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 노리고 내한 공연, 2년 후 별세… ‘더 보이스’ 휘트니 휴스턴
2012년 2월 11일 49세

미국 팝가수 휘트니 휴스턴(1963~2012)은 2012년 2월 11일 오후 3시 55분 사망했다.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의 베벌리힐튼 호텔 방 욕조에서 의식을 잃고 깨어나지 못했다. 이날 저녁 열리는 제54회 그래미상 시상식 전야 갈라쇼 참석을 몇 시간 앞둔 시간이었다.
휘트니 휴스턴은 1985년 데뷔 후 단숨에 최고 인기 팝스타로 떠올랐다. 데뷔 앨범 ‘휘트니 휴스턴’은 2년 만에 1300만장 이상 팔렸다. 이듬해 빌보드 ‘올해의 아티스트’, 그래미·아메리카음악상 등을 휩쓸었다.

1987년 6월 낸 두 번째 앨범 ‘휘트니’는 3주 만에 200만장 판매를 넘었고, 빌보드 앨범 차트 11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앨범에 수록된 4곡은 모두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 ‘휘트니 열병’이란 표현이 등장했다.
“‘휘트니 열병’이 번지고 있다. 2년 전 미국 팝계에 혜성처럼 나타났던 흑인 여가수 휘트니 휴스턴(23)이 지난 7월 초부터 전미 42개 도시 순회 공연에 나서 다시 한번 선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중략) 휘트니의 이 같은 빠른 성장은 팝 역사상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즈, 비지스, 엘튼 존 등 슈퍼스타들에 당당히 필적하는 것으로, 데뷔 2년째의 신인으로선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1987년 9월 1일 자 16면)

배우로도 성공했다. 1992년 12월 개봉한 영화 ‘보디가드’가 세계적으로 흥행했다. 휘트니 휴스턴이 부른 OST ‘I Will Always Love You’가 실린 앨범은 4200만장 이상 팔렸다. 기네스북에 오르는 대기록이었다. 다시 그래미상을 받았다.
“세계 팝계의 흑진주 휘트니 휴스턴이 미 음악계의 아카데미상인 제36회 그래미상에서 영화 ‘보디가드’의 주제곡 ‘당신을 항상 사랑하리(I Will Always Love You)’로 올해의 레코드상과 앨범상, 여성 팝가창상 등 3개 주요 부문상을 석권했다.”(1994년 3월 3일 자 17면)

1990년대 중반부터 시련이 닥쳐왔다. 팝 가수인 남편 바비 브라운과 불화에 줄곧 시달렸다. 약물 중독으로 2004년엔 스스로 치료센터에 입원하기도 했다.
2009년 9월 새 앨범 ‘I Look to You’를 내며 재기를 노렸다. 전성기에 필적하지는 못한다는 평가였다.
“잔잔하게 노래를 부르다 응축시킨 기운을 한순간에 폭발시키며 전해주던 특유의 쾌감은 과거에 비해 덜하다. 전반적으로 휘트니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노래는 시류에 맞춘 듯 리듬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다.”(2009년 8월 28일 자 A20면)

재기 앨범을 낸 후 첫 해외 공연지로 결정한 곳은 서울이었다. 전성기 때 몇 차례 서울 공연 이야기가 나왔지만 무산됐다. 처음이자 마지막 내한 공연이었다. 별세 2년 전인 2010년 2월 6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공연은 다소 실망스럽다는 평가였다.
“지난 6일 저녁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휴스턴의 첫 내한공연은 일본·호주·유럽으로 이어지는 휴스턴 월드투어의 출발점이자 마약 중독에 이어 이혼으로 1990년대 후반 이후 긴 슬럼프를 겪었던 그가 10년 만에 다시 선 무대였다. (중략) 마약에서 벗어났다고 하지만 그의 가창력은 예전 같지 않았다. 아무 저항 없이 매끄럽게 뽑아내던 고음, 숨 한번 몰아쉬지 않고 긴 여운을 안겨주던 호흡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공연 도중 몇 차례 기침을 내뱉었고 숨이 가빠지면 노래를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관객들은 오히려 수렁에서 끝내 헤어나온 그녀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아이 러브 휘트니(I love Whitney)!”라는 함성이 터졌다.”(2010년 2월 8일 자 A25면)

세상 떠난 지 14년이 지났지만 휘트니 휴스턴은 영원한 팝의 디바로 기록된다. 뉴저지주 웨스트필드에 있는 묘지엔 ‘THE VOICE’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 해와 달처럼 정관사 ‘The’를 붙여 ‘진정한 목소리’란 뜻을 나타냈다.
2022년 12월 전기 영화 ‘댄스 위드 섬바디(I Wanna Dance with Somebody)’는 백인 음악을 한다며 야유를 보내는 흑인 사회의 비난에 정체성을 고민하는 휘트니 휴스턴의 고독한 투쟁을 그린다.

“휘트니는 백인도 흑인도 아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계인으로 내몰렸다. 세상이 강요하는 정체성 속에서 길을 잃어가던 그녀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드디어 자기 목소리를 낸다. “흑인처럼 노래하는 법도, 백인처럼 노래하는 법도 몰라요. 나는 그저 노래하는 법을 알 뿐이에요(Look, I don’t know how to sing Black, and I don’t know how to sing white either. I know how to sing).””(2025년 7월 17일 자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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