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원 삼표 회장 '1호 중처법' 타이틀 벗었다…산재 책임 기준도 재정립
법원 "경영책임자 단정 어려워"

경기도 양주시 채석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국내 1호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0일 이영은 의정부지방법원 형사3단독 판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정 회장에게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는 '경영 책임자' 즉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직후 발생해 '1호 사고'로 기록된 2022년 삼표산업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 관련 재판은 처음부터 상징성이 과도하게 부여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사고의 비극성과는 별개로 법 적용의 첫 사례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의 초점이 현장이 아닌 그룹 최고경영자인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에게 집중됐다는 지적이 경영계 안팎에서 꾸준히 이어졌다.
법원은 결국 최고경영자 개인에게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1심 판결은 그동안 경영계가 제기해 온 문제의식에 일정 부분 응답한 결과로 해석된다. 사고 기업의 대표이사가 아닌 그룹 회장을 중처법상 의무 주체로 판단해 형사 책임을 묻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책임 주체의 과도한 확장'이라는 논란에 법원이 선을 그은 셈이다.
대기업 그룹에서 회장의 역할은 개별 사업장의 안전 관리보다는 지배구조와 전략 방향 설정에 가깝다. 회장이 그룹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주요 사안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계열사별 현장 안전·보건 업무를 일상적으로 총괄·관리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이 기업 경영의 일반적인 현실이다. 이런 구조적 특성을 무시한 채 최종 책임자라는 이유만으로 회장을 중처법의 직접 책임 주체로 삼는 접근은 법 취지와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특히 중처법이 규정한 경영책임자의 개념이 여전히 모호한 상황에서, 수사 단계에서부터 책임 범위를 넓게 설정해 기소가 이뤄질 경우 기업 경영의 예측 가능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영진이 안전 강화보다는 법적 리스크 회피에 매몰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검찰은 중처법 시행 이틀 만에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 주목해 그룹 최고경영자인 정 회장과 법인, 그리고 관련 책임자들을 안전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했다. 정기 보고와 지시 여부를 근거로 그룹 회장이 실질적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과 중처법이 요구하는 수준의 안전·보건 의무를 직접 이행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는지는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대규모 그룹에서 회장이 모든 사업장의 위험 요소를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일부 혐의는 인정해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중대재해 발생의 직접적 원인과 관리 책임이 중처법상 경영책임자의 범위에는 이르지 않았으나,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관리 의무가 전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삼표산업 본사 안전책임 담당자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양주 사업소 관계자 3명에게는 금고형의 집행유예가 내려졌다.
이번 판결은 중처법이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책임을 물을 것인가'에 대한 첫 기준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업계에서는 중처법 논의의 방향이 보다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목표에는 이견이 없지만, 책임 주체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는 법률적으로 명확히 정리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상훈 기자 psh@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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