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KPS, 상반기 내 하청노동자 모두 ‘직접고용’

발전산업 '죽음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꾸려진 민관협의체가 6개월간의 활동을 종료하고, 올해 상반기 내 한전KPS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한전KPS가 직접고용한다는 합의를 도출했다.
지난해 6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한전KPS 하청노동자 고 김충현씨가 숨진 뒤 출범한 '고 김충현 사망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김충현 협의체·위원장 김선수)는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고용 합의문과 함께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발전노동자 고용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직접고용 형태·시기는 노사전협의체서 논의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따른 고용안정 방안도 협의
합의문에 따르면 한전KPS는 고 김충현씨 사망일인 2025년 6월2일 이전 입사한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전환채용하고, 사망일 이후 입사자는 향후 구성될 한전KPS 노·사·전문가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또 직접고용 이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김충현 협의체 위원들을 중심으로 이행점검기구를 꾸리기로 했다.
김충현 협의체에 따르면 직접고용 대상인 한전KPS 경상정비 하청노동자는 지난해 기준 총 593명이다. 원자력발전소 225명, 석탄화력 215명, LNG 146명, 기타 7명으로 추산된다. 구체적인 직제와 처우는 노사전협의체에서 다룬다. 다만 노사전협의체는 하청노동자들이 한전KPS의 불법파견과 일반직 4급 지위를 인정받은 법원 1심 판결 등을 고려해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합의문에 명시했다.
노사전협의체는 한전KPS 노사 각 2명씩 4명, 한전KPS 하청노동자 대표 4명, 전문가 6명, 위원장 1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한다. 고용전환 시기도 구체화했다. 석탄화력과 LNG 노동자는 다음달 31일까지 노사전협의체 논의를 마무리하고 5월31일까지 직접고용을 완료한다. 원자력발전 노동자는 4월30일까지 논의를 끝내고 6월30일까지 직접고용을 마친다. 노사전협의체 논의가 지연되지 않도록 합의 이행을 점검할 이행점검기구는 협의체 위원 8명으로 꾸린다.
한전KPS는 한전 자회사로, 전국 발전소의 경상정비 업무를 도급받는 1차 하청업체다. 발전소 공정은 크게 연료환경운전설비와 설비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경상정비로 나뉜다. 고 김충현씨는 한전KPS가 경상정비 업무 일부를 재하도급한 2차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였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고 김용균씨가 숨진 이후에도 발전 비정규직 가운데 단 한 명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고 김충현씨가 사망하면서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재차 드러났다. 노동계는 죽음의 외주화를 끝내기 위해 민간·하청업체 소속 경상정비 노동자는 한전KPS가, 연료환경운전설비 노동자는 발전 5사가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안정을 논의할 기구도 꾸리기로 했다. 가칭 '탈석탄 정의로운 전환 협의체'로, 발전 5사와 자회사 노동자, 그리고 이번 직접고용 합의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민간업체 소속 경상정비 석탄화력발전 노동자와 연료환경설비 운전 노동자 등이 참여한다. 협의체는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방안과 인력운영 계획, 관련 에너지 정책 등을 의제로 삼는다.
김선수 전 대법관 "이재명 정부 노동정책 이정표 될 합의"
김충현 협의체 위원장을 맡아온 김선수 전 대법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합의는 국민주권정부 노동정책의 시금석이 될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김 전 대법관은 "위험의 외주화와 다단계 하청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은 하청노동자의 직접고용"이라며 "정부의 정책 의지가 노동현장까지 관철될지 시험대에 오른 상황에서 공기업인 한전KPS가 직접고용을 결정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도록 필요한 노력을 다하고, 산업전환 시기 모든 노동자의 고용이 보장되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며 "한전KPS도 하청노동자를 동료로 받아들여 함께 노력한다면 바람직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합의안의 구속력과 이행 여부를 놓고 우려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정부쪽 간사를 맡은 박두용 한성대 교수(기계전자공학)는 "노사전협의체 논의 과정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가 이행점검기구를 통해 합의 이행을 관리하고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와 관련해 정규직노조와의 갈등도 예상된다.
전력연맹과 한전KPS노조·한국서부발전노조·한국중부발전노조·한국동서발전노조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일방적인 한전KPS 직접고용 발표에 반대한다"며 "정부가 (전력연맹이 참여하는) '발전산업 정의로운 전환 협의체'를 무시한 채 발표를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지난해 8월부터 가동해 온 협의체에서 탈퇴하고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당초 2월 말까지 활동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발전사 정규직 노동자들이 소속된 전력연맹이 하청업체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맹 관계자는 "채용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물량 보전이 전제된다면,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하기 위해 (하청노동자를) 정규직 채용한다는 원칙 자체에는 동의한다"며 "다만 정부가 연맹과 협의체에서 논의되지 않은 내용을 먼저 발표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처우나 채용 절차 등 구체적인 방안은 노사전협의체에서 논의될 사안인데, 노사전협의체 구성에 대해서도 전력연맹이 여러 의견을 냈지만 반영되지 않은 채 합의안이 발표됐다"며 "물량 보전과 관련해서도 진전된 수준의 논의는 있었지만 합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발표가 났다. 2개 협의체를 운용하면서 합의와 논의를 공유하고 조율하려는 정부의 소통 노력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갈등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하청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논의가 노노갈등이나 '공정성' 논란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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