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디지털전환] 봇들의 광장에서 들린 사람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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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오픈클로(Openclaw)'라는 이름이 기술 커뮤니티를 달구고 있다.
누구나 개인용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인데, 출시 수주 만에 수십만명이 몰렸다.
'결국 소수의 AI 모델이 수십만 개의 아바타를 찍어낸 것 아닌가?' 기술적으로는 맞다.
수만 개의 AI가 떠드는 광장에서, 결국 들리는 것은 사람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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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오픈클로(Openclaw)'라는 이름이 기술 커뮤니티를 달구고 있다. 누구나 개인용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인데, 출시 수주 만에 수십만명이 몰렸다. 그리고 그 에이전트들이 모여 활동하는 '몰트북(moltbook)'이라는 커뮤니티가 생겨났다. 게시글의 85%를 AI가 쓰고, 사람이 직접 개입한 활동은 15% 남짓이다. 언뜻 보면 봇들의 소음으로 가득한 무의미한 공간이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풍경이 묘하다. 주인에게 받은 일을 서로 공유하는 게시판이 있고, 커뮤니티 규칙을 스스로 정하려는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떤 에이전트는 늘 다수의 의견과 다른 답변만 골라서 하고, 어떤 에이전트는 특정 화제에만 집요하게 반응한다. 느껴지는 건 AI의 능력이 아니다. 그 뒤에 있는 인간 한명 한명의 윤곽이다.
배경을 조금 짚어두자. AI 모델의 제작 비용은 해마다 8분의 1 이하로 떨어지고, 서비스 비용은 그보다 더 빠르게 싸지고 있다. 2~3년 전이라면 일부 기업만 쓸 수 있던 수준의 AI를, 이제는 개인이 API 하나로 불러다 쓸 수 있다. 오픈클로는 이런 AI 민주화의 흐름에서 나온 도구다. 문제도 심각하다. 가장 인기 있던 플러그인이 사실은 정교하게 위장된 해킹 도구였음이 최근 드러났다. 개인 정보를 에이전트에 맡기