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낸 한철] 누가 저들을 장대 끝에 매달았나?

강현국 시인·시와반시 주간 2026. 2. 1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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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국 시인·시와반시 주간

"뜻밖에도 4월 어느 날, 나는 마음이 섬뜩섬뜩하고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병의 증세를 알 수 없었고,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이때에 어떤 신선의 말이 문득 들려왔다. 놀라 일어나 캐물었더니 무서워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라! 세상 사람들이 나를 상제라 부르는데, 너는 상제도 알지 못하느냐? 라고 말했다." … '동경대전' 포덕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동학은 이렇게 1859년 4월 어느 날 뜻밖에 찾아왔다. 오순절 마가의 다락방에 성령이 바람처럼 내려오듯 동학의 출현을 알리는 상제의 목소리는 수운 최제우 선생에게 홀연히 찾아왔다. 1844년 스무 살 젊은 나이에 선생은 울산 유곡에 은거 수도를 시작한 이래, 1856년 천성산 내원암에서 49일, 1857년 천성산 적멸굴에서 49일, 그리고 1859년 경주 용담정에서 하늘의 소리를 듣고 득도한다. 시천주(侍天主), 후천개벽(後天開闢)을 부르짖으며 보국안민, 포덕천하, 광제창생을 기치로 한 동학이 창시되는 순간이었다.

효수된 아들의 목을 치마폭에 싸서 한밤중 백 리 길을 달려와 개울가에 묻었다는 어머니의 그 아들이 내 선대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날 이후, 동학은 더 이상 교과서 속의 사건이 아니었다. 연도와 구호와 전투 지명으로 정리되는 역사가 아니라, 한 여인의 젖은 치맛자락과 피 묻은 발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효수(梟首)! 목이 성문에 걸리고, 사람들은 그것을 보며 두려움에 떨었다. 권력은 그렇게 공포를 공포했다. 그러나 캄캄한 그 밤 어머니는 죽임의 공포를 뚫고 아들의 잘린 목을 치마폭에 안았다. 하늘보다 숭고한 우리네 어머니의 초상이었다. 동학은 사람이 하늘이라 말한다. 사람이 하늘이라면, 어찌 사람의 목을 잘라 성문 밖 장대 끝에 매달 수 있겠는가. 정말 사람이 하늘이라면, 왜 한 어머니는 제 아들의 목을 찾아 피 묻은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을까. 어머니 치마폭이 진정한 하늘이었다.

하늘과 사람을 도의 근원으로 삼고 성(誠), 경(敬), 신(信)을 도행의 본체로, 수심정기(修心正氣)를 수도의 요결로 삼은 동학은 포교 3년 만에 신도가 14접 3000여 명에 달한다.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는 좌도난정(左道亂政)의 죄로 체포되어 1864년 3월에 참수된다. 인내천(人乃天)을 사상의 핵으로 한 동학은 조선시대 봉건적인 신분제도에 반기를 들고 인간의 주체성과 만인 평등사상을 내세운 자생 민족종교이자 이 땅에 근대 민주주의를 실현한 민중혁명의 시발점이었다. 각 지방에 남, 북 접소를 두고 조직이 강화되는 등 그 세력의 확장에 불안을 느낀 조정에서는 혹세무민의 죄로 탄압을 시작한다. 조정의 탄압은 탐관오리의 숙청과 보국안민을 내세운 남접주 전봉준이 주도한 1984년 동학농민혁명의 불씨가 되고, 그 후 동학정신은 항일의병항쟁과 3·1독립운동으로 계승된 것은 잘 알려진 바와 같다.

그러나 아직도 효수의 참담함은 성문 밖 어딘가에서 여전히 우리네 어머니를 부들부들 떨게 하고 있다. 내로남불의 장대, 이념대립의 장대, 네 편 내 편 이전투구의 장대, 불공정의 장대, 빈부격차의 장대... 그 끝에 목매달린 연민의 얼굴들, 흙수저로 태어나 맑은 물에 산 죄밖에 없는 가재, 붕어 송사리들, 누가 저들을 장대 끝에 매달았나? 누가 있어 저들의 치마폭이 되어줄까. 동학의 현대적 의의는 결국, 사람은 너나 없이 사람으로 대하려는 태도이겠다. 장대 끝에 효수된 죄 없는 목을 되찾아오려는 몸부림이겠다. 네팔에서 온 노동자가 낡은 지게차 사고로 죽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섬뜩섬뜩하다. 내 선대 어머니의 치마폭 절규가 상제의 목소리와 겹친다. 사람이 곧 하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