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끊어라" 대통령 지시했는데.. "원룸 얻어주고 차비까지?" 꼼수 논란
충북혁신도시가 조성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매일 아침 수도권에서 직원들을 실어 나르는 통근버스는 여전합니다.
버스 운영 비용만 1년에 20억 원 넘게 들어가는데요.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6월까지 모든 통근 버스 운행 중단하라"고 지시하자, 일부 기관이 꼼수 대책을 검토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허지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오전 8시 20분, 충북혁신도시의 한 교차로입니다.
서울 강남과 분당, 경기 용인 등 수도권 각지에서 출발한 버스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옵니다.
불과 30분 사이 도착한 버스만 20여 대.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반복되는 혁신도시의 아침 풍경입니다.
지난 2021년 세종시가 평일 통근버스를 전면 폐지한 이후, 현재까지 평일 운행을 유지하는 곳은 충북과 강원 원주뿐입니다.
충북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들이 올해 수도권 3개 권역 버스비로 배정한 예산만 22억 원이 넘습니다.
혈세 낭비라는 지적에도 꿈쩍 않던 기관들은 최근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균형 발전 취지에 어긋난다"며 당장 오는 6월까지 버스 운행을 중단하라고 못 박았기 때문입니다.
◀ SYNC ▶ 이재명 대통령(지난달 24일 신년 기자회견)
"다 주말 되면 서울 온다는 거 아닙니까? 어디 보니까 공공기관 이전 해놓고는 서울 가는 전세버스로 주말 되면 서울 가게 차를 대주고 있다고 해서 내가 못하게 했어요. 공공기관 이전 효과가 없지 않으냐..."
대통령의 지적대로 충북혁신도시의 가족 동반 이주율은 수년째 전국 최하위 수준.
지역 사회는 "10년 넘게 기다려줬으면 됐다"며,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버스 운행을 당장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 SYNC ▶ 서형석 / 음성군 맹동면 (전 음성군의원)
"10년이면 자기네도 어느 정도 회사도 정착이 됐다고 저는 생각해요. 노조 (기금)에 있는 버스를 이용을 한다. 자체 예산은 나랏돈 아닌가? 그렇죠?"
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열악한 정주 여건과 부족한 대중교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제적인 버스 중단은 과도하다는 겁니다.
◀ SYNC ▶충북혁신도시 공공기관 직원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는 게 아니어서 통근버스 없으면 자차 출근 아니면 출근할 방법도 없을 텐데 저는 있는 게 낫다고 봐요"
일부 기관은 꼼수 대응에 나섰습니다.
기숙사가 꽉 찼다는 핑계로 회사 돈으로 외부 원룸을 얻어주려 하거나, 버스를 못 타는 대신 별도의 교통비를 쥐여주는 겁니다.
이를 두고 내부에서조차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초기에 불편을 감수하며 가족과 함께 이주한 직원들에겐 아무런 혜택이 없는데, 끝까지 출퇴근하는 사람들에게만 월세나 교통비를 지원하는 건 '명백한 역차별'이라는 겁니다.
수년째 제자리걸음인 이주율 속에, 통근버스 존폐 논란이 형평성 시비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허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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