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행정통합] ’보수 텃밭’ TK마저 외면하나…국민의힘, TK 통합 의지에 찬물

국민의힘이 '대구·경북(TK) 행정통합특별법'의 국회 처리를 두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TK 지역사회에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TK를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의원들과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서범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가 10일 국회에서 만나 TK 특별법 처리 방안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 없이 회의를 마쳤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중앙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TK는 각종 선거 때마다 국민의힘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온 이른바 '보수의 성지'이자, 국민의힘의 '정치적 텃밭'이다. 정권이 바뀌고, 정치 지형이 흔들릴 때도 TK 표심은 국민의힘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오랜 숙원인 TK 행정통합 앞에서 명확한 찬성 입장을 보이지 않는 국민의힘의 태도는 지역사회에 깊은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현재 대구시와 경북도는 물론, TK 시·도민들은 국민의힘이 당론 채택 또는 당 차원의 공식 지지선언을 통해 특별법 처리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광주·전남통합특별법'을 당론으로 발의한 상황에서 두 특별법안을 같은 선상에서 다뤄 2월 내 국회 통과를 이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특정 지역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지역 감정의 골이 깊기 때문에 형평성을 고려한 최소한의 정치적 균형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여전히 "논의 중"이라는 말만 반복할 뿐 결단을 미루고 있다.
정 정책위의장은 간담회 이후 취재진과 만나 "오늘은 의견 청취만 했다"며 향후 추진계획과 방안 등에 대한 설명도 없이 서둘러 자리를 떴다.
앞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김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가 중대사인 행정통합을 정부가 2월 내 처리로 정하고, 밀어붙이는데 부작용이 없겠나"며 특별법 통과에 제동을 거는 발언을 했다.
TK에서는 이를 두고 "신중함이 아니라, 시간 끌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결정을 유예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태도가 TK 지역 민심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TK 행정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이 아니라,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한 TK가 선택한 생존전략이다.
더욱이 광주·전남 통합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TK 통합에 머뭇거리는 모습은 지역 간 불필요한 감정 대립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이날 당 사무총장이 아닌 지역구 의원 입장으로 간담회에 참석한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고령·성주·칠곡)은 "(중앙부처의) 권한 이양과 절차를 다하지 못했다는 우려스러운 부분 때문에 대구·경북 통합을 이루지 못한다면, 결국 우리 세금으로 광주·전남 등 통합특별법이 통과된 지역에만 (재정)지원해 주는 형태가 된다"면서 "(정부에서) 돈 주겠다는데, 다른 곳만 받으면 지역민들은 '손해다, 아깝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광주·전남이 통합 이후 법 개정안에 조항 하나씩 처리해 나가며 권한을 받아내는 상황으로 가고, 우리(TK)는 권한 이양이 없다고 실기한 후 (통합)'틀'도 없으면 시·도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냐"고 반문했다. 국민의힘이 당장 6·3 지방선거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기 전에 같은 기준과 같은 원칙을 적용한 특별법을 추진한다면 TK, 광주·전남, 대전·충남 등이 동등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TK 통합을 둘러싼 국민의힘의 선택은 단순한 법안 처리 여부를 넘어 선거구와 주권자들을 대하는 당의 인식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국민의힘의 핵심 지지 기반인 TK를 위한 결단조차 내리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이 말하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TK지역 정치권에 밝은 한 인사는 "TK 의원, 중앙당, 시·도지사 후보들 모두가 정치적 셈법에 따른 주판알 튕기기에만 여념이 없다"면서 "통합특별법도 아닌 강원도특별법 개정을 요구하며 삭발한 김진태 강원도지사 결기의 반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이상훈 기자 hksa70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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