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스님 “몸에 맞는 요리가 최고…순간순간 먹는 음식이 날 만들어가요”

황예랑 기자 2026. 2. 1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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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 대가’ 선재스님 인터뷰
체질에 딱 맞는 음식은 ‘약’
“음식은 누구나 만들 줄 알아야”
리듬에 맞춰 ‘잘 먹는 법’도 중요
선재 스님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한겨레 2030 팟캐스트 ‘시대뉴감’ 팀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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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의 대가’ 선재 스님의 음식 인생에는 두번의 결정적인 변곡점이 있었다.

“1년을 넘기기 힘듭니다.” 1994년, 간경화를 선고하며 의사가 말했다. 사찰음식 문헌 연구와 어린이·청소년 수련교육에 몰두하느라 하루 두세시간 겨우 잠자던 시절이다. 몸이 허약해져 10분도 걷지 못했다. 그날 이후, 음식과 식습관을 바꿨다. 제철 재료로 만든, 내 몸에 맞는 음식만 먹었다. 선재 스님에게 음식은 ‘약’이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간에 기적처럼 1년 만에 항체가 생겼다. 두번째 삶이 펼쳐졌다. 직접 몸으로 겪은 ‘음식 수행’을 강의와 방송을 통해 알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두번째 위기가 닥쳤다. 바쁘게 사느라 지친 몸에 바이러스가 침투했다. 열흘 만에 몸무게 10㎏이 빠져, 풀을 뽑을 힘조차 없었다. ‘나의 업이 하나 녹아내리는구나.’ 선재 스님은 지난해 6월부터 일을 하나둘 정리했다. 그즈음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섭외 요청이 들어왔다. ‘아, 강의를 그만두더라도 흑백요리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음식에 대한 생각을 전할 수 있겠구나.’ 30년 전에 그랬듯이, 위기를 전환점으로 만들고 싶었다. 시즌1을 보지 않아 미처 몰랐는데,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치열한 서바이벌 현장에서 선재 스님의 존재 자체가 깊은 울림을 남겼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 출연해 음식을 만들고 있는 선재스님. 넷플릭스 제공

“우리는 일상이 수행이니, 프로그램 현장도 수행터라고 생각했죠. 기도 수행하는 것보다는 쉬웠어요.(웃음) 최선을 다했더니, 사람들이 ‘좋은 에너지를 받는다’고 해줘서 참 감사해요. 가장 힘든 시기에 오히려 위기를 벗어난 셈이죠.”

지난 3일 만난 선재 스님은 ‘어떤 순간에도 긍정적인 마음’을 강조하며 말했다. 나와 세상은 둘이 아니고(자타불이·自他不二), 몸과 마음은 둘이 아니라는 ‘음식 수행’의 가르침 그대로 살아온 덕분일까. 일흔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선재 스님의 얼굴빛은 맑고 고왔다. 이날 선재 스님은 한겨레의 팟캐스트 ‘시대뉴감’에 출연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를 찾았다. ‘시대뉴감’은 2030을 대상으로 세상의 소식을 ‘단짠’(단맛과 짠맛)하게 전해주는 팟캐스트로, 매주 목요일 팟빵, 스포티파이, 유튜브 팟캐스트 등에 업로드된다. 선재 스님과의 인터뷰는 2월10일 오후 5시 팟캐스트로 공개(팟빵·스포티파이·유튜브 팟캐스트 등에서 ‘시대뉴감’ 검색)됐으며, 2월17일 저녁 7시30분 한겨레티브이(TV)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영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선재스님 인터뷰 전문은 팟빵, 스포티파이, 유튜브 팟캐스트 등에서 ‘시대뉴감’을 검색하면 들을 수 있다.

―지금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할 질문부터 드릴게요. 스님의 음식은 대체 어디 가면 먹을 수 있나요?

“어디 가서 못 먹으니까 열심히 직접 해 드시더라고요.(웃음) 사찰음식 배우러 오는 환자들한테도 본인이 해서 먹으라고 말해요. 내 몸에 맞는 음식을 찾아야죠. 30년 전, 제가 아플 때도 음식을 할 줄 몰랐으면 저는 죽었어요. 저를 키워주신 외할머니가 수라간 궁녀셨거든요. 할머니가 음식 만드실 때 옆에서 소꿉놀이처럼 엿기름 젓고 그러면서 요리를 배웠어요. 음식은 누구나 만들 줄 알아야 합니다. 만들어보고 실패해도 괜찮아요. 오늘 내가 먹은 게 뭔지 생각해야, 좋은 음식이 자연의 생명과 맞닿아 있다는 걸 알아야 입맛이 바뀌고, 입맛이 바뀌어야 몸이 바뀌어요.”

―흑백요리사 시즌2 출연 이후 굉장히 바빠지셨을 것 같아요. 심신이 피로해졌을 때 찾는 스님만의 비밀 간식이나 레시피 같은 게 있나요?

“이러저러한 요청이 많지만 밖에는 오히려 더 안 나가요. 간이 아팠던 터라, 잡곡을 소화를 잘 못 시켜요. 가장 좋아하고 편안한 음식이 김치예요. ‘흑백요리사’ 찍을 때도, 김치하고 채식 도시락을 먹었어요. 대기실에서 주는 과자, 음료수는 안 먹으니까 고구마랑 과일을 좀 가져갔고요. 평소에 간식으로는 물김치 국물을 주스처럼 마셔요. 일반 물김치랑 다르게 보리·수수·통밀 같은 오곡을 죽처럼 끓여서 과일이랑 같이 갈아 넣어서 담가요. 자색 당근을 썰어넣어서 색깔도 내고요.”

