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새벽 배송 풀리면… 시장 상인들 “상생 협약 취지 어디로”

목은수 2026. 2. 1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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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못골시장에서 제수용품을 판매하는 정순옥(81)씨는 “요즘 아이들은 빵은 먹어도 약과 같은 옛날 과자는 좋아하지 않아 손님도 점점 줄고 있다”며 “마트에서 배송까지 하면 시장을 찾는 손님은 당연히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2026.2.10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아무래도 타격이 크죠….”

10일 오전 11시께 수원시 팔달구 못골시장. 15년째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이덕형(42)씨가 손님들의 연령대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시장을 찾는 사람들 중엔 40~60대 중장년층도 많은데, 이들은 휴대전화로 주문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며 “한 두번만 이용해도 편하다고 느껴 자연스럽게 시장을 떠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인근에 대형마트가 생길 때마다 손님이 점진적으로 줄어왔는데, 온라인이 더 확대되면 오프라인인 시장은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시행 방침을 밝히면서 재래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는 손님 이탈과 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최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온라인 비중 확대 등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맞춰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의 영업 시간을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제한하고 있으나, 온라인 판매에 한해 이 규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수원 못골시장에서 제수용품을 판매하는 정순옥(81)씨는 “요즘 아이들은 빵은 먹어도 약과 같은 옛날 과자는 좋아하지 않아 손님도 점점 줄고 있다”며 “마트에서 배송까지 하면 시장을 찾는 손님은 당연히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2026.2.10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그러나 시장 상인들은 대규모 점포와 중·소 유통업은 구조적으로 경쟁이 불가능해 ‘상생발전’ 협약을 맺은 것인데, 이 취지가 계속해서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의정부시 지하상가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사모(50대)씨는 “인근 백화점이 일요일에도 영업한 지 반년이 넘었다”며 “당시에도 반발이 있었지만 시장 상인들이 양보해 중재가 이뤄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새벽배송 허용은 상생 취지를 완전히 무시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미 단골 위주로 손님층이 형성돼 있어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못골시장에서 50년째 건어물 등 제수용품을 판매해 온 정순옥(81)씨는 “요즘은 아이들이 옛날 과자를 잘 먹지 않아 손님이 줄었는데 배송까지 확대되면 더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이곳은 품질 좋은 물건을 찾는 단골들이 10년 넘게 꾸준히 찾아와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취재진이 머문 10여 분 동안 방문한 손님 두 명 모두 각각 40년, 20년째 이곳을 찾는 단골이었다.

한편 새벽배송 확대가 마트·유통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쿠팡에서 야간 근무자들이 잇따라 숨지는 일이 발생(2025년 11월 27일자 7면 보도)한 상황에서, 이러한 근무 형태가 오프라인 대형마트 노동자들에게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 등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벽배송 허용은 대형마트까지 ‘쿠팡화’해 노동자를 갈아넣는 경쟁 구조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라며 “온라인 유통 플랫폼에 대한 엄격한 노동 보호 기준과 거대 기업을 규제할 장치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목은수 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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