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데이터 아닌 시나리오로 봉쇄된 수원, 책임 회피한 지역정치와 행정

경기일보 2026. 2. 1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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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교재 경기도조정협회장 겸 유연에이에프 대표이사

수원은 집값이 폭등해서 규제된 도시가 아니다. 그당시 폭등하지 않았고, 폭등이 결정된 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폭등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먼저 봉쇄됐다. 지난해 10월 15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의 논리 구조에 의한 결론이다.

정부는 10·15 대책 발표 과정에서 “주택가격 상승세가 확산하고 있다”, “매매거래량 증가세가 주변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추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표현을 반복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특정 지역의 급등이나 과열을 지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언어는 ‘결과’가 아니라 ‘가능성’에 맞춰져 있었다. 이는 이번 규제가 사후 대응이 아니라, 서울 규제 이후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 기초한 사전 차단이었음을 드러낸다.

이 판단의 전제는 ‘풍선효과’다. 서울을 규제하면 수요는 사라지지 않고 이동한다는 인식이다. 그래서 정부는 서울 전역뿐 아니라, 서울과 인접하고 출퇴근이 가능하며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수도권 대도시를 함께 묶는 방식을 택했다. 정부가 직접 밝힌 ‘풍선효과 차단’이라는 정책 목표는 이 논리 흐름에 따른 것이다. 이 흐름 속에서 수원은 ‘이미 오른 도시’가 아니라, ‘상승 흐름의 경로’로 분류됐다.

문제는 이 판단이 실제 데이터와 얼마나 부합했느냐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10·15 대책의 영향이 본격화한 지난해 11월 첫째 주부터 올해 1월 둘째 주까지 10주간, 경기도 내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0.93%로 집계됐다. 고강도 규제로 도내 지자체 12곳의 거래가 제한됐음에도, 대책 이전 10주간 상승률(0.66%)보다 오히려 오름폭이 커졌다. 규제가 가격 상승을 억제했다기보다, 최소한 상승 흐름을 꺾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의미다.

더 역설적인 점은 이 상승세를 주도한 곳이 다름 아닌 규제지역 자체였다는 사실이다. 규제 대상인 경기도 12곳 가운데 용인시 수지구(4.25%), 성남시 분당구(4.16%), 과천시(3.44%), 광명시(3.29%), 안양시 동안구(2.76%), 하남시(2.76%), 의왕시(2.39%), 수원시 영통구(1.95%) 등 11곳이 경기도 평균 상승률을 웃돌았다. 규제지역 중 평균 아래에 머문 곳은 단 한 곳, 수원시 장안구(0.48%)뿐이었다.

이 지점에서 수원은 정부 정책 실패의 희생양임이 명백해졌다. 그 첫 번째 사례가 바로 장안구다. 장안구는 규제 대상에 포함됐음에도 같은 기간 경기도 평균은 물론, 다른 모든 규제지역보다도 훨씬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시 말해 장안구는 ‘억제해야 할 급등 예상 지역’이라는 전제와 가장 거리가 먼 지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통·팔달과 함께 일괄 규제되면서 토지거래허가, 대출 제한이라는 가장 강한 규제 부담을 동일하게 떠안았다. 가장 안정적이었던 지역이, 가장 강한 규제를 받은 셈이다.

두 번째 사례는 규제 집행 방식의 구조적 결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바로 ‘매교역 팰루시드’다. 이 단지는 같은 단지, 같은 평형, 같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행정구 경계 하나로 규제 여부가 갈렸다. 팔달구에 속한 일부 동은 토지거래허가 대상이 되어 주택담보대출 LTV가 40%로 제한됐고, 권선구에 속한 동은 비규제 지역으로 분류돼 70%까지 가능했다. 이는 정책 효과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 편의가 만들어낸 인위적 시장 왜곡이다. 규제가 시장을 안정시키기는커녕, 단지 내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전반에 차별과 혼란을 만들어냈다.

이 두 사례는 우연이 아니다. 정책 판단은 생활권과 수요 이동을 기준으로 이뤄졌지만, 실제 집행은 행정구 경계를 기준으로 이뤄진 데 따른 명백한 정책 실패다. 그 결과 수원은 실제 가격 움직임과 무관하게 묶였고, 그중에서도 장안구민은 가장 억울한 피해자가 되었으며, ‘매교역 팰루시드’는 겪지 않아도 되는 혼란을 감내해야 했다. 결국 수원은 데이터에 근거해 규제된 도시가 아니라, 서울 규제 이후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는 예측 시나리오를 가장 거칠게 적용받은 것이다.

