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매에 IT주보다 비싸진 산업주…기술주 줍줍 괜찮을까[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6. 2. 1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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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지수가 9일(현지시간) 0.9% 올라 이틀째 반등세를 이어가며 지난주 하락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다우존스지수는 0.04% 강보합에 그쳤지만 올들어 6번째 사상최고가 경신 기록을 세우며 순환매도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올들어 미국 증시를 이끄는 테마는 지난 3년 이상 랠리를 주도하며 고평가된 기술주에서 구경제주로의 급격한 순환매다. 이 결과 나스닥지수는 올들어 0.9% 하락한 반면 다우존스지수는 4.3% 상승했다. 기술주 비중이 나스닥지수보다는 낮고 다우존스지수보다는 높은 S&P500지수는 올들어 1.3% 올랐다.

캐터필러 최근 6개월간 주가 추이/그래픽=이지혜


이에 대해 CNBC는 "투자자들이 21세기 혁신기업을 팔고 19세기 구경제 기업을 사고 있다"며 "희소한 실물 필수품을 생산하는 자산 집약적 기업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흐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다우존스지수 편입 종목인 중장비업체 캐터필러와 클라우드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엇갈린 주가 흐름이다.

시가총액이 아니라 주가 가중 방식으로 산출되는 다우존스지수는 올들어 2052포인트 상승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에 육박하는 985포인트가 캐터필러의 기여분이다. 캐터필러의 다우존스지수 상승분은 거물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세일즈포스의 하락분 각각 529포인트와 472포인트를 합한 것과 거의 같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세일즈포스의 하락 압력에 맞서 캐터필러가 다우존스지수를 5만선 돌파로 이끈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최근 6개월간 주가 추이/그래픽=이지혜


S&P500지수에서도 올들어 가장 수익률이 좋은 섹터는 에너지다. S&P500 기초소재 섹터 내 농산물 하위 섹터는 올들어 20% 뛰어올랐다. 아울러 대표적인 구경제 산업인 철도주는 지난 2주간 13% 급등해 눈길을 끌었다.

이같은 순환매는 AI(인공지능)에 대한 열광으로 소수의 기술기업에 시가총액이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우려를 누그러뜨리는 건전한 조정으로 해석된다. 아메리프라이즈의 최고 시장 전략가인 앤서니 사그림빈은 "우리는 시장이 지금 건강한 순환매에 있다고 본다"며 "투자자들이 AI 테마를 넘어 기회를 찾는 것은 적절하며 좀더 다양한 섹터들이 랠리에 참여하면서 중단기적인 기술주 조정에도 S&P500지수 같은 폭넓은 지수는 (사상최고가 부근에서) 잘 버티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기술주에서 자금을 끌어모은 구경제 섹터가 향후 얼마나 주가 상승 여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형 가치주의 밸류에이션도 이제는 싸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S&P500 가치 ETF(IVE)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최근 19배를 넘어섰는데 IVE의 밸류에이션이 이렇게까지 높아지기는 극히 이례적이다. S&P500지수의 선행 PER은 22배다.

PER이 확대됐다는 것은 향후 이익 성장세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따라서 가치주들의 이익이 계속 시장 예상을 웃돈다면 밸류에이션 상승은 문제 될 것이 없다. 다만 가치주가 성장주에 비해 크게 저평가됐다는 논리는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특히 캐터필러 등이 포함돼 있는 S&P500 산업재 섹터의 선행 PER은 약 2주 전부터 S&P 정보기술(IT) 섹터보다 더 높아졌다. 지난 10년 동안 산업주의 밸류에이션이 기술주보다 더 올라간 경우는 일시적으로 몇 번에 불과했다.

이는 AI로 인해 저렴하게 거의 무한정 생산이 가능해 공급 과잉과 경쟁 격화에 직면한 소프트웨어 같은 섹터에서 가스터빈과 항공기 엔진, 전력 장비 등 수년간 생산 제약이 예상되는 섹터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주 VS 산업주 선행 PER 추이/그래픽=윤선정

비기술 섹터로 자금 유입 급증
도이치뱅크는 이런 흐름에 따라 비기술 섹터로의 자금 유입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난 6일 전했다. 도이치뱅크는 "올들어 5주 동안 기술주를 제외한 섹터로 유입된 자금은 650억달러로 사상 최대였다"며 "이는 2025년 한 해 전체의 유입액 약 500억달러를 넘어서는 규모"라고 밝혔다.

이같은 자금 흐름은 할인점인 월마트의 선행 PER이 45배까지 치솟은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23배, 세일즈포스는 15배에 불과한 현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모든 기술주들이 고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AI 인프라 구축이 지속되며 수요 급증에 따라 공급 부족을 겪고 있는 메모리 회사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나 데이터 저장장치 회사인 샌디스크는 올해 들어서도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고민은 지금 순환매에 동참하기엔 구경제주의 밸류에이션이 많이 높아졌다는 점과 그렇다고 밸류에이션이 급락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기술주를 사기엔 향후 AI 발전에 따른 수익모델 훼손과 대규모 자본지출에 따른 수익성 우려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다만 빅테크 주도로 계속되고 있는 대규모 설비투자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하는 재정적자로 유지되는 대대적인 재정지출,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 기업들의 긍정적인 실적 등을 감안할 때 미국 증시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게 대다수 월가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코카콜라·로빈후드 실적 발표
어닝 시즌이 약 3분의 2가량 진행된 가운데 S&P500 기업의 70%가 매출 전망치를 상회했고 75%는 이익 전망치를 넘어섰다.

10일엔 개장 전에 코카콜라와 클라우드 통합 모니터링 기업인 데이터독이 실적을 발표한다. 장 마감 후에는 자산 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와 자동차회사 포드가 실적을 공개한다. 이날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10시30분)에는 지난해 12월 소매판매가 나온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테이비스 맥코트는 "이번주는 고용지표(11일)와 소비자 물가지수(13일)가 발표되는 중요한 경제 주간"이라며 "우리는 경제지표상 골디락스 환경이 계속해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골디락스는 경제가 과열되지도 않고 부진하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에 있다는 의미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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