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 싫은 트럼프, 주택 공급 안 늘리고 '주거난 풀겠다'... 여당이 퇴짜
‘재산권 침해 반발’ 공화당이 거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능한 한 주택 공급을 묶어 둔 채 주거난을 풀어 보겠다고 나섰다가 여당인 공화당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주택 정책 중 하나인 월가(街) 기관투자자들의 단독주택 매입 금지 방안을 연방의회 입법 과정에서 관철하려 시도했다가 같은 편인 공화당의 저항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집값은 2019년 이후 지난해까지 50% 넘게 급등했다. 생애 첫 주택 구매자 다수가 내 집 마련을 포기했고 주택 판매량도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의회가 대책 마련에 나섰고, 주택 공급을 늘려 가격을 잡는 쪽으로 상·하 양원 모두 사실상 합의를 도출한 상태다. 현재 의회가 추진하는 법안에는 인허가 절차 간소화부터 교통 허브 인근 신규 주택 건설 촉진까지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이 주로 포함돼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은 집값이 내려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에 우려를 표시해 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발표한 주거 대책은 대신 수요 자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례로 그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끌어내리려 지난달 행정부에 2,000억 달러(약 290조 원) 상당의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을 지시하기도 했다.
개인 실수요자가 아닌 기관투자자가 단독주택을 매입할 경우 대출 보증 또는 금융 혜택 제공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지난달 그가 서명한 것도 이런 정책의 일환이었다.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최근 몇 주간 공화당 의원들을 상대로 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거 법안에 기관투자자 단독주택 투자 금지 조항을 추가하라고 압박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연방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 프렌치 힐(공화·아칸소) 의원은 행정부 요구를 거부했다. 가결만 남다시피 한 법안에 ‘대형 기관투자자’나 ‘단독주택’의 정의 같은 기본 사항조차 갖춰지지 않은 설익은 구상을 뒤늦게 끼워 넣기 곤란하다는 게 이유였지만, 그것만 명분은 아니었다. 투자 금지가 자유시장 원칙과 어긋나며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믿는 공화당 내 시장 보수 세력을 설득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투자자 규제에 대체로 찬성해 온 민주당이 반색하는 것도 아니다. 실효성과 진정성이 없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전략으로 보기 때문이다. 월가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단독주택의 비중이 전체 시장의 2~3% 수준이라 투자를 차단해 봐야 효과를 보기 힘든 데다 공급 확대가 병행되지 않은 주택 구매 수요 관리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게 시장의 지적이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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