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⑫사회가 청년을 무너뜨렸다… 김현수 교수의 직설

황정원 기자 2026. 2. 11.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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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리포트-2부 불안한 청년]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인터뷰
스펙 경쟁 멈추고 '고유성' 찾아야… 정책 주도권도 청년에게
가족 해체로 고립된 신빈곤 청년 증가… 복지대상 인식 필요
[편집자주] 대한민국 청년층은 단순한 상실감을 넘어 '억울함'과 '불안'에 갇혀 있다. 공정 가치가 무너졌다는 배신감과 기성세대의 질타는 억울함을 키웠고, 불투명한 미래와 생존 기반 붕괴는 불안을 심화시켰다. 이 두 감정은 정치 양극화, 젠더 갈등, 혐오 확산을 촉발하며 소비 위축과 인구 절벽이라는 구조적 위기로 이어졌다. 청년리포트는 청년의 현실을 통해 억울함과 불안의 뿌리를 진단하고, 사회적 파급과 해외 사례를 분석해 한국 사회의 해법을 모색한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대한민국 청년들이 겪는 고립과 위기를 '구조적 실패'로 진단하고 해법으로 청년 정책 주도권 이양과 정부 차원의 공동체 구축을 제시했다. 사진은 서울 당산에 위치한 성장학교 별에서 만난 김현수 교수. /사진=황정원 기자
"지금 청년들은 단순히 노력만으로 돌파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사회는 청년의 고통을 개인의 탓으로 돌립니다. 청년이 약해서가 아니라 사회 구조가 청년을 약하게 만든 것입니다."

서울 당산동 성장학교 별에서 만난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재 대한민국 청년들이 겪는 고립과 위기를 '구조적 실패'로 진단했다. 청년을 무너뜨린 건 사회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20년 넘게 치유형 대안학교인 성장학교 별을 이끌며 제도권 밖 위기 청소년과 고립 청년들을 현장에서 돌봐온 임상가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장을 역임하는 등 청년 심리 치유와 자살 예방 분야의 권위자로 꼽힌다.

김 교수는 "IMF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사회 안전망이 붕괴했고 AI 도입과 산업 구조 재편 등 거대한 변화를 정책이 미처 따라가지 못해 청년들이 오롯이 위험을 떠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는 청년 정책 주도권 이양과 정부 차원의 공동체 구축을 제시했다.


생계 불안, 청년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24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그해 자살 사망자 수는 1만4872명으로 전년 대비 6.4% 증가하며 2011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40대 사망 원인 1위를 자살(인구 10만명당 36.2명)이 차지했다는 점이다. 1983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암(34.2명)을 넘어섰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10대부터 40대까지 모든 연령층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전문가들은 자살의 주된 동기로 '경제적 어려움'과 '생계에 대한 불안'을 꼽는다. 김 교수 역시 "청년층이 겪는 고질적인 고용 문제가 불안과 좌절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안정적인 일자리가 사라지고 비정규직이나 단기 아르바이트로 내몰린 청년들이 미래를 꿈꾸지 못한 채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게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취약성이 아닌 고립된 사회의 방증"이라며 "사회적 타살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의 구조적 비극"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OECD 국가 중 '어려울 때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응답 비율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과거 부모, 형제, 친척 등 자연적 공동체가 수행하던 안전망 기능이 사라진 것"이라고 개탄했다.

김 교수는 현재를 극(極)핵가족 시대로 정의했다. 이혼이나 가족 해체로 부모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신빈곤층 청년이 늘고 있지만 제도는 여전히 과거의 4인 가족 중심 복지 체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동이나 노인뿐 아니라 청년도 복지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시급하다"며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청년이 가정을 꾸리거나 미래를 계획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시대"라고 진단했다.


산업 구조 변화가 만든 박탈감과 젠더 갈등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청년층이 겪는 고질적인 고용 문제가 불안과 좌절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청년층(15~29세) 고용률이 3년 연속 하락률을 보였다. 사진은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모습. /사진=뉴스1
온라인상의 혐오 표현과 젠더 갈등에 대해서는 산업 구조 변화와 박탈감으로 설명했다. 김 교수는 과거 제조업·건설업 중심의 고성장 시대에는 남성 친화적 일자리가 많았으나 현재 디지털·기획·정리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는 남성 청년들이 취업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워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구조적 변화를 무시하고 청년들의 불만과 불안을 단순히 나약함으로 치부하면 갈등은 해결되지 않는다"며 "생존에 대한 위기감과 고립감이 온라인에서 공격성으로 표출되는 것은 '내 편이 없다'는 절망의 신호이자 불공정한 사회에 대한 항변"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기성세대가 '라떼는'(나 때는) 운운하며 자신의 성공 경험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다. 지금은 경력직만 선호하고 일자리 자체가 줄어든 시대다. '맨몸으로 부딪쳐라'는 식의 훈계는 청년들에게 상처만 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청년들을 옥죄는 획일적 경쟁 시스템의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모두가 토익, 컴퓨터활용능력 등 똑같은 스펙을 쌓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벗어나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기여'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채용과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법으로는 청년 당사자 주도 정책과 사회적 가족 시스템 도입을 제시했다. 해외 정치권이 젊은층으로 세대교체되는 현상을 사례로 들며 우리나라에도 청년이 직접 만드는 청년 정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기성세대 관료들이 만드는 정책은 급변하는 청년 세대의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 정책 결정 과정에 당사자 참여를 대폭 늘려야 실효성 있는 대안이 나온다"고 제언했다.

의식적인 공동체 구축도 제안했다. 김 교수는 "가족이 해체된 시대에 청년 개인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구체적 대안으로 병원 동행 서비스, 청년 후견인 제도, 담당 공무원이나 주치의를 지정하는 인두제 등을 꼽았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개인의 노력이나 민간의 자발적 공동체 회복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며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현대 사회에서 가정과 공동체가 무너진 자리를 정부나 행정 시스템이 대신 채워주지 않으면 과거와 같은 정서적 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훈계가 아니라 연결과 환대"라고 말을 맺었다.

황정원 기자 garden@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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