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학교폭력의 상처에서 회복으로 6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한 청소년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었을까?
학교폭력은 흔히 한 시기의 불행한 사건으로 이해되곤 한다.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학교를 졸업하면 끝날 문제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학교폭력 피해를 이유로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이 인식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학교폭력 피해로 학업을 중단한 학교 밖 청소년의 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질적연구」(박지현, 2024, 『한국청소년연구』)에 의하면, 학교폭력을 이유로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의 선택은 충동이나 회피가 아니라,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린 절박한 결정이었다
이 논문에 의하면, 연구에 참여한 학교폭력의 피해를 경험했던 청소년들은 학교를 "지옥 같은 공간"으로 표현한다. 아이들에게 학교는 어느 순간부터 배움의 공간이 아니라 공포의 공간이 되었다. 언어폭력과 집단따돌림, 협박과 감시는 교실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쉬는 시간은 물론 등하교 길, 집 근처와 온라인 공간까지 폭력은 따라다녔고, 아이들은 하루 24시간을 긴장 속에서 살아야 했다. 그럼에도 많은 아이들은 쉽게 학교를 떠나지 않았다. 졸업을 해야 한다는 압박, 미래가 망가질지 모른다는 불안, 무엇보다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에 이를 악물고 버텼다.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주신 선생님을 의지하며, 상담과 치료를 병행하며 하루하루를 견뎌낸 아이도 있었고, 고통을 들키지 않으려 더 밝은 척하며 혼자 아픔을 삼킨 아이도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끝내 학교를 떠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더 버티면 정말 위험해질 수 있겠다"는 생존의 경고였다. 학교의 대응은 아이들의 기대를 충분히 채우지 못했다. 일부 교사는 폭력을 '아이들 사이의 장난'이나 '갈등' 정도로 축소했고, 피해자 보호는 미흡했다. 신고 이후에도 가해자와 분리되지 않은 채 더 큰 위협에 노출되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아이들은 학교가 더 이상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된다. 학교를 그만두는 선택은 포기가 아니라, 살아야겠다는 간절함에서 나온 마지막 결단이었다.
하지만 학교를 떠났다고 해서 고통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학교를 나온 이후 아이들은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이름 아래 지원의 공백을 경험했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죄책감, 사회적 시선과 편견, 여전히 반복되는 악몽과 불안은 아이들을 과거의 시간에 붙잡아 두었다. 길에서 가해자를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학교 밖에서도 계속되었고, 아이들은 "몸은 학교를 나왔지만 마음은 아직 그 안에 있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회복의 가능성은 있다.
누군가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해주었을 때,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어른과 기관이 곁에 있을 때, 아이들은 조금씩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상담과 치료, 새로운 관계, 작은 성공 경험은 아이들의 무너진 자존감을 천천히 회복시켰다. 이 논문에 의하면, 이러한 회복의 과정 속에서 학업중단의 경험은 '생존을 위한 또 하나의 선택지'로 재해석된다
이 연구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학교를 떠난 청소년을 '탈락자'로 바라보는 시선은 폭력을 한 번 더 반복하는 일이다. 필요한 것은 비난이 아니라 이해이며, 단절이 아니라 연속적인 보호와 지원이다. 학교 안에서의 예방과 개입은 물론, 학교 밖에서도 아이들이 안전하게 회복하고 성장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될 때, 비로소 학교폭력은 '끝난 사건'이 아니라 '책임 있게 다뤄진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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