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힐링 속으로-경북을 걷다] 102. 의성 남대천 둘레길
구봉공원부터 음악분수·문소루까지 40~60분 순환 코스로 여유 회복

겨울 한복판에도 사람들은 걷는다.
바쁜 하루를 마치고,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되는 물길로 발걸음을 옮기는 주민들이 있다.
경북 의성읍 남대천을 따라 조성된 '남대천 둘레길'은 관광지보다 먼저 생활 동선으로 자리 잡은 산책길이다.
아침에는 혼자 걷거나 가볍게 숨을 고르며 뛰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해질 무렵이 되면 가족과 아이 손을 잡은 사람들이 하나둘 길 위에 오른다.
이 길에서는 목적지보다, 하루를 내려놓는 방식이 먼저다.
의성군 관계자는 "관광 코스를 만들기보다, 의성읍 주민들이 매일 반복해서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생활 동선을 떠올리며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남대천 둘레길은 구봉공원 주차장에서 출발해 도시숲과 하천 데크로드, 음악분수, 문소루, 행운의 쉼터를 거쳐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원형 산책 코스다.
코스 중간에는 구봉산 전망대와 산림욕장, 유아숲체험원으로 이어지는 갈래길도 나 있어 하천 산책과 숲길 산책을 하루 일정으로 함께 즐길 수 있다.
의성군은 이 길을 관광 목적의 동선이 아닌, 주민 일상에 스며드는 '생활형 힐링 인프라'로 설계했다.
주민이 먼저 걷는 길이, 자연스럽게 외부 방문객의 발걸음까지 이끈다는 구상이다.


△구봉공원, 하루의 호흡이 시작되는 자리
출발점인 구봉공원은 둘레길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첫 장면이다.
도시숲과 어린이 놀이터, 초화원이 한 공간에 어우러져 산책 전후로 잠시 머물기 좋다.
공원 곳곳에는 마늘 조각 조형물과 운동기구, 정자, 포토존이 배치돼 있다.
1550㎡ 규모의 초화원에는 배롱나무 등 10종 2900여 본의 교목·관목이 식재됐다.
남대천 주변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녹지 공간을 채우며, 걷기 전 마음의 속도를 먼저 낮춘다.
봄이 되면 구봉공원에서 시작해 남대천을 따라 2.5㎞ 벚꽃길이 이어진다.
같은 길이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전혀 다른 얼굴로 사람을 맞는다.

△하천 위를 걷는 874m, 데크로드의 시간
구봉공원에서 징검다리를 건너면 남대천을 따라 데크로드 산책길이 이어진다.
의성교에서 구봉2교까지 데크로드 874m, 자갈길 600m, 데크계단 143m가 연결돼 있다.
길 사이사이에는 쉼터 3곳과 왕벚나무 162주가 리듬을 나눈다.
이 구간의 가장 큰 특징은 야간 경관조명이다.
보행 동선을 따라 조명이 끊기지 않도록 배치돼 퇴근 이후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산책이 가능하다.
낮에는 물을 보며 걷고, 밤에는 빛을 따라 걷는다.
데크길 중간에는 구봉산 전망대로 오르는 갈래길이 나 있어 산림욕장과 유아숲체험원, 문소루로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음악분수, 걷다가 자연스럽게 멈추는 곳
데크로드를 따라 걷다 보면 남대천 음악분수가 모습을 드러낸다.
40여 곡의 음악에 맞춰 물줄기가 리듬을 이루고, 야간에는 컬러 레이저가 물결 위로 번진다.
운영 기간은 4월부터 11월까지, 하루 4회(회당 40분).
이곳에서는 누구나 발걸음을 늦춘다.
운동을 하러 나왔던 사람도, 산책을 하던 가족도 잠시 벤치에 앉아 물을 바라본다.
음악분수는 산책의 흐름을 끊는 시설이 아니라, 걷는 리듬을 잠시 내려놓는 자리다.


△문소루, 걷던 길이 시간을 만나는 자리
둘레길에서 가장 상징적인 공간은 문소루다.
의성의 옛 이름 '문소'에서 유래한 이 누각은 영남 4대 누각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고려 중기 창건된 뒤 공민왕 때 현령 이광제가 중건했고, 1657년 화재로 소실됐다가 1694년 다시 중건됐다.
6·25전쟁 당시 폭격으로 사라진 뒤 1983년 복원됐다.
문소루에 오르면 남대천과 의성읍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걷던 길은 이 지점에서 잠시 멈춰, 시간을 올려다보게 된다.

△맨발로 마무리하는 행운의 쉼터
둘레길의 종착이자 또 다른 출발점은 행운의 쉼터다.
황톳길과 세족장, 주차장을 갖춘 복합 휴식공간으로, 걷기 이후의 흐름까지 고려해 조성됐다.
3만1472㎡ 규모의 공간에는 느티나무 등 6종의 수목이 식재돼 있고, 황톳길 285m와 세라믹볼 맨발 체험장, 마사토 산책로 815m(이팝나무길), 잔디광장과 파고라, 팔각정자가 이어진다.
산림청 그린뉴딜 공모사업으로 조성된 크릭가든에는 스마트 관수 시스템이 적용됐다.
신발을 벗고 황톳길에 발을 올리는 순간, 하루 동안 쌓였던 생각이 말없이 땅으로 내려간다. 걷고, 씻고, 앉아 쉬는 흐름이 이곳에서 완성된다.


△한 바퀴 40~60분, 일상 속 걷기 반경
남대천 둘레길을 한 바퀴 천천히 걸으면 40~60분 정도가 소요된다.
음악분수나 문소루, 쉼터에서 머무를 경우 1시간에서 1시간 30분까지 늘어난다.
아침 시간대에는 혼자 걷기나 가벼운 러닝이 많고, 오후와 주말에는 가족·지인 동반 이용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평일은 규칙적인 운동형 이용이, 주말은 체류·관람형 이용이 상대적으로 많다.
데크계단이 포함된 일부 구간은 유모차·휠체어 이용에 제약이 있으나, 구봉공원과 행운의 쉼터 일대는 비교적 완만해 휴식 요소를 활용한 이동이 가능하다.

△걷는다는 것은, 결국 돌아오는 일
의성 남대천 둘레길은 무언가를 보여주려 애쓰지 않는다.
대신 매일 같은 자리에 서서 사람이 다시 걸어오기를 기다린다.
일상이 먼저 걷고, 관광은 그 뒤를 따른다.
이 길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어디를 다녀왔는지보다, 마음이 어디쯤 내려왔는지가 더 또렷해진다.
발 따라 걷다 보면, 여유는 어느새 곁에 와 있다.

△2026년 물놀이장 조성…여름까지 확장되는 산책길
의성군은 남대천 일원에 '고향의강 물놀이장' 조성을 추진 중이다.
의성읍 후죽리 775번지 일원에 들어서며, 올해 7월 개장을 목표로 한다.
야외 물놀이장 4380㎡를 비롯해 놀이시설과 샤워·화장실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사계절 걷는 길로 자리 잡은 남대천 둘레길은 물놀이장 조성을 통해 여름 체류 공간까지 품게 된다.
걷던 길이 머무는 공간으로 확장되며, 의성읍의 일상 풍경도 함께 넓어지고 있다.
김동현 기자 jhass80@kyongb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