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결정까지의 과정은··· ‘규모’보다 ‘지역의사’에 초점

정부가 2027학년도 490명을 시작으로,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2년만에 다시 추진한다. 의료계와 환자단체 모두 정부가 내놓은 숫자에 불만을 표했지만, 그간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다는 비판에 멈춰있던 의대 증원을 절차에 따라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늘어나는 의사는 모두 의료취약지를 중심으로 지역에서 활동할 지역의사로 양성하겠다는 증원의 명분과 목표도 분명히 했다.
수급추계위 → 보정심…어떤 절차 거쳤나
정부는 지난 정부에서 과학적 추계와 합리적 정책 결정 과정 없이 증원이 추진됐다는 의료계 비판을 수용해,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를 새로 구성했다. 추계 위원은 의료계 공급자 단체 추천 위원이 과반을 차지하도록 했다.
추계위는 지난해 8월부터 약 5개월간 논의를 진행한 끝에 2040년 기준 의사 인력 부족 규모를 최소 5704명에서 최대 1만1136명으로 추산했다. 이후 보건의료 정책 최상위 의사결정 기구인 보정심에서 이 추계 결과를 토대로 총 7차례 회의를 거치며 2037년 시점의 의사 인력 부족 규모와 이를 반영한 의대 증원 규모를 논의해왔다.
10일 열린 보정심 회의에서는 수요 추계 3개 모형 가운데 미래 환경 변화를 고려한 ARIMA 모형을 최종 모형으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2037년까지 추가로 필요한 의사 인력은 공공의대 배출 예상 인원(600명)을 제외하고 4124명으로 산출됐다. 정부는 이 인원의 75% 수준인 3542명을 향후 5년에 걸쳐 증원하기로 결정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증원 규모를 필요 인력의 전량이 아닌 일부로 정한 데 대해 “추계를 존중하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의과대학의 교육 여건을 고려하고 양질의 의사 인력을 양성한다는 측면”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첫해 490명…단계적 증원 이유는
3542명의 증원 인원은 2027년 490명, 2028·2029년 각 613명, 2030·2031년 각 813명으로 배분됐다. 6차 회의까지는 첫해부터 연간 600명 안팎을 균등 증원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의대 교육 여건이 충분치 않다는 의료계 의견을 반영해 첫해 증원 폭이 조정됐다.
의·정갈등 여파로 2024~2025학년도에 군 휴학을 선택한 의대생이 늘어나, 2027학년도에 약 770명이 한꺼번에 복학할 예정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정 장관은 “기존 3058명에 770명의 복학생과 신규 613명이 중첩되면 그 인력이 6년 내내 같은 규모로 교육을 받아야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부분을 고려하고 단계적으로 증원을 하자는 의학교육계의 의견이 있었고, 이를 반영해 첫 해는 613명의 80%만 적용하기로 해 490명이 산출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추계안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정부는 2029년에 한 차례 재추계를 실시해 필요시 보완할 계획이다.
‘정원 숫자’ 아닌 ‘목적’ 명확히 한 증원
의과대학 입학정원은 1950년대 1040명에서 출발해 1998년 3507명까지 꾸준히 늘었다가, 의약분업 여파로 2006년 3058명까지 줄어든 뒤 2024년까지 18년간 동결돼 왔다.
문재인·윤석열 정부에서도 의대 증원이 시도됐지만, 의료계 반발로 무산되거나 반쪽 성과에 그쳤다. 2020년 문재인 정부는 연 400명씩 10년간 증원을 추진했으나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로 중단됐다. 윤석열 정부는 2025학년도 2000명 증원을 단행했지만 의료계 의견 수렴 부족과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해 2026학년도에는 다시 정원을 동결했다.
정부는 이번 증원이 앞선 시도들과 달리 공식 추계와 심의 절차를 거치며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장관은 “보정심이 7차례에 걸쳐서 심의기준을 먼저 정하고 그 심의기준을 하나하나 적용하면서 합의를 할 수 있었다”며 “과학적인 근거와 민주적인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서 결정됐다는 그런 의미가 가장 클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증원 인원을 전부 지역·필수·공공의료에 초점을 둔 지역의사제에 따라 뽑기로 한 점도 이번 결정의 특징이다. 증원 인원은 재학 중 정부 지원을 받고, 졸업 후 지역 공공의료기관 등에서 10년간 의무 복무하게 된다. 이들이 지역에 잘 정착할 경우, 2037년에는 의료 취약지를 중심으로 약 3500명의 의사가 지역에서 활동하게 되는 셈이다.

증원 규모 두고 인원 부족·숫자에만 매몰 반발도
증원 이후 늘어난 인원을 어떤 의대에 어떻게 배분할지, 수련 체계를 어떻게 설계할지는 앞으로 남겨진 가장 중요한 과제다. 배분과 양성 방식에 따라서 지역의사제의 실효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7차 보정심 회의에서는 증원 인력이 수도권 대형 사립병원 중심으로 수련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소규모 국립대 의대에 상대적으로 높은 증원 상한을 적용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그럼에도 한 보정심 위원은 “증원 인력의 절반가량이 여전히 사립 의대에 배정되는 한계가 있다”며 “사립 의대라 하더라도 지역에 수련병원 등 기반을 둔 곳으로 인원이 더 배정되고 교육이 이뤄지게끔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을 두고 의료계와 시민단체 일부의 반발도 이어졌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정부의 정원 증원 결정 발표 직후 낸 논평에서 “수급 추계의 본질보다 교육 여건 논리가 앞선 의대 정원 축소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기존 수급 추계에서 2037년에 부족한 의사 인력은 4724명이었는데, 그 75% 수준만 배출되는 것”이라며 “당초 추계위에서 과학적으로 도출한 2037년도 의사 부족 총량 추계치가 보정심 논의 과정에서 의대 교육 여건이라는 명분에 밀렸다”고 주장했다.
보정심 표결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비판 성명을 냈다. 민주노총은 “수급 추계를 외면한 보정심의 의대 증원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추계 결과보다 부족한 수준의 증원은 당초 보정심 논의의 출발점이었던 ‘수급추계위원회의 결과를 존중한다’는 원칙과 명백히 배치된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김택우 회장은 보정심 회의에서 표결에 반대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날 보정심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김 회장은 “합리적 이성이 결여된 채, 숫자에만 매몰된 정부 결정에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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