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 결정짓는 건 삶의 방식이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신문 부고를 수십 년간 수집, 분석해 직업별 평균 수명을 비교한 연구가 있다.
그 결과를 보면 교수, 성직자, 예술가는 상대적으로 오래 사는 반면, 노동 강도가 높은 직업군의 수명은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장수학과 보건학 시선에서 보면, 이 연구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직업의 힘'이 아니라 '직업이 만들어내는 삶의 조건의 중요성'이다.
노동 현장의 리듬을 바꾸는 정책과 개인의 선택이 겹칠 때 직업에 따른 건강 격차는 줄고, 우리의 건강 수명은 길어질 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전 25%, 습관과 환경 75%
우리 사회에는 "특정 직업을 가지면 오래 산다"는 믿음이 퍼져 있다. 공직자는 삶이 안정적이라서, 농부는 자연 속에 살아서, 전문직은 건강 정보를 잘 알아서 장수할 것이라는 식이다. 그러나 관련 연구가 축적될수록 이 믿음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직업은 수명을 결정하는 '원인'이 아니라, 생활습관과 건강행동을 매개하는 '경로'라는 사실이 확인돼서다.유럽 13개 코호트 연구 결과를 묶은 의학 학술지 '랜싯(Lancet)'의 메타분석에 따르면 직무 스트레스가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보다 관상동맥질환 발병 위험이 23% 높다. 즉 직업이 수명을 깎는 과정은 대개 스트레스를 통해 혈압과 염증 반응을 높이고 체내 인슐린 저항성을 흔드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만성 스트레스가 면역체계 약화, 고혈압, 심혈관질환, 소화기 불편 등 다수의 건강 문제와 깊게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일본 코호트 연구에서도 스트레스 수준이 지속적으로 높은 사람은 스트레스 수준이 낮은 사람에 비해 전체 암 발병 위험이 약 6~11%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즉 직업 종류와 관계없이 직무 스트레스가 높은 직업이 건강에 해로운 것이다.
근무 형태도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23개 코호트 기반 330만 명 이상의 사례를 통합 분석한 최신 메타분석에 따르면 야간근무는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13%, 심혈관 사망 위험을 27% 각각 높였다. 또 야간근무 기간이 5년 늘 때마다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7% 상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수 관련 연구들은 유전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약 25% 수준으로 본다. 그 외 부분은 생활 습관과 환경 영향으로 결정된다는 의미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노화 결정 요인으로 생물학과 유전의 영향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생활환경과 사회적 조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론은 단순하다. 직업이 수명을 직접 결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직업의 영향으로 제대로 못 자고, 균형 잡힌 식사를 못 하고, 자주 움직이지 않고, 스트레스를 만성화하면 수명이 짧아진다. 같은 직업군에 속할지라도 규칙적으로 자고 먹고 걷고,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의 삶은 오래 간다. 노동 현장의 리듬을 바꾸는 정책과 개인의 선택이 겹칠 때 직업에 따른 건강 격차는 줄고, 우리의 건강 수명은 길어질 것이다.
이윤현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대한검역학회 회장)
Copyright © 주간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노령견 항암치료는 완치보다 삶의 질 향상에 맞춰져야
- “중동전쟁,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기 실적에 큰 타격 없을 듯… 헬륨 등 반도체 핵심 소재 재
- “왕좌 복귀” 노리는 브라질, 월드컵 앞두고 공격수 무한 경쟁 돌입
- 북극성 별자리 지상에 연출한 듯한 BTS 광화문 공연
- 주사제로 콜라겐 생성 유도… 피부 탱탱하게 하는 미용 시술의 과학적 원리
- [영상] 사찰 안내하고 불교 교리도 설명… 동국대에 세계 최초 AI 로봇 스님 등장
- 젠슨 황 ‘우주 데이터센터’ 새 비전 발표… 한국 태양광 기업 힘 받는다
- ‘활력 충전’ 제철 밥상
- 소유보다 경험에 돈 써야 행복해진다
- “트럼프, 전쟁 계속하라”… 네타냐후와 빈 살만, 이란 신정체제 붕괴에 의기투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