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개혁파 정치인 줄체포…이슬람 정권, ‘대통령 지지 세력’ 자르고 내부 옥죄기

이란 정부가 개혁파 정치인 최소 7명을 체포했다. 이슬람 정권이 중도개혁파 대통령을 고립시키고, 내부 장악의 고삐를 더 틀어쥐겠다는 대내외적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 9일(현지시각) 보도를 보면, 이란 정부는 전날부터 최소 7명의 개혁파 정치인을 체포하고, 7명을 법정에 소환했다. 아자르 만수리 개혁전선 대표, 모흐센 아민자데 전 외무부 차관, 에브라힘 아스가르자데 전 국회의원 등이 8일 체포됐다. 이어 가택연금 중인 미르 호세인 무사비 야권 대통령 후보의 선거 책임자 고르반 베자디안 네자드, 자바드 에남 대변인, 알리 샤쿠리라 전 국회의원, 호세인 카루비가 9일 보안군에 끌려갔다. 이란 사법부 수장 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는 “당국이 시오니스트 정권과 미국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활동을 하던 4명을 체포했다”고 사법부 산하 미잔 통신에 밝혔다.
이들에 대한 신병 확보는 개혁파 정치인들이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한 직후에 이뤄졌다. 8일 체포된 아자르 만수리 개혁전선 대표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성명은 “우리는 사랑하는 이들의 피가 잊히거나 진실이 어둠 속에 묻히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권력도, 어떤 정당화도, 어떤 시간의 흐름도 이 거대한 비극을 씻어낼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도개혁파인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의 지지 세력이던 개혁파의 주요 정치인들이 체포되면서, 이란 이슬람 정권이 내부 탄압이 더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체포된 알리 샤쿠리라 전 국회의원은 “최고 지도자를 설득해 페제슈키안 대통령에게 권력을 넘겨주도록 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라 말한 것이 최근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유포됐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담당 선임 분석가 알리 바에즈는 “정권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생존을 위해 싸울 의지가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며 “국내적으론 어떤 형태의 반대 의견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여전히 막강한 통제력을 갖고 있단 메시지를 국외에 보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란 정부는 미국과의 타협안으로 60% 고농축 우라늄을 저농도로 희석하는 방안을 내비쳤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와 이스나 통신 보도를 보면, 9일 모하마드 에슬라미 이란 부통령 겸 원자력청장은 기자들과 만나 60%로 농축된 우라늄을 희석하는 방안과 관련해 “이는 모든 제재의 해제 여부에 달렸다”라고 말했다.
에슬라미 부통령은 이란이 비축한 것으로 추정되는 60% 농축우라늄 400㎏을 국외로 반출하는 것에 대해선 “압력을 가하는 세력에 의한 추측성 보도”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란에 핵농축을 완전히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미국이 기존의 농축우라늄 재고를 줄이는 정도의 타협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기한 2015년 이란 핵협상에선 이란에 원자력 발전을 위한 3.67% 농축까지는 허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깨버린 핵협상 보다 더 엄격하게 제한하는 요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0일 출국해 11일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과 핵협상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이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을 상대로 핵농축 금지, 탄도 미사일 사거리 300㎞ 제한, 역내 대리세력 지원 중단을 관철해야 한다고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측근인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의장 알리 라리자니는 10일 오만 무스카트를 방문해 왕실 장관인 술탄 빈 모하메드 누마니를 만났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오만에선 지난 6일 8개월 만에 미국과 이란 사이의 고위급 회담이 열린 바 있다. 이날 하메네이는 이달 11일인 1979년 이슬람 혁명 기념일을 앞두고 “나라의 힘은 미사일이나 전투기보단 국민의 의지와 굳건함에 달려 있다. 이를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적을 좌절시켜라”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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