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위해 스위스로 가려던 60대… 경찰, 항공기 이륙 늦추고 출국 막아
경찰, 탑승 남성 내리게 한 뒤 설득
“죽음 선택도 나의 권리” 버티던 남성
결국 출국 포기하고 가족 품으로

10일 인천국제공항경찰단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 반경 한 60대 남성의 가족으로부터 “아버지가 존엄사를 위해 출국하려는 것 같다. 이를 제지해 달라”는 내용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폐섬유증 진단을 받은 이 남성은 김해공항을 거쳐 인천공항에 온 뒤 프랑스 파리행 비행기에 탑승할 예정이었다. 폐섬유증은 폐 조직이 굳어 호흡 장애를 유발하는 호흡기 질환이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가족으로부터 인적사항과 연락처 등을 받아 오전 10시경 공항 탑승 게이트 앞에 있던 남성을 만났다. 하지만 이 남성은 “몸이 안 좋은데, 마지막으로 여행을 다녀오려 한다”고 했고 경찰도 출국을 막지 못하고 돌아섰다.
그러나 가족들은 오전 11시 50분경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 형식 편지가 발견됐다”고 경찰에 재차 신고했고 경찰도 다시 한 번 출동했다. 파리로 향하는 비행기가 이륙하기 15분 전으로, 남성은 이미 비행기에 몸을 실은 상태였다.
경찰은 비행기 이륙을 늦추고 이 남성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뒤 설득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 형식의 편지가 발견됐다는 사실에 좀 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남성과) 비슷한 연령대의 경찰관이 ‘가족이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하는 등 주로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계속해서 가족에게 돌아가기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도 나의 권리 아닌가”라고 했지만 계속된 경찰의 설득에 결국 출국을 포기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파리를 거쳐 스위스로 향하려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스위스는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약물을 투여하는 형태의 ‘조력 자살’을 허용하고 있는 국가다. 스위스 국민이 아닌 외국인에게도 이를 허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 조력 자살은 위법이고, 연명의료 포기도 의사의 판단 등 엄격한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다. 경찰이 조력 자살 시도를 알고도 내버려두면 자살 방조나 직무 유기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남성이) 김해공항으로 돌아가는 것까지 확인했고, 지역 경찰과 협조해 공항에 나와 있던 가족에게 무사히 인계했다”고 했다.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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