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 손해 복구해 준단 북쪽 직원 말, 못 잊어”…10년 멈춘 개성공단
개성공단 ‘작은 통일’의 꿈

“여기서 걸어서 40분이면 북으로 갈 수 있어요. 벌써 그리운 개성 냄새가 나네요.”
개성공단에서 휴대전화 카메라, 자동차용 와이어하네스(전력을 전달하기 위해 전선, 커넥터, 터미널 등을 하나로 묶은 것)를 조립했던 맹성근 디케이씨(DKC) 대표가 10일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도로 남북출입국 사무소(CIQ) 앞에서 북한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딱 10년 전인 2016년 2월10일,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지 않고 공단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내용의 개성공단 재가동 합의 2년 반이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 한국 주재원 약 1천명, 북쪽 직원 5만4천명이 순식간에 이별했다.
이날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38개 업체의 80명이 개성공단 중단 10주년을 맞아 운영 재개를 요구하기 위해 ‘개성공단에 가고 싶다’는 띠를 두르고 개성공단과 가장 가까운 남측 지역인 이곳에 모였다. 조경주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개성공단은 우리 삶의 터전이자, 남북 경제협력의 최전선이었으며, 사명감과 함께 ‘작은 통일’을 직접 경험했다는 자부심을 안겨준 공간이었다”며 “남북관계의 안전판 역할을 해왔던 개성공단의 역사적·정책적 의미를 우리 정부가 다시금 되새기고 행동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설명을 들어보면, 현재 개성공단 기업 가운데 30% 이상이 사실상 휴·폐업 상태에 놓여 있다. 2007년 2월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박용만 녹색섬유 대표는 “가동시간은 9년이었지만, 중단된 시간은 10년이 됐다. 함께 한 시간보다 그들을 그리워하며 기다린 시간이 더 길다”고 운을 뗐다. 박 대표는 “십억여원의 손실을 감당해야했고 더는 버틸 수 없어 2023년 12월 말에 임직원들을 떠나보냈다”며 “지금 사실상 휴업상태지만, 언젠가는 개성공단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기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남성복을 생산했던 박윤규 화인레나운 대표는 “개성공단이 폐쇄된 이후 공장을 옮기기 위해 베트남, 캄보디아, 하노이 등으로 여러 차례 시장조사를 나갔지만 도저히 단가를 맞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그 당시 23개 업체가 베트남으로 갔는데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개성공단의 ‘가치’가 전세계의 어느 공단보다 높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 남동공단이 평당 천만원이라면 개성공단은 15만원 수준”(유동옥 대화연료펌프 회장) “개성에서는 빠르면 3일 걸리는 작업이 베트남에서는 두세달 걸린다”(최동진 디엠에프 이사) “직원들과 언어가 통하면 일이 효율적으로 진행된다” (이종덕 영이너폼 대표) 등이다.
이들은 “정부가 공단 입주기업들의 실질적인 생존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청바지를 생산했던 최동진 디엠에프 이사는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 피해기업에 특례보증을 해줬지만, 회사 연대보증 빚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30억원이 넘는 빚이 남았고, 3년 전 신용불량자가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6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입주기업 피해액을 총 7087억 원으로 산정하고, 남북 경협보험에 가입한 기업을 중심으로 5787억 원을 지원한 바 있다. 협회는 약 830억원이 추가적으로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해당 금액은 보험 미가입 기업과 지원 한도 초과 기업의 피해액이므로 추가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재명정부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맹 대표는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 건설 구상을 밝혔다는 한겨레 보도를 언급하며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 관계가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은 남북경제협력사업의 일환으로 북한 개성에 조성된 공업지구로, 지난 2000년 8월 현대아산과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합의를 통해 추진됐다. 2004년 첫 제품이 생산됐고 2008년 누적 생산액 5억 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2013년 4월 북한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빌미로 개성공단 북쪽 직원 전원을 철수시키고 개성공단 가동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한국도 인력을 철수하면서 약 4개월 동안 공단이 멈춰섰다. 개성공단은 다시 약 2년 반 동안 운영된 후 2016년 2월10일 박근혜정부가 개성공단을 통해 들어간 자금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이용될 가능성을 제기하며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폐쇄됐다. 협회는 개성공단 중단 이후 수차례 방북 신청을 했지만, 정부의 승인이 나지 않거나 북한의 무응답으로 인해 10년째 공단에 한 번도 방문하지 못했다.
“2013년 4월 개성공단이 잠시 중단됐다가 8월에 다시 복귀했을 때 북측 직장장의 말을 잊지 못합니다. ‘대표 선생 손해 많이 봤지요. 우리가 복구해 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그 말이 오늘 더 그립습니다.” (이종덕 영이너폼 대표)
통일부는 이날 대변인실 명의로 낸 ‘개성공단 중단 10년 계기 입장’을 내어 박근혜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에 대해 ‘자해행위’라며 정상화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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