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돈 내던 美 헤드헌팅 … 이젠 구직자가 돈 써야 취업
취업 알선업체로 인파 몰려
매칭땐 월급 10~20% 지불
백악관 "신규고용 크게 줄것"
12월 소매판매 증가 '0%' 정체

대니얼 베하라노 씨(36)는 지난해 고용업체 리퍼(Refer)에 가입했다. 상당 기간 구직 전선에 뛰어들었던 그에게 리퍼의 인공지능(AI) 에이전트는 인력관리 기업 골든(Golden)의 경영진을 연결해줬다. 그는 인터뷰를 거쳐 데이터 분석가로 채용됐다. 첫 달 월급이 입금되자마자 그는 20%를 수수료로 지급했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고용한파가 지속되면서 급기야 구직자들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이른바 역리크루팅(Reverse Recruiting) 업체가 성행하고 있다. 경기 둔화로 일자리 자체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통상 기업들이 리크루팅 업체에 비용을 지급하고 구인에 나섰는데 이젠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AI 확산으로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든 데 따른 신종 트렌드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평균 구직 기간은 6개월에 달한다. 최근 물류 업체 UPS,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 등에서 대규모 정리해고가 잇따르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역리크루팅 업체들은 취업에 성공한 구직자로부터 연봉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거나 여러 기업에 지원서를 대신 제출해주는 대가로 일정 비용을 받는 경우도 있다.
리퍼는 현재 20여 개 명문대 출신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안드레이 햄라 리퍼 최고경영자(CEO)는 "하루 20건 이상 일자리 매칭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 2000여 개 기업이 플랫폼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리버스 리크루팅 에이전시는 구직자에게 매달 1500달러의 회비를 받는다. 커리어 코칭과 이력서 작성을 도와주고 매주 최대 100건의 지원서 제출을 대신해 준다. 일자리 매칭이 성사되면 첫해 연봉의 10%를 수수료로 받고 그동안 냈던 회비를 차감해준다. 첫 3개월간 면접 기회를 9번 얻지 못하면 환불해 주기도 한다.
앨릭스 신카로프스키 리버스 리크루팅 에이전시 대표는 "어떤 이들은 시간이 없어서, 어떤 이들은 장기간 실업 상태에서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우리를 찾는다"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역리크루팅 업체들이 구직자들을 대신해 대량으로 지원서를 뿌리는 방식은 실제 취업 성공률이 낮다는 것이다. 임원 서치 펌인 '퍼플 골드 파트너스' 설립자 켄 조던은 "과거에도 커리어 코칭 비용을 받는 경우가 있었지만 리버스 리크루터는 드문 사례"라고 지적했다. 절실한 구직자를 대상으로 자칫 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례적인 채용시장 트렌드는 실제 일자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가뜩이나 고용 둔화 상황에서 향후 몇 달간 신규 고용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조 바이든 정부 시절만 해도 신규 고용은 2023년 월간 25만1000건, 2024년에는 16만건에서 17만건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11~12월 비농업 고용은 평균 5만300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과거 고용 호황기에 비하면 4분의 1 토막이 난 상황이다.
해싯 위원장은 이러한 고용 둔화에 대해 이민자 감소와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1인당 생산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고용이 적어도 높은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보다 낮은 고용 수치가 나오더라도 당황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당장 이달 11일 발표되는 올해 1월 비농업 고용 수치는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의 작년 12월 소매 판매는 제자리걸음하며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나타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소매판매액이 7350억달러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변동이 없었다고 발표했다. 소비 부진은 전반적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해 11월엔 '블랙 프라이데이'와 '사이버 먼데이' 등 대형 할인행사가 겹치며 소매판매가 0.6% 증가한 바 있다.
[뉴욕 임성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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