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사결과 발표했지만 후유증은 확대된 쿠팡 사태

경인일보 2026. 2. 1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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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실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쿠팡 침해사고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2026.2.10 /연합뉴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0일 쿠팡 고객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민관 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쿠팡의 중국인 전 직원이 유출한 이름과 이메일 등 이용자 개인정보가 3천367만건이다. 범인이 이름, 전화번호, 주소, 공동현관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조회한 횟수는 무려 1억4천800만회나 된다.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범인은 쿠팡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개인정보를 마음껏 탈취했다.

조사 결과는 사실의 재확인 수준이다. 피해 규모는 정부측 추정이 맞았다. 범인에게 직접 확인했다며 쿠팡이 주장한 실제 정보유출 규모 3천 건은 거짓말이었다. 쿠팡의 피해 규모 축소와 은폐가 공식적인 사실이 됐다. 범인이 탈취한 한국인 3천300만명의 개인정보가 어디로, 어디까지 샜는지는 오리무중이다. 5만원 쿠폰 보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국가적, 국민적 피해를 확인한 조사 결과다.

정부 조사 결과가 사태 수습의 계기가 될지 의문이다. 쿠팡 사태로 촉발된 후유증이 국내외 분쟁으로 확대된 탓이다. 우선 쿠팡의 민·형사 책임을 묻는 일이 한·미 통상 갈등으로 꼬였다. 쿠팡 미국 본사가 미국 의회를 움직여 한국 정부를 압박하자 행정부도 쿠팡 편에 섰다. 급기야 트럼프의 관세 25% 환원으로 양국 통상 갈등이 심화된 상황이다. 쿠팡의 민·형사 책임을 우리 생각대로 강제하기가 어렵게 됐다.

쿠팡의 온라인 유통시장 독점 해소를 위해 당·정·청이 결단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도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됐다. 국내 대형마트의 심야배송 규제 해제는 쿠팡의 시장 독점을 막을 유일한 수단이다. 문제는 온라인 유통시장 확대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유통법 개정 소식이 들리자마자 소상공인 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의 집단 반발은 부담이다. 쿠팡을 겨냥한 제도적 대책도 진퇴양난에 처할 수 있다.

쿠팡에 대한 민·형사 책임을 묻는 일은 한·미 분쟁으로 조심스럽고, 제도적 대응은 시장 참여자 사이의 손익이 엇갈리는 결과에 직면했다. 외국 대기업 쿠팡이 거대한 온라인 독점 괴물로 등장할 때까지 대책과 대응이 없었다. 쿠팡의 오늘을 예상하지 못한 정부의 단견과, 입법만 해놓고 입법의 영향과 결과를 외면한 국회의 맹목 때문이다. 민심에 영합하는 청문회의 고성과 감성적으로 남발한 정책은 무용하다. 시장의 현실을 반영해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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