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놓쳤지만, 희망을 봤다… 20년 뒤 경수대로 이름 바꾼다, 모두의 마음에 쏙 들었다

김태우 기자 2026. 2. 1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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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뛰어난 잠재력과 성실한 태도를 바탕으로 KT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고 있는 신인 이강민 ⓒKT위즈

[스포티비뉴스=질롱(호주), 김태우 기자] 이강철 KT 감독은 어느 날 숙소 앞 바닷가에서 한 선수가 방망이를 돌리고 있다는 보고를 우연찮게 받았다. 그 선수의 이름을 듣는 순간, 지난해 11월이 떠올랐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쉬운 게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보고를 듣자 하나의 위안이 생겼다.

KT는 지난 오프시즌 당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박찬호(두산)에 관심이 있었다. 심우준(한화)이 팀을 떠난 뒤 1년 동안 유격수 문제가 있었던 팀이다. 베테랑 김상수가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워주기는 했지만 장기적인 대안은 아니었다. 그래서 박찬호를 영입하겠다는 구상을 세우고 이적 시장에 달려들었다. 하지만 원 소속구단인 KIA, 두산, 그리고 KT까지 끼어드는 판국에 가격이 치솟았다.

어느 정도까지는 따라갔지만, 총액이 80억 원까지 이르자 KT는 박찬호 영입을 단념한다. 프런트로부터 보고를 받은 이 감독이 “그 정도면 포기하자”고 오히려 만류했기 때문이다. 다른 포지션 보강도 필요한데 구단의 예산은 한정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마무리캠프에 합류한 이강민의 잠재력이 한창 눈에 들어오던 때였다. 지금 당장은 전력 구상이 힘들어도, 잘 키우면 내부에서 유격수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강민의 성실한 훈련 태도가 보고로 올라오자 이 감독은 흐뭇한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 좋은 기량을 갖춘 데다 인성도 바르고, 훈련 태도까지 성실한 선수를 마다할 감독은 없었다. 1차 스프링캠프에도 합류했고 성장하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는 게 이 감독의 칭찬이다. 실전에 들어가서 더 살펴야겠지만 지금까지는 나무랄 것이 없다.

▲ 202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팀의 2라운드 지명을 받은 이강민은 향후 KT 내야를 이끌어 갈 재목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KT위즈

홀로 훈련을 하는 모습이 주위에 알려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이강민은 조금 당황하면서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연습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그냥 조용한 공간에서 하는 것을 즐겨서 그랬다. 혼자만의 시간에서 다시 정돈도 할 수 있고 그래서 즐겨서 하는 것 같다”고 멋쩍어했다. 보통 이런 경우 홀로 조용히 방망이만 돌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강민은 공을 직접 벽에 던지고 이를 좋은 자세로 잡는 연습까지 한다. 이런 신인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칭찬이다.

이강민은 지역 연고 학교인 유신고를 졸업하고 202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의 2라운드(전체 16순위) 지명을 받은 유망주다. 고교 시절부터 좋은 타격은 물론 안정적인 수비까지 보여주면서 내야의 차세대 사령관을 찾으려는 KT의 레이더에 걸렸다. 캠프에서 KT 코칭스태프는 이강민의 기량이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여기에 가르치는 것을 쑥쑥 빨아들인다. 인성도 바르고, 예쁘지 않을 수 없는 선수라는 호평이 나온다.

이강민은 “여러 분들에게 도움도 많이 받고 있고, 선배님들한테도 이제 조금 적응해 가고 있는 것 같다. 재밌고 계속 설레는 일상의 연속”이라고 첫 캠프 소감을 밝히면서 “전체적으로 많이 좋아졌다. 타격도 감독님께서 많이 좋아졌다고 하시고, 수비에서는 박기혁 코치님이 안 좋은 습관들을 계속 없애주신다. 불필요한 동작을 최대한 없애주시고, 그렇게 하면서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현재 상황을 짚었다.

▲ 박경수의 등번호 6번을 물려받은 이강민은 롤모델의 명성에 먹칠을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뭉쳐 있다 ⓒKT위즈

특히 수비에 신경을 많이 쓴다. 아마추어 때는 약간의 불필요한 동작이 있어도 충분히 타자를 1루에서 잡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더 뛰어난 운동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즐비한 프로는 다르다. 동작 하나에 아웃과 세이프가 갈린다. 이강민은 “송구 때 글러브를 치는 습관이 있었는데 가슴으로 더 안고 오고 있다. 코치님께서 ‘너는 충분히 빠르고 좋은 움직임을 가지고 있으니 조금 더 안정적으로 하면 좋은 수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해주신다”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강민은 등번호로도 화제가 됐다. 6번을 달았다. KT에서 6번은 박경수 현 코치의 번호다. 박 코치는 KT 창단부터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경험한 팀 역사의 산증인이다. KT에서는 의미가 큰 선수고, 등번호도 마찬가지다. 이강민이 아마추어 시절부터 항상 존경한 롤모델이기도 하다. 그래서 감히 넘보지 못할 등번호였는데 오히려 박 코치가 먼저 6번을 제안했다. 이강민은 박 코치가 롤모델이었던 이유에 대해 “너무 멋있었다”고 답한다. 그 짧은 답변에 모든 것이 다 담겨져 있다.

그럴수록 더 책임감을 가진다. 이강민은 “처음 유니폼을 받았을 때 이름 밑에 6번이 박혀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뛰고 ‘진짜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책임감도 생긴 것 같고, 주신 만큼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면서 “차근차근해서 점점 더 성장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당장 어떻게 잘한다보다는 점점 배워가면서 내년을 더 기약할 수 있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경수대로 6번길’이, 20년 뒤 ‘강민대로 6번길’로 바뀌는 것이 자신의 등번호를 내준 박 코치가 원하는 바일지 모른다.

▲ KT 차세대 주전 유격수로 뽑히며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는 이강민 ⓒKT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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