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조인성 액션, 박정민·신세경표 멜로…육각형 오락영화 ‘휴민트’

액션영화는 류승완 감독의 장기다. <베를린>(2013)에서 일찍이 증명했듯 남북 분단 상황을 장르영화에 녹일 줄 안다. 그의 신작 영화 <휴민트>는 첩보 액션이 그의 주전공임을 재확인하게 하는 영화다. 세련되고 시원한 ‘류승완표 액션’은 물론 뜻밖의 절절한 멜로까지, 오락영화로서 육각형을 갖춘 극이다.
무대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북한 접경지대다. 국정원 블랙요원 조 과장(조인성)은 이곳에서 마약 유통과 북한 여성들에 대한 인신매매가 벌어지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다. 휴민트(HUMINT·Human Intelligence)는 인적 정보원을 일컫는다. 조 과장은 이전 작전에서 자신의 휴민트를 잃었던 트라우마가 있다. 북한 식당의 종업원 채선화(신세경)를 새로운 정보원으로 삼으면서 그는 바란다. 채선화가 위험에 빠지지 않기를.

북한에서도 사실상 같은 건인 ‘여성 실종 사건’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다. 북한 국가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이 블라디보스토크로 파견을 오자 이곳의 북한 총영사 황치성(박해준)은 긴장한다. 박건이 제 치부를 밝혀내기 전에 약점을 잡으려는 황치성의 눈에는 수상한 기류가 포착된다. 냉혈한으로 소문난 박건이 채선화를 보고는 묘한 표정을 지은 것. 둘 사이에 무언가 있구나, 촉이 곤두선다.
류 감독은 더 이상 남한과 북한을 적대적 대결 관계로만 상정하지 않는다. 남한과 북한 대사관 직원들의 내전이 일어난 소말리아 탈출기를 그린 <모가디슈>(2021)에서 두 대사관 직원들이 각각 생존을 모색하다가 서로 협력하게 되는 것처럼, <휴민트>의 조 과장과 박건이 겨누는 총부리는 서로를 향해 있지 않다. 두 사람은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아닌, ‘정보원 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다’는 개인적인 동기에서 채선화의 안전을 제1순위 목표로 둔다. 목표가 같다는 걸 서로가 한동안 모를 뿐이다.

배우들은 실제 국가정보원에서 사격 훈련 등 기초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현장에서 실제 쓰이는 권총 파지법을 반영하고 각 총기의 총알 개수를 세어가며 촬영할 정도로 고증에 신경 쓴 액션 장면들은 있을 법하게 화려하다. 특히 조 과장 역의 배우 조인성이 등장 초반 좁은 방에 들이닥친 다수의 인물을 총술로 제압하는 시퀀스는 거침없으면서도 합이 잘 맞는 예술 작품을 보는 듯 유려하다.
배우 박정민과 신세경은 신체 접촉 없이 눈빛만으로 멜로 서사를 상상하게 한다. 과거 연인이었으나 홀연히 자취를 감췄던 여자와 그가 자신 때문에 더한 위험에 처할까 봐 모르는 척하는 남자. 박건을 호시탐탐 노리는 황치성으로 인해 두 사람은 마음 놓고 이야기할 틈이 없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표정으로 애절함을 표현한다. 지난해 청룡영화제에서 가수 화사와의 ‘굿 굿바이(Good Goodbye)’ 무대 이후 많은 이들이 기다렸던 박정민의 멜로 연기를 엿볼 수 있다.

채선화는 인물들을 행동하게 하는 기능적인 캐릭터에 불과하지만, 신세경은 매 장면 열심인 연기로 채선화의 맥락을 이해하게 한다. 배우 박해준의 개성 있는 악역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능글맞으면서 얄미우면서도, ‘저 사람한테 잘못 걸리면 큰일 날 것 같다’는 인상을 남기는 박해준표 황치성은 그 에너지가 강렬하다.
극은 네 명의 캐릭터를 확실히 구축한 뒤에야 대규모 총격이 동반된 액션 장면으로 명쾌하게 달려 나간다. 류 감독은 지난 4일 언론 시사 이후 “인물들의 관계가 촘촘히 세워지지 않으면 액션의 폭발력이 없다. 아무리 때려 부수고 터뜨려도 감정적으로 아무런 흥분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액션과 멜로 모두 영화에서 중요했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볼 맛 나는 한국 영화다. 마케팅 비용을 제외한 순제작비 235억 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휴민트>는 설 대목을 목표로 11일 개봉한다. 사전 예매량 17만 명을 넘어서며 흥행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야 6당·무소속 187명, 개헌안 공동 발의···제1야당 국힘서는 한 명도 참여 안 했다
- 3시간 만에 ‘일반 봉투 쓰레기 배출’ 뒤집은 군포시···온라인 시스템 도입 철회, 왜?
- 트럼프 “조금만 지나면 쉽게 호르무즈 열고 석유 확보할 수 있다”···방법 언급은 없어
- 국힘 “주호영·이진숙 컷오프 유지”···이진숙은 대구시장 무소속 출마 시사
- 일본 해운사 LNG선, 호르무즈 해협 통과···이란 ‘봉쇄’ 이후 처음
- 마크롱 “우린 미국처럼 관세 부과 안 해”···트럼프 비판하며 “한국 기업 더 왔으면”
- 법원 “연희동 자택 ‘이순자→전두환’ 명의변경 안 돼”···미납 추징금 환수 제동
- 강아지 안은 김정은, 고양이 살피는 김주애···“평양 뉴타운 상업시설 현지 지도” 북 매체 보
- ‘원유 관세 단계적 폐지’ 한국·UAE CEPA 내달 1일 조기 발효
- 70년 만에 진짜 아버지의 딸이 된 할망은 울었다···78주년 제주4·3 추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