사전 규제 자체가 항상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전 규제일수록 집행은 정밀해야 한다. 그 정밀함이 무너진 순간, 정책은 안정이 아니라 불공정을 낳는다. 지금 수원에서 벌어진 일은 바로 그 전형적인 사례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규제에 따른 비용 부담 구조다. 토지거래허가제는 가격이 많이 오른 주택만을 골라 적용하는 제도가 아니다. 집값 변동이 크지 않은 단지까지 포함해 허가 신청, 실거주 증빙, 행정 처리 기간, 대출·잔금 일정 불확실성 등 확정적인 거래비용을 발생시킨다. 반면 가격 안정이라는 정책 효과는 앞선 통계에서 보듯 불확실하다. 실제로 토허제 이후 수원 내 규제 지역은 거래가 급감하며 시장이 멈췄지만, 가격이 뚜렷하게 안정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는 안정이 아니라 ‘경직’이다. 정책학적으로 가장 불합리한 구조, 즉 ‘불확실한 편익과 확정적 비용’이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 심각한 문제는 수원시의 태도다. 규제의 효과는 불확실한 반면, 비용은 분명하게 시민에게 전가되고 있음에도, 이 과정에서 권한을 위임받은 수원시와 지역 정치권의 실질적 역할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와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수원시가 중앙정부에 이번 규제의 타당성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았거나, 실거래·상승률 데이터를 근거로 재검토를 요청했거나, 토지거래허가제 집행으로 발생하는 실수요자 피해를 완화하기 위한 구체적 보완책을 제시했다는 기록을 찾기 어렵다. 오히려 정책의 문제점을 짚고 시민의 혼란을 설명하기 위해 지역 언론만 분투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중립이라기보다 책임의 공백에 가깝다. 사전 통제라는 정책 결정으로 인해 금융·행정·거래 비용이 현실화되고 있음에도, 이를 공식적으로 문제 삼거나 시민의 부담을 대변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인으로서 수원시와 지역 정치권이 수행해야 할 설명·조정·요구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정한 정책이라 해도, 책임 있는 지방정부가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것이 바로 자치권을 지닌 지방정부의 기본 책무다.

첫째, 수원시는 실거래·상승률·거래량 데이터를 근거로 한 공식 재검토 요청을 했어야 한다. 수원이 실제 폭등 지역이 아니라 ‘가능성 경로’로 묶였다는 점은 통계로 확인된다. 이를 수치로 정리해 재평가를 요구하는 것은 규제 철회를 주장하는 정치적 공세가 아니라, 정책 판단의 전제와 결과가 어긋났음을 바로잡는 행정 절차다.

둘째, 행정구 경계로 인해 같은 단지 내에서 규제가 갈리는 문제에 대한 제도 개선을 공식 건의했어야 한다. 동 단위·단지 단위 적용, 동일 사업지 일괄 적용 원칙은 규제 완화가 아니라 규제 집행의 정합성을 요구하는 납득가능한 제안이다. 이 요구조차 없었다는 점은 집행 과정의 불공정을 방치했다는 의미다.

셋째, 토지거래허가제 집행으로 실수요자에게 행정·금융·거래 비용이 발생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했어야 한다. 피해를 공적 언어로 규정하지 않는 한, 어떤 보완책도 출발할 수 없다. 침묵은 문제의 부재가 아니라 문제 인식의 부재로 읽힌다.

넷째, 허가 지연과 금융 일정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리스크 완화 대책을 제시했어야 한다. 전담 창구 설치, 처리 기한의 명확화, 금융기관과의 협의 가이드, 기준의 표준화는 중앙정부 권한이 아니라 지자체가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이다. 이는 규제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규제로 인한 비용을 관리하는 행정의 영역이다.

다섯째, 사전 규제 지역에 대한 정기적 효과 평가와 공개를 요구했어야 한다. 언제까지, 어떤 기준으로 규제가 유지·조정되는지조차 설명되지 않는 정책은 책임 행정이라 할 수 없다. 평가 없는 사전 통제는 예방이 아니라 방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확인되는 수원시의 입장은 “중앙에서 정한 규제라 어쩔 수 없다”는 취지의 설명뿐이다. 이는 대리인으로서의 책임 회피다. 수원은 폭등 지역도 아니고, 정책 수혜 지역도 아니다. 위험 시나리오의 완충재로 선택됐을 뿐이며,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비용과 피해는 시민에게 집중됐다. 중앙정부는 “예방적 조치”라고 말하고, 지자체는 “집행만 할 뿐”이라고 잡아뗀다. 그 사이에서 시민은 왜 규제대상이 됐는지, 실제로는 언제 해제되는지, 어떤 보완이 가능한지 설명받지 못한 채 불확실성과 혼란, 그리고 수반하는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원의 지역 정치는 누구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있는가. 정치는 중앙의 결정을 전달하는 중계 통로가 아니다. 중앙의 판단이 지역 현실과 어긋날 때, 그 간극을 설명하고 조정하며, 필요하다면 수정과 보완을 요구하는 것이 지역 정치의 존재 이유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해명이 아니라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다. 중앙의 언어를 반복하는 뻐꾸기 정치가 아니라, 수원과 수원시민의 언어를 더 크게 퍼트리는 확성기 역할을 해야 한다. 실제 데이터에 근거해 말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며, 중앙정부를 향해 정당하게 요구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수원은 부동산 폭등 도시가 아니다. 수원시민은 정책 실험의 완충재도 아니다. 그럼에도 침묵이 계속된다면, 문제는 더 이상 정책을 잘못 만든 정부가 아니라 수원을 대변하지 않는 지역 정치 그 자체가 된다.

데이터가 아니라 시나리오로 봉쇄된 도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책임을 다하지 않은 정치와 행정. 지금 수원이 마주한 문제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수원 시민들께서 알고 싶은 것은 집 값이 아니다. ‘누가 수원 시민의 편에 서서,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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