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롭다” vs “공개 모욕”…슈퍼볼 스페인어 공연에 둘로 쪼개진 USA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을 공개 비판해 온 인물. 이달 초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앨범상’을 비(非)영어권 가수 최초로 수상한 뒤 “이민세관단속국(ICE) 아웃(OUT)”을 외쳤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슈퍼볼 하프타임 쇼라는 가장 미국적인 공간이 가장 격렬한 정치적 격전지가 됐다”고 전했다.
● 배드 버니 무대 두고 美 좌우 진영 논쟁
9일 NYT 등에 따르면 전날 배드 버니는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연에서 고향인 푸에르토리코를 연상케 하는 사탕수수밭과 전통가옥, 농촌의 모습을 재현한 무대를 연출했다. 정치적 발언은 없었지만, 영어로 “신이여, 아메리카를 축복하소서”라고 말한 뒤 중남미 국가들의 이름을 나열해 아메리카 대륙의 연대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무대에 오른 13분 내내 스페인어로만 노래했다. 슈퍼볼 하프타임 쇼 공연을 영어가 아닌 언어로 채운 건 처음이다. NFL은 지난해 9월 배드 버니의 하프타임 쇼 출연을 결정하면서 “배드 버니는 장르와 언어, 관객을 전 세계적으로 아우른다”고 설명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공연 직후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그 누구도 이 남자가 하는 말을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 역대 최악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레이시아 미국대사로 지명한 닉 애덤스도 “누군가 배드 버니에게 여기가 미국이라는 걸 알려줘야 한다. 이건 정말 끔찍한 일”이라고 했다. 극우 성향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는 “이 무대는 백인을 대표하지 않는다. 이민자들이 모든 것을 망쳐 놓았기 때문에 이제 슈퍼볼조차 볼 수 없다”며 강경한 이민 단속을 촉구했다. 공화당 소속 랜디 파인 하원의원은 “역겨운 방송”이라며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해당 공연의 방송 기준 위반 검토를 요구하겠다고 했다.
● 마가 진영, 키드 록 앞세워 맞불 공연
마가 진영은 맞대응하는 성격으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인 록 가수 키드 록이 출연하는 ‘올 아메리칸 하프타임 쇼’ 무대 영상을 사전 녹화해 배드 버니의 공연과 같은 시간에 유튜브로 송출했다. 지난해 사망한 미국 강경 보수 운동가 찰리 커크가 설립한 터닝포인트USA가 기획한 이번 무대엔 개비 배럿, 리 브라이스, 브랜틀리 길버트 등 유명 컨트리 음악 가수들도 출연했다. NYT는 약 400만 명이 유튜브로 해당 공연을 본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마가 진영 내에서도 배드 버니의 무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일부 있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지난해 백악관 부대변인을 지낸 해리슨 필즈는 배드 버니가 가짜 미국 시민이라는 비난에 대해 “푸에르토리코에서 태어난 나의 할머니는 완전한 미국 시민권자였으며 트럼프에게 투표했다”고 반박했다. 보수 논평가 에밀리 오스틴도 “배드 버니의 무대 메시지는 화합과 사랑”이라고 전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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