오열하며 쓰러지기도 했다.
최 관장은 1심 선고 당일 항소했다. 항소심에서 최 관장은 사건 당일 도하 군을 매트에 거꾸로 넣은 이후 사무실에서 태권도장 사범을 향해 손짓을 한 장면이 CCTV에 담겼는데, 이 손짓이 '아이를 꺼내라'는 의미였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도하 군이 사망한 것은 가족들이 연명치료를 중단한 탓으로 돌렸다. 형량을 줄이기 위해 총 70여 통의 반성문과 사과문도 제출했다. "어릴 적부터 형편이 어려웠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다", "교도소에 와보니 다른 생각보단 부모님께 죄스럽다" 등 도하 군을 향한 사과보다는 온통 자기 자신에 대한 비애가 담긴 내용이었다.
"아동을 물건으로 취급했다" 재판부의 분노
법원은 최 관장 측 주장을 단호히 물리쳤다. 2심 재판부는 CCTV 장면을 직접 살펴본 끝에 "사범은 '아동을 꺼냅니까?'라고 질문했는데, 피고인 손짓에 바로 문을 닫고 나가고 있다. 사범이 이해한 것은 '나가라'는 취지임이 분명하다. 꺼내라는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면 그와 같은 형태로 하는 것은 매우 불완전한 형태였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피해 아동들에게 장기간 가한 학대의 구체적인 내용과 정도를 보면 쾌락과 재미를 추구하는 정신병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라며 "피해 아동을 생명을 가진 인간으로 대우하기보다는 보잘것없는 물건으로 취급했다"고 지적했다.
최 관장이 항소심에도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지난 1월 29일 "원심 판단에 살인의 미필적 고의에 관해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기각하고 징역 30년형을 확정했다.
"아직도 이 모든 것이 꿈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이가 하늘로 간 뒤에도 바라고 있다", "절규하며 살려달라고 소리 지르며 죽어간 저희 아이의 죽임이 억울하지 않게 해달라." 1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도하 군의 엄마는 지역 커뮤니티에 이 같은 글을 남겼다. 엄마는 아동학대 살인자인 관장이 30년이 지나면, 어쩌면 그 전에 출소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면 마음이 무너진다. 징역 30년도, 무기징역도 아이가 떠난 엄마의 슬픔을 온전히 치유할 수는 없을 것이다.
취재 김임수 시사저널 기자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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