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학원 성범죄 경력조회 ‘혼선’…예방 막히고 행정은 뒷짐

이봉한 기자 2026. 2. 1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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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조회 제한 지침에 발급 지연, 학원장 “법 허용에도 현장선 제동”
교육청·경찰·여가부 지침 엇갈려 현장 혼란 가중, 안내 부족도 도마
▲ 구미경찰서.

구미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A원장이 '성범죄 및 아동학대 범죄 경력 조회'를 위해 경찰서를 찾았다가 발급이 지연되는 일을 겪으면서 아동 안전을 둘러싼 제도 운영의 혼선이 도마에 올랐다.

학원생과 학부모의 불안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종사자 전원의 범죄 경력을 확인하려 했지만, '최초 취업 시 조회 원칙'과 '반복 조회 최소화'라는 행정 해석이 적용되면서 절차가 제동이 걸렸다는 것이다.

A원장은 "교육청 정기 감사 때마다 수시 확인을 권고받아 왔다"며 "학부모 신뢰를 위해 미리 점검하려 했을 뿐인데 왜 제도에 가로막혀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위임장을 작성해 부원장을 보냈지만 서류는 반려됐고, 결국 직접 방문해 항의한 뒤 성평등가족부 담당자와의 통화를 거쳐서야 조회가 가능했다. 1시간 30분 넘는 실랑이 끝에 처리됐으며, 사실상 하루 업무를 허비한 셈이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와 제57조는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의 장이 종사자에 대해 본인 동의를 받아 성범죄 경력 조회를 요청하도록 하고, 요청을 받은 기관은 회신서를 발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법에는 '취업 중인 자'도 조회 대상에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성평등가족부 지침을 근거로 반복 조회를 제한하면서, 상위법이 허용한 추가 확인조차 사실상 제약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경찰은 "성평등가족부 지침과 내부 매뉴얼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고 있으며, 최초 취업 시 조회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교육청이 연 1회 일괄 점검을 실시하고 있는 만큼, 법과 지침 범위 내에서 가능한 사항에 한해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평등가족부 관계자도 "무분별한 반복 확인은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A원장이 법 조항을 근거로 '취업 중인 자' 역시 조회 대상임을 설명하자, 결국 법상 가능하다는 취지로 정리돼 조회가 이뤄졌다는 게 A원장의 주장이다.

교육청의 대응 역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구미교육지원청은 매년 1회 정기 점검을 실시하고, 결과를 아동권리보장원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점검 사실이나 결과에 대한 시설장 개별 통보는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A원장 또한 이러한 점검·공개 절차를 인지하지 못한 채 별도의 조회를 추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는 "점검을 했다면 대상 기관에 명확히 알리고 공개 방식도 적극 안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19세 미만 대상 성범죄로 신상정보 등록 처분을 받은 가해자는 2900여 명, 피해자는 3700여 명을 넘었다. 지난해 교육 관련 기관 종사 성범죄자 30여 명이 적발됐고, 구미에서도 범죄 전력 조회 없이 근무한 사례가 드러난 바 있다.

아동 안전을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음에도, 지침 해석과 행정 운영, 안내 부족이 맞물리며 현장의 혼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