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스토리]호남대 이종상 계장 "홍보는 보여주는 일이 아니라 신뢰를 쌓는 일"
렌즈 뒤에서 묵묵히 쌓아온 대학의 얼굴
유니버시아드부터 캠퍼스 밤하늘까지
"기록으로 대학 이미지 만들어온 시간"

카메라 셔터 소리보다 먼저 사람의 얼굴을 살폈다. 행사장의 동선, 학생들의 표정, 교수의 손짓 하나까지. 렌즈를 들기 전부터 장면을 읽는 시선은 17년째 변함이 없다. 호남대학교 홍보실 이종상 계장이 교육부가 선정한 '2025년 홍보 분야 유공 표창 대상자'로 이름을 올린 이유다.
이종상 계장은 2008년 호남대학교에 입사해 사진 홍보를 시작으로 대외 협력, 대학 신문 발간 등 대학 홍보 전반을 맡아왔다. 처음 홍보 업무를 맡았을 당시 그는 '홍보'란 그저 널리 알리는 일쯤으로 생각했다. 홍보 사진 역시 촬영 버튼만 누르면 되는 일이라 여겼다. 하지만 현장은 달랐다. 사전 준비와 현장 운영, 이후 확산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길었고, 결과는 늘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잘해도 티가 나지 않는 일이 홍보였다.
17년이 지난 지금, 그는 "연차가 쌓인 지금이 오히려 더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 않으면 바로 드러나고, 제대로 하려면 끝이 없는 일이 홍보라는 것이다. 언론 대응은 물론 수험생과 학부모, 지역사회까지 고려해야 할 이해관계자가 늘었고, 보도자료·사진·영상·광고·SNS·이벤트 등 홍보의 영역도 계속 확장됐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홍보의 책임은 더 무거워졌다.
이 계장의 홍보는 늘 '사람 중심'이었다. 사진 한 장을 찍더라도 격식보다 참여자의 표정을 먼저 담았고, 기사 한 줄을 쓰더라도 대학 구성원이 어떻게 비칠지를 고민했다.
그는 "홍보는 보여주는 일이 아니라 신뢰를 쌓는 일"이라며 "작은 기록 하나가 대학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책임감으로 임해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장형 홍보인의 면모는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그는 당시 호남대 학생기자들과 함께 세계 대학생 LTE 온라인 방송 '유니브로'를 운영하며 대회 현장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더운 여름, 하루 4~5시간 잠을 자며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일정이었다. 결혼을 몇 달 앞두고 홀로 준비를 감당해야 했던 예비 신부에게는 미안함이 남았지만, 학생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세계와 소통하는 장을 열었다는 보람이 더 컸다. 이 공로로 그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외부에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순간도 있다. 2019년 겨울, 대학 정문 지구본과 밤하늘의 별궤적을 함께 담기 위해 20일 넘게 저녁부터 새벽까지 캠퍼스를 지켰다. 변수와 시행착오가 반복됐지만, 완성된 사진은 대학을 대표하는 이미지 가운데 하나로 남았다. 그는 "요즘은 AI로 몇 초 만에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때는 하늘을 기다리며 기록해야 했다"고 돌아봤다.
현재 그는 한국대학홍보협의회 이사로 활동하며 대학 홍보 현장의 목소리를 잇고 있다. 이번 교육부 표창 역시 협의회의 추천으로 이뤄졌다. 개인의 성과를 넘어, 대학 홍보 실무가 지닌 전문성과 공공성이 함께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는 후배 홍보 실무자들에게 "홍보는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을 남긴다. 좋은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알려지기 어렵지만, 좋지 않은 소식은 소리 없이 퍼진다는 것이다.
이종상 계장은 "본전을 하기 위해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며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키우고,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렌즈 앞에 서는 일은 거의 없지만, 그의 시선이 담긴 장면들은 대학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남는 기록. 이종상 계장의 17년은 그렇게, 기록으로 대학의 이미지를 만들어온 시간이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