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양대노총 ‘노란봉투법 연대’… ‘더 센’ 춘투 온다
“정부, 약속 번번이 어겨” 불만
로봇반발·정년연장 등 목소리
지선 勢과시 파업 등 혼란 우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노총), 양대 노총이 공동 투쟁을 약속했다. 이들은 이재명 정부와 여당에 “약속을 번번이 어기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앞서 민노총은 내달 10일부터 시행되는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 2·3조)에 맞춰 산업계 전반에 걸쳐 원청을 선정해 대규모 교섭 요구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노란봉투법 시행이 초대형 ‘춘투’(春鬪·봄 투쟁)의 사실상의 방아쇠가 됐다.
춘투가 현실이 될 경우 로봇 공장 투입 거부 운동, 정년 연장, 주 4.5일제 전면 도입 등 여러 쟁점이 화산처럼 일제히 터져나올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노동계는 대대적인 세 과시로 존재감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명 한노총 위원장과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사무실에서 신년 방문 간담회를 하고 “최근 정부가 약속한 정년연장, 공무원·교원 정치 기본권 보장 등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며 “정부의 불확실한 태도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부분에 많이 분노하고 좌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 과정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양대노총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정부는 약속을 번번이 어기고 있다”면서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 현장의 산업안전 문제 등이 현장에 구현되기까지 여전히 많은 노력과 투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두 위원장은 다음 달 10일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 관련 원청교섭 대응책 마련,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노조할 권리 보장, 이재명 정부 노동정책 대응을 위한 양대노총 상호협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앞서 민노총은 이 달부터 반도체, 에너지 등 국가 기간산업 대기업은 물론 보건·교육·공공 부문 등 산업계 전반에 걸쳐 교섭 대상 원청을 선정하고, 3월 10일을 전후로 대규모 교섭 요구에 나선다는 계획을 최근 내부 공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등 대기업은 물론 한국전력, 병원, 백화점, 택배업계 등이 모두 교섭 요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원청이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파업은 물론 사법 대응까지 나선다는 방침이라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양대노총의 이런 의기투합이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작년 11월 ‘교섭단위 분리’ 카드를 꺼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의 틀 안에서 교섭단위 분리제도를 활용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지만, 노사 어느 한 쪽도 만족시키지 못한 채 양측의 반발만 샀다.
이 와중에 야당인 국민의힘은 최근 노란봉투법 1년 유예안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양대노조가 ‘공동투쟁’ 연대를 맺고 정부여당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만큼, 야당 역시 눈치를 안볼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여기에 최근 현대차 노조의 로봇의 생산공정 투입 반대 성명까지 나오면서 노사 갈등은 한층 더 고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자회사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을 시작으로 생산 거점에 단계적 도입하겠다고 밝히자, 현대차 노조는 “노사 합의 없이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며 현대차 노조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고, 이후 양 위원장은 올해 신년 간담회에서 “자동화·모듈화 등이 진행될 때 노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대안은 무엇인지 충분히 숙의되고 합의된 조건에서 전개되지 못했다. 일방적으로 사측에 의해 강요됐고, 정부는 사용자 편에서 권장했다”고 날을 세웠다.
여기에 만 64세 정년연장, 올해 시범 사업을 추진하는 주 4.5일제의 전면 도입 등도 노조가 목소리를 높이는 대목이다.
내달 10일 노란봉투법 시행과 맞물려 노사간 대대적인 임단협(임금·단체협상) 마찰이 예상되는 가운데,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겨 한국 수출 산업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양 위원장은 “노동자 일자리를 위협하는 피지컬 인공지능(AI) 도입과 산업전환의 문제 등을 대상으로 한 우리의 노력이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기후위기와 산업전환이 가속화되고, AI 발전과 고용위기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노동운동은 그전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우진·임재섭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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