선재스님은 아침에는 장기를 깨우는 맑은 음식을 먹고 낮에는 마음껏 넉넉히 먹되, 저녁에는 고단백·고열량 음식을 피할 것을 권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두쫀쿠’가 요즘 유행이라 줄을 서서 사 먹기도 하거든요. 불교에서 마음을 성나게 한다고 금하는 ‘오신채’(파·마늘·달래·부추·흥거)의 매운맛뿐만 아니라, 단맛도 사람을 화나게 한다는 스님의 말씀이 기억나요. 건강을 생각해서 설탕 대신 대체당을 쓰거나 저당 음식을 많이 찾기도 하는데요.

“음식을 만들 때는, 짠맛, 신맛, 단맛 등 6가지 맛(육미)을 조화롭게 다 상에 올리라고 해요. 요즘 젊은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단짠’을 두루 쓰라는 거죠. 물론 단맛 필요해요. 피로도 풀어주고, 우울할 땐 약이 되죠. 그런데 단맛이 필요할 땐, 천연의 단맛을 먹어줘야 해요. 우리 어릴 땐 식혜도 먹고, 조청도 먹고, 곶감 같은 과일도 먹었어요. 요즘은 그런 것들은 잘 안 먹으니까. 단맛은 열량을 만들어주는데, 열이 나면 위로 가거든요. 그래서 화를 자제하지 못하는 거예요. 학교에서 문제아로 낙인찍힌 아이들의 수련교육을 맡았는데, 과자나 음료수를 달고 살던 아이들한테 감자, 고구마 삶아주고 식혜, 생강차, 오미자차를 만들어줬어요. 과일 갈아서 주고, 떡볶이도 해줘요.”

―스님이 만드신 떡볶이는 어떤 맛일까 궁금하네요.

“얇게 썬 떡국떡에 김치를 볶아서 만들어요. 젓갈, 파, 마늘 안 들어간 김치라 어린아이들도 잘 먹어요. 떡볶이에 왜 김치가 들어가야 하냐? 쌀은 자기 혼자 소화 분해가 안 돼요. 그래서 한국 음식에 발효식품인 된장, 고추장, 조청, 식혜, 막걸리, 김치가 발달한 거죠. 그렇게 며칠 지내다가 돌아가면, 아이들 얼굴빛이 달라지고 차분해져요. 돌아가서도 6개월가량 싸움도 하지 않는다고 해요. 그만큼 음식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거죠.”

선재 스님은 음식을 통해 생명을 가르친다. “스님이 시장에서 500원 주고 무를 사 왔어. 그렇다고 얘를 500원짜리라고 부르면 안 돼.” “왜요?” “얘가 자라려면 뭐가 있어야 하지?” “땅, 물, 바람, 햇빛, 씨앗이요!” “얘는 뜨거운 태양도 견뎠고, 천둥·번개도 맞아줬어. 얘를 누가 키웠어? 농부한테 감사하잖아. 너한테 오기까지 얘는 우주의 생명을 담은 거란다.” 그랬더니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들고는 답했다. “스님, 무에서 소리가 들려요.” “맞아, 얘는 바람 소리를 듣고 자랐잖아.”

―스님은 스물다섯의 나이에 출가하셨는데, 그 나이대에 있는 2030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있으실까요?

“젊은 친구들이 너무 걱정을 많이 하고 살더라고요. 지나간 과거에 연연할 필요 없고, 시간은 항상 지나가요. 순간순간 생각해보세요. 지금 이 순간 이걸 하면서 내가 행복한가. 다만 행복의 기준점을 어디에 둘 거냐는 중요하죠. 나 혼자 행복하면 안 되고,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음식도 마찬가지예요. 순간순간 먹는 음식이 나를 만들어가요.”

선재스님이 만든 미나리감자전. 한겨레 자료

―그럼 음식은 어떻게 먹는 게 좋을까요?

“리듬이 있어요. 아침에는 맑게 먹어야 돼요. 뇌와 위장을 깨워야 하니까. 낮에는 위장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간이니 넉넉히 먹어도 돼요. 전도 먹고, 스파게티도 먹고. 저녁에는 간, 심장, 신장, 대장이 활동하는 시간이라 너무 기름지고 고단백 고열량 음식을 먹으면 안 돼요. 생체리듬이 깨져 몸에 무리가 가거든요. 김치랑 함께 먹으면 속이 훨씬 편안해질 거예요. 겨울은 시금치, 봄동, 배추, 무를 먹어야 하는 계절이에요. ‘바다의 나물’인 해초를 먹을 때이기도 하고요.”

―이후 계획이 궁금해요.

“지난해 6월 이후로는 강의를 거의 그만두고, 지금은 경기도 수원 봉녕사랑 우리 집에서 스님들을 가르쳐요. 올해 하반기쯤에는 (제가 할 일을) 새롭게 또 한번 연구해볼게요.(웃음)”

인터뷰 진행 ‘시대뉴감’, 정리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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