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칠로 쌓아올린 수행자의 시간

이향휘 선임기자(scent200@mk.co.kr) 2026. 2. 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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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마음 '심(心)'자가 벽에 걸렸다.

이번 전시는 옻칠회화 신작과 옻칠염색·도자불상·도자대장경판 등 150여 점을 선보인다.

스님은 9일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원래 미술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항상 자격지심이 있어 그림을 남에게 내놓기가 어려웠다"며 "서양화가 어떤가 싶어 50여일간 피카소를 비롯해 서양화 답사를 간 적이 있다. 별거 아니구나 느끼고는 해볼 용기가 생겼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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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종정 성파스님 개인전
5월 말까지 경기도박물관서
옻칠회화·도자 불상 등 전시
"세상 만물은 空으로 돌아가
과욕 삼가고 평상심 회복을"
옻칠회화 2025-020. 경기도박물관

붉은 마음 '심(心)'자가 벽에 걸렸다. 평생 마음을 수행한 노스님이 그린 옻칠 회화다. 조계종 종정 성파스님(87)의 개인전이 경기도박물관에서 '성파선예: 성파스님의 예술세계'라는 이름으로 열린다. 2년 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에 감명받은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제안으로 시작된 전시라고 한다.

이번 전시는 옻칠회화 신작과 옻칠염색·도자불상·도자대장경판 등 150여 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수행자로서의 성파에 더 방점을 찍었다. 1990년에 완성했던 도자삼천불 가운데 35점이 전시장에 나와 있으며 2000년에 완성한 16만 도자대자경 중 일부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스님은 9일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원래 미술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항상 자격지심이 있어 그림을 남에게 내놓기가 어려웠다"며 "서양화가 어떤가 싶어 50여일간 피카소를 비롯해 서양화 답사를 간 적이 있다. 별거 아니구나 느끼고는 해볼 용기가 생겼다"고 토로했다.

그의 옻칠 사랑은 각별하다. 옻은 방수성과 내구성이 탁월한 재료다. 물 속에 그림을 통째로 집어넣는 수중 전시도 가능하다. 스님은 "옻칠을 할 때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며 "어떤 의도도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붓을 들어 인위적으로 그리려하지 않고 옻이 물처럼 흐르고 바람에 날리게 그냥 둔다. 자연과 무의식에 철저히 맡기는 셈이다. 이 결과 기하학적인 문양과 강렬한 색면 추상이 탄생한다.

그는 서양과 동양 예술의 차이점을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반가사유상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서양에서 보는 관점은 내가 사물을 응시하고 사물의 느낌을 표현한다면, 동양은 반가사유상처럼 밖을 쳐다보는 게 아니라 내심(內心)의 미소, 깨달음의 미소입니다. 자기도 모르는 미소가 저절로 나오는 거지요. 동양의 철학과 예술이 서양 못지않습니다."

수행자의 그림이기에 무채색이 많을 것 같지만 의외로 강렬한 붉은색과 노란색 등 원색이 도드라진다.

스님은 "붉은색은 태양을 의미한다. 가장 추운 동지에 팥죽을 먹는 것도 양으로 음을 대체하는 의미가 있다"며 "너무 춥고 음이 성하니까 양이 그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희미한 색은 싫다"며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스님은 자신을 "통도사에서 평생 산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그의 그림은 도(道) 닦는 사람이 그린 그림이기에 차별화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성파스님이 빚은 도자기 '석가여래'

"물론 나뿐 아니라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 전부 다 도를 닦고 있지요. 우리 모든 인생은 우주 진리에 근거해서 성주괴공(成住壞空)을 하고 있어요. 처음에 이루어졌다가 존재했다가 쇠퇴하다가 공(空)으로 돌아갑니다." 스님은 "평상의 마음이 도"라며 "모두는 세월의 비행기를 타고 있다. 특별한 게 없다. 모두 늙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상심을 가지는 것은 늘 순조롭게 가는 건데 태풍이나 폭우 등 이변이나 삶의 고비가 있다"면서 "자신이 자초한 게 많다. 쉽게 말해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난다"고 말했다.

"평상시에 고장이 생기는 것은 과욕이나 하여튼 지나칠 과(過)자가 붙기 때문이에요. 술도 과음이 문제고 음식도 과식이 문제고 무슨 욕심도 과욕이 문제입니다. 그냥 과(過)만 없으면 다 평상심으로 살 수 있어요."

벽에 걸린 작품 중에 유독 붉은 옻칠로 화폭 가득 그려낸 '심(心)자가 가슴에 콕 박힌다. 현대인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까. "수행자의 마음은 모자람도 지나침도 없는 마음입니다. 저울의 균형이 무너지는 걸 자신이 먼저 알고 깨닫고 멈춰야 합니다. 내심(內心)의 문제지요." 전시는 5월 31일까지.

[용인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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