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옥희의 몸짓 탐구생활] [14] 몸이 기억하게 될 졸업식의 그 노래

졸업식 시즌이다. 나의 아이도 졸업식으로 분주한 날을 보냈다. 졸업식엔 합창이 빠지지 않는다. 의례화된 순서지만 졸업 노래에도 유행이 있다. ‘국민학교’ 세대인 내가 불렀던 노래는 더 이상 불리지 않는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여 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더 이상 졸업식에 재학생이 참여하지 않아서, 교과서를 물려받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최신가요였던 015B(공일오비)의 ‘이젠 안녕’은 아직도 불린다. “우리 처음 만났던 어색했던 그 표정 속에 서로 말 놓기가 어려워 망설였지만.” 아이들이 좋아해서인지 선생님 세대가 좋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노래가 여전히 불리는 이유는 관계 맺기의 어려움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 아이의 졸업식에선 선생님과 학생들이 ‘꿈꾸지 않으면’(작사 양희창·작곡 장혜선)이라는 노래를 합창했다. 어린이 행사나 동요 대회에서 자주 불리는 노래다.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 나는 어린이가 부르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울컥한다. 가사의 내용이 거대하고 묵직한데 어린이가 이를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 채 맑은 목소리로 부를 때 그 간극에 눈물 버튼이 눌리고 마는 것이다.
노래는 몸을 통과하는 행위다. 멜로디와 가사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기보다는 온몸을 울려 수행될 때 비로소 존재한다. 춤이 그러하듯 노래 역시 부르자마자 휘발되어 사라지고 마는 것 같지만 그 행위는 몸에 차곡차곡 새겨져서 삶의 흐름을 만들고 변화를 만든다. 몸은 기억하고 그 기억은 끈질기다.
아이들은 졸업식을 준비하며 이 노래를 여러 번 불렀을 것이다. 가사를 외우려 애쓰며, 친구들과 장난치며, 멜로디에 얹어 흥얼거리며. 졸업식에서 친구들과 합창할 때에도 흥분과 아쉬움에 휩싸여 노랫말엔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다 문득 홀로 이 노래가 떠오르는 날이 올 것이다. 꿈꾸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을 때, 길이 보이지 않아 헤맬 때 노래는 오래된 미래처럼 되돌아올 것이다.
노래는 몸으로 수행하는 만트라다. 의미를 알아서 부르는 게 아니라 부르다 보면 의미가 한 겹씩 쌓인다. 새 학기가 다가오는 요즘 나는 이 노래를 자주 읊조린다.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우린 알고 있네, 우린 알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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