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식 성차별·학력주의 비트는 통쾌한 여성서사…‘언더커버 미쓰홍’ [플랫]
tvN 토일드라마 <언더커버 미쓰홍>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거침없는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17일 3.5%(닐슨코리아·전국 기준)로 출발한 시청률은 3회 만에 5%를 돌파했고, 6회에서는 8%까지 치솟으며 10%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레트로 감성과 긴장감을 더하는 전개, ‘드라마퀸’ 박신혜 주연의 ‘믿고 보는 코미디’라는 입소문이 퍼지며 회차를 거듭할수록 시청층을 넓혀가는 모양새다.

1990년대 말 여의도 증권가를 배경으로 한 <언더커버 미쓰홍>은 엘리트 증권감독관 ‘홍금보’(박신혜)가 수상한 자금 흐름이 포착된 대형 증권사 한민증권에 고졸 신입사원 ‘홍장미’로 위장 취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비자금 증거와 내부 고발자를 찾기 위한 잠입 수사’라는 미스터리 서사에, 신분을 숨긴 채 조직 안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오피스 코미디를 덧입힌 구조는 익숙하면서도 탄탄하다. 여기에 ‘90년대 여의도’라는 특정 시공간과 ‘고졸 여사원’이라는 포지션을 전면에 내세우며 장르적 긴장감과 생활 밀착형 웃음을 자연스럽게 엮어낸다.
특히 35세 베테랑 증권감독관이 스무 살 말단 여사원으로 위장하는 설정은, 오피스 코미디의 외피를 쓰고 90년대식 위계와 성차별, 학력주의를 정면으로 비튼다. 고졸 여사원의 옷을 입은 홍장미는 실은 ‘여의도 마녀’로 불리던 인물로, 거대 금융 재벌 앞에서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능력자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간극은 시청자들에게 ‘인생 2회차 주인공의 회귀물’을 보는듯한 감각을 선사하며 짜릿한 재미를 안긴다.

홍장미는 커피 심부름을 하며 사무실을 오가면서도 빠른 판단력으로 주가 조작 현장을 포착하고, “여자가 뭘 아느냐”, “신입이 어디서 감히”, “고졸 주제에” 등 숨 쉬는 듯 쏟아지는 차별적 발언에도 당당하게 일침을 날린다. 드라마 속 90년대 직장 풍경은 분명 낡았지만, 그 안에서 기죽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나가는 여성 능력자의 서사는 통쾌한 반격의 쾌감을 안긴다. 박신혜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움츠러들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점이 금보의 매력”이라고 밝힌 바 있다.
드라마가 남녀 관계의 역학을 배치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홍금보에게 위장 취업을 지시한 증권감독원 상사 ‘윤재범’(김원해)은 ‘견제와 갈등’의 상사가 아니라, 때로는 그녀를 말리고 때로는 뒤에서 밀어주는 조력자에 가깝다. 재벌 3세이자 한민증권 위기관리본부장인 ‘알벗 오’(조한결) 역시 여주를 위기에서 구하는 구원자와는 거리가 멀다. 사무실에 출근해서도 한량처럼 시간을 보내는 그는 오히려 홍장미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하는 인물로, 8회 이후부터는 홍장미의 동업자이자 또 다른 서사의 축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여기에 각기 다른 사연과 개성을 지닌 기숙사 룸메이트들의 에피소드가 더해지며, 금융 비리를 파헤치는 스릴과 일상의 코미디가 리듬감 있게 교차한다.
30대 홍금보와 스무 살 홍장미를 오가는 ‘무리수’는 박신혜가 연기하는 캐릭터의 질감 덕분에 설득력을 얻는다. 박신혜는 불합리에 맞서는 인물의 내면을 진정성 있게 그려내는 한편, 정체가 들킬 위기에서는 천연덕스러운 코믹 연기 선보이며 웃음을 안긴다. 전작 SBS <지옥에서 온 판사>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악마 ‘강빛나’로 분해 드라마의 성공을 이끌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탄탄한 연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흥행불패 드라마퀸’이라는 수식어를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
▼ 노정연 기자 dana_fm@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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