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클러스터 지역 맞춤형 분산 전략으로 효율과 안전 다잡아야
새만금 재생E 설비 생산, 영남 테스트 공정
산업 분산·특화로 균형성장 꾀할 필요 대두

총 1000조 원 규모로 조성 예정인 경기도 용인 반도체 집적단지(클러스터)를 유지하되 전북 새만금과 영남권에는 재생에너지 설비 생산과 반도체 패키징·테스트 공정 등 특화된 역할을 부여한 분산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경덕 포항공대 물리학과·반도체공학과 교수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K-반도체 트라이앵글 국회 연속토론회' 발제자로 참여해 이 같은 대안을 제시했다.
경기 남부권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평택·화성·용인·이천·안성·성남 판교·수원 등에 밀집한 반도체 기업과 기관을 아우르는 것으로 2023년 발표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조성하기로한 'K 반도체 벨트', 윤석열 정부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처인구 이동읍과 남사읍 일대에 지정한 '국가첨단산업벨트 조성계획'을 더했다.
삼성전자가 남사에 390조 원, SK하이닉스가 원삼에 122조 원 각각 시스템-메모리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평택 고덕 반도체 캠퍼스 증설에 120조 원, 용인 기흥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증설에 20조 원 추가 투자 방침도 밝혔다.
박 교수는 이날 '한국 반도체 산업단지, 오해와 쟁점'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전문 인력 수용과 공급망 확보, 지식 낙수효과 등 장점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너무 작은 수도권 지역에 모여 있다는 점은 산업안보 차원에서 매우 불안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한 사례로 대만을 들었다. 그는 "대만도 처음에는 신주 단지 위주로 선택과 집중을 했지만 산업 클러스터 리스크가 커지면서 타이중에 소부장 중심의 보완 클러스터를 만들고, 3나노·5나노 공장은 타이난으로 분산했다"고 말했다. 이는 "지진 등 자연재해 위험을 줄이면서도 국가균형성장, 전력과 용수 같은 기반시설 병목을 방지할 정책적 합의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대만 최대 반도체 기업 TSMC 역시 다지점 투자와 전략적 중복은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었다"라며 "클러스터를 모아두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으나 자연재해, 지정학적 긴장, 에너지공급 제약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었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한국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견해다. 특히 전력과 용수 문제를 수도권 집중의 가장 큰 한계로 지목했다. 그는 "지금 필요하다고 언급되는 전력이 15기가와트(GW)인데 이는 원전 15기를 새로 짓는 수준"이라며 "기술적·비용적으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용수와 관련해 "수도권은 한강 용수 의존도가 높지만, 낙동강과 영산강은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다"며 지방 분산의 실질적 이점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를 토대로 "수도권(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는 에너지와 용수를 다 수용할 수 없기에 지방 분산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다만 현재 (클러스터의)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지방으로 분산하는 미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수도권을 선단 공정과 연구 중심지로 유지하고, 지역 거점별로 특화된 역할을 배분하는 이원화 전략을 펼쳐 전국적 균형과 공급망 탄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가균형성장과도 연결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허성무(더불어민주당·창원 성산)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 지적한 내용을 보면 국가첨단전략산업 관련 민간투자 718조 원 가운데 약 90%인 648조 원이 수도권에 집중됐다. 2047년까지 예정된 반도체 투자는 경기 용인·평택에만 622조 원이 몰렸고 바이오 분야도 인천과 경기 시흥에 26조 원 이상이 배치됐다.
같은 상임위 김종민(무소속·세종 갑) 의원이 정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통해 첨단산업과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에 투자하기로한 620조 원 중 562조 원이 경기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에 집중됐다. 반도체 분야 투자액 98% 이상이 경기 남부에 몰린 셈이다. 2024년 6월 지정된 바이오 특화단지도 전체 36조 원 중 25조 7000억 원이 인천 송도에 배정됐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허성무 의원은 "집중과 집적의 이익이 크다. 그 효율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면서도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 한계를 넘어서면 역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김두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