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네지레국회 극복 위해 개헌동의 야당과 제휴할 것···‘1강’ ‘궁정정치’에는 측근도 불안감”

지난 8일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일본 자민당이 헌법 개정 실현을 위해 개헌에 동의하는 야당인 국민민주당, 참정당 등과 제휴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도쿄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자민당 단독으로 개헌안 발의가 가능한 316석을 획득했지만 참의원에서는 여당 의석이 과반이 안 되는 ‘네지레(비틀림, 꼬임) 국회’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작업으로 야당 포섭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도쿄신문은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대승으로 자민당만으로 개헌 발의가 가능해졌지만 네지레 국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다카이치 내각의 한 간부는 “중의원에서 논의를 진행시키면, 참의원도 논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개헌 발의를 위한 환경 정비를 도모할 것이라고 도쿄신문에 말했다. 네지레 국회는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여야가 각각 다수를 이루며 엇갈린 상황을 말한다. 중의원 개헌안 발의선인 3분의 2 의석을 확보한 자민당에게 참의원 내 개헌 찬동 세력을 포섭하는 것은 국민투표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일 수 있다. 다음 참의원 선거는 2년 뒤인 2028년으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총선 승리 직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다른 정당과의 협력을 통해 개헌 관련 국민투표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내각 각료 등도 잇따라 개헌에 대한 의욕을 나타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9일 기자회견에서 “헌법 개정을 향한 도전도 진행할 것”이라면서 “각 정당의 협력을 얻으면서 조금이라도 빠르게 개헌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이뤄질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각오”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요시무라 히로후미 일본유신회 대표와의 당수 회담에서 연정을 지속시킬 것을 확인하면서 개헌 추진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자민당은 오는 18일로 예정된 특별국회에서 중의원 헌법심사회장 자리를 야당으로부터 탈환해 개헌 관련 논의를 진전시킬 방침이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도 10일 기자회견에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기회를 가능한 한 빨리 국민에게 제공해야 한다”며 국민투표 실시를 향한 환경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절차를 밟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신속히 실현을 향해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민당이 추진하려는 개헌에서는 헌법 9조의 개정과 자위대의 명기 등이 골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는 총선 유세 기간 “헌법에 왜 자위대를 적으면 안 되는가”라며 “그들의 긍지를 지키고 (자위대를) 확실한 실력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헌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른바 평화헌법이라 불리는 헌법 9조에는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 육해공군 전력 보유와 교전권 부인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일본 언론들은 자민당이 개헌뿐 아니라 여타 법안의 통과를 위해서도 당분간 야당과의 협력을 도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은 중의원 선거에서 3분의 2 이상 의석을 단독 확보하면서 참의원에서 부결된 법안을 중의원에서 재가결하는 국회 운영상의 비장의 카드를 얻은 셈이지만 야당 반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재가결에 의지하지 않고 야당 협력을 얻는 것을 우선할 자세라고 보도했다. 스즈키 슌이치 자민당 간사장은 9일 새벽 기자들과 만나 “수의 힘에 기대어 무리하게 일을 통과시키는 자세는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같은날 기자회견에서 “국민민주당에 (연정 참가) 의향이 있다면, 꼭 추구하고 싶다”면서 연립정권의 확대를 통해 참의원 내 소수여당인 상태를 해소하는 것이 선결이라는 생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요미우리는 야당 반발이 강해지기 때문에 역대 내각은 재가결을 억제해 왔다면서, 2015년 안전보장 관련법의 참의원 심의가 야당 반대로 길어졌던 아베 신조 전 총리 당시 재가결이 검토됐지만 최종적으로는 보류된 사례를 소개했다. 요미우리는 일본은행 총재 등 국회 동의 인사는 재가결 대상에서 제외된다면서 재가결에는 한계도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중의원 3분의 2 이상 의석을 확보한 여당이 참의원에서 부결된 법안을 재가결한 사례는 후쿠다 야스오 내각, 아소 다로 내각, 제2차 아베 신조 내각 등 3개 내각에서 모두 18건이었다.
아사히신문은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처음으로 단일 정당으로서 3분의 2 이상 의석을 획득하는 승리를 이끈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 전 총리 이상의 권력을 가질 수 있는 환경에 있다면서, 다카이치 총리의 측근 사이에서도 권력 집중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는 ‘아베 1강’ 체제를 이뤘던 아베 전 총리 때는 자민당 내에 여러 파벌이 있어 정권 운영을 둘러싸고, 다른 파벌에 대한 배려가 불가결했지만, 비자금 사건 이후 아소 부총재가 이끄는 ‘아소파’ 외의 파벌은 모두 해산된 상태라고 전했다. 한 당직자는 “‘나는 총리와 친하다’는 호소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아사히에 말했다.
아사히는 또 아베 전 총리 때와는 연정 상대의 차이도 크다고 전했다. 아베 내각 당시는 연립여당이 우익 정책에 브레이크를 거는 공명당이었지만 현재의 연립여당은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하는 일본유신회여서 자민당 내에서도 우익으로 분류되는 다카이치 총리의 정책 추진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와 가까운 사이인 한 각료 경험자는 “총리는 자민당 내 리버럴(자유주의)파보다 유신회를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다카이치 1강’ 체제에 대해 아사히는 총리 관저 내에서도 ‘혼자 틀어박히기 쉬운 성격’으로 고독한 유형인 다카이치 총리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다카이치와 가까운 한 의원도 “부정적인 의견을 직언하는 이가 없으면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아사히는 한 총리 관저 관계자가 (중의원) 해산극은 큰 성공을 거뒀지만 총리가 극소수 측근과 비밀리에 중요한 정책 결정을 내리는 ‘궁정정치’ 같은 상황으로 치달으면 “‘1강’ 총리가 있더라도 관계자들과 나아가야할 방향성과 정보 공유는 이뤄지지 않으며, 총리 관저가 팀으로서 기능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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