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새벽배송 파고…울산 전통시장, 공존 해법 모색
지역 전통시장, 상권 위축 우려
일각, 변화된 소비 환경 인정
현실적 대응 마련 필요 목소리


최근 정부와 여당은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14년 만에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침체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새벽배송 확산으로 시장 방문객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기존에도 생필품이나 공산품은 온라인 유통과 경쟁해왔지만, 이번 개정으로 새벽배송이 가능해지면서 두부·반찬·농축수산물 등 전통시장의 핵심 품목까지 대형 유통 채널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인식이다.
특히 전통시장은 구조적으로 새벽배송이나 온라인 판매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대형마트는 충분한 물량을 바탕으로 물류업체와 계약이 가능하지만 전통시장 개별 점포는 물량이 적어 배송 단가 협상이나 새벽 배송을 맡을 물류업체 확보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응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현실적으로 실행이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처럼 전반적인 우려가 큰 가운데 일부 상인들 사이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신정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이 전통시장에 타격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이미 변화가 시작된 만큼 무작정 막기보다는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마트는 의무휴업 등 기존 규제를 받아왔지만 최근에는 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새벽배송이 확대되면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소비자 편의라는 흐름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전통시장도 맞춤형 새벽배송이 가능하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울산은 지역 간 거리가 비교적 가까운 만큼 구·군별 배송 거점을 마련하고 여러 전통시장을 묶는 방식의 공동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면 새벽배송도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개별 시장 단위가 아닌 권역 단위 물류 체계를 통해 물량을 확보하고 온라인 주문과 배송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소비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울산 학성새벽시장은 전통시장 가운데 비교적 적극적으로 새벽배송을 준비하고 있는 사례로 꼽힌다. 현재 학성새벽시장은 급식소나 업체 등을 대상으로 한 B2B 새벽배송을 이미 진행 중이며, 올해 상반기 중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새벽배송 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학성새벽시장 관계자는 "유통 산업이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전통시장도 배송과 온라인 판매를 포함한 다기능화가 필요하다"며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등 다양한 주체 간 경쟁이 오히려 소비자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의 한 전통시장 상인은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으로 상권 위축이 우려되긴 하지만 대형마트나 온라인 유통을 무조건적으로 막는 것이 해법은 아니다"며 "변화한 소비 환경 속에서 전통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정책적인 고민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논의와 병행해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보완책 마련에 착수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번 개정이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상생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정은 기자 (oje@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