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지방 살리기 다 맡긴 정부···재계에 정책피로감 쌓인다

노경은 기자 2026. 2. 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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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청년 고용 확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 등 핵심 국정 과제 해결을 위해 기업을 전방위로 압박하면서 재계에 정책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 요구에 매번 수백조원 단위의 투자와 대규모 채용 계획을 내놓으며 화답하지만 정작 기업 경영의 걸림돌을 치워주는 규제 완화나 지원책은 지지부진해서다.

정부가 요구하는 고용과 투자 규모는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반면, 기업이 원하는 규제 개선이나 세제 혜택 등 제도적 보완은 정치적 논리에 밀려 속도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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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청년 취업·지방 살리기 등 국정 과제마다 ‘기업 역할’ 강조
재계, 5년간 1100조원대 투자 및 대규모 채용 보따리 풀며 화답
정작 상법 개정·노란봉투법 등 ‘기업 규제’ 입법은 속도···'기댈 곳 없다' 목소리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6개월 간 재계 총수 만남 및 주문 후 재계의 조치 / 표=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정부가 청년 고용 확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 등 핵심 국정 과제 해결을 위해 기업을 전방위로 압박하면서 재계에 정책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 요구에 매번 수백조원 단위의 투자와 대규모 채용 계획을 내놓으며 화답하지만 정작 기업 경영의 걸림돌을 치워주는 규제 완화나 지원책은 지지부진해서다. 되레 기업의 경영권을 위축시킬 수 있는 법안들로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는 처지라는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와 재계의 소통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정부의 구체적 요구와 기업의 응답이 반복되는 패턴이 자리 잡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하자 재계는 즉각 향후 5년간 10만명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11월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민관합동회의에서 대통령이 대미 투자 강화에 따른 국내 투자 위축 우려를 표명하자, 기업들은 833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으로 응답했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이달 초 열린 10개 그룹 총수 및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성장의 과실이 더 넓게 퍼져야 한다"며 지방 투자를 독려했다. 이에 기업들은 270조원 규모의 지방 투자 계획을 추가로 내놓았다. 불과 반년 남짓한 기간에 재계가 약속한 투자 규모만 총 110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액수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기업들이 이처럼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정부 정책에 발을 맞추고 있음에도 경영 환경은 갈수록 악화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과 8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명시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1·2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여기에 이번 달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까지 법사위 심사를 받고 있다.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은 정확히 한 달 뒤인 다음달 10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재계는 불법 파업 조장 및 노사 관계 악화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이밖에 정부와 여당은 경제형벌 합리화의 일환으로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세부적인 대체 입법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단체들이 호소문을 발표하며 국회에 조속한 처리를 건의하고 있으나 정치권의 관심은 멀어져 있다.

재계는 정부와의 소통은 원활하지만 그 결과물이 늘 기업의 양보로 귀결되는 것에 강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정부가 요구하는 고용과 투자 규모는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반면, 기업이 원하는 규제 개선이나 세제 혜택 등 제도적 보완은 정치적 논리에 밀려 속도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 10대 그룹 관계자는 "국가 경제를 위해 투자를 늘리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상법 개정 등이 동시에 추진되는 상황에서 1000조원이 넘는 투자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경영진에게 엄청난 모험이자 부담"이라고 털어놨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도 "성장 과실을 나누고 청년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기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건전한 경영 환경이 담보될 때 지속 가능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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