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조지를 다시 불러와야 할까?[이윤학의 삼코노미]
“땅만 조금 더 있다면 악마도 두렵지 않다.”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의 주인공 농부 파홈의 말이다. 그는 조금 더 많은 땅을 갈구하며, 끝없이 욕망을 불태운다. 이 소설에서 가난이 비극의 원인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파홈에게는 이미 먹고살 만큼의 땅이 있었다. 부족이 아니라 비교였다. 이웃보다 조금 더, 저 언덕 너머 비옥한 초원까지 조금 더. 욕망은 결핍이 아니라 ‘비교심리’에서 자란다. 해가 지기 전 출발점으로 돌아오면 하루 동안 걸은 만큼의 땅을 준다는 제안에 그는 마지막 죽을힘을 다해 달린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점에서 쓰러져 죽는다. 톨스토이는 묻는다. 인간에게 필요한 땅은 도대체 얼마인가?
흥미롭게도 역사는 소설보다 더 역설적이다. 미국 독립전쟁을 생각하면 자유와 권리가 먼저 떠오르지만, 그 이면엔 또 다른 얼굴이 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거대한 플랜테이션 농장주이자 서부 토지 투자자였다. 당시 식민지 엘리트 대부분이 서부로 땅을 넓혀가던 ‘투기꾼’에 가까웠다. 당시 미국 헌법 제정 회의 참석자 55명 중 14명 이상이 토지 투자자들이었으며, 조지 워싱턴은 “서부 토지는 미래의 가장 확실한 부의 원천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영국이 1763년 애팔래치아산맥 서쪽 정착을 금지하자, 그들의 미래 수익은 막혀버렸다. 자유라는 이상과 더불어, 토지라는 이해관계가 독립전쟁의 실질적인 동인이 된 것이다. 독립선언서는 철학이었지만, 그 밑바닥에는 그들만의 계산서가 깔려 있었다.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가난도 함께 늘어나는 모순적 현실에 완전히 다른 주장을 한 사람이 ‘헨리 조지’(Henry George)이다. 그는 19세기 말 세계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는 그의 저서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 1879)에서 산업이 발전할수록 가난도 함께 늘어나는 이유를 ‘토지’ 때문이라고 설파했다. 공장과 노동이 부를 만들면, 그 과실은 결국 지대(地代)로 흘러 지주에게 모인다. 조지는 토지가치 상승분, 즉 ‘불로소득’만 세금으로 환수하자고 했다. 시장은 살리고, 투기만 없애자는 발상이었다.
이런 혁명적인 발상은 크게 반향을 일으켜 조지즘(Georgism)이라고 불리며, 소위 ‘단일세’(Single Tax) 이슈를 전 세계에 던졌다. 단일세는 토지가치 상승분(지대·불로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고, 나머지 모든 세금(소득세·법인세·부가세 등)은 폐지하자는 주장이다. 조지즘은 마르크스나 레닌 등 공산주의자들의 생각과 궤를 달리한다. 공산주의가 사유재산을 폐지하고 국가가 모든 땅을 쥐려 했다면, 조지는 시장을 그대로 둔 채 ‘땅값만 사회의 몫’으로 돌리려 했다. 혁명이 아니라 개혁, 몰수가 아니라 과세였다.
조지즘은 전후 미 군정에 영향을 받은 일본, 대만, 한국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토지개혁을 통해 지주의 토지를 매입, 농민에게 분배해 시장을 유지하면서 자영농을 키웠다. 농민 소득이 늘자 소비가 늘었고, 내수 시장이 생겼으며, 교육열이 높아지면서 산업화가 가능해졌다. 반대로 토지를 집단농장으로 묶어버린 공산주의 국가들은 생산성이 무너졌다. 지주들의 기득권을 그대로 둔 동남아시아, 남미 등의 나라들은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산업화의 출발점은 공장이 아니라 땅이었다.
요즘 한국의 부동산 세제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거래할 때 세게, 들고 있을 때 약하게’ 설계돼 있다. 양도세 중과와 유예를 반복하면서 매물이 잠기고 거래가 얼어붙는다. 세금이 투기를 잡기보다는 시장을 멈춘다. 조지즘식 해법은 취득세·양도세 같은 거래세는 낮추고, 토지가치 중심 보유세를 높여 불로소득만 환수하는 것이다. 건물을 짓는 노력에는 벌을 주지 말고, 가만히 앉아 오른 땅값에만 과세하는 것이다. 그래야 투기는 줄고 공급은 늘어난다. 시장을 죽이지 않고 바로잡는 방식이다.
파홈은 해 질 녘까지 더 많은 땅을 움켜쥐려 달렸다. 그러나 그에게 필요한 땅은 그가 묻힐 여섯 자의 땅뿐이었다. 우리는 얼마나 더 달려야 멈출 수 있을까. 150년 전 헨리 조지를 다시 불러와야 할지도 모르겠다. =

이윤학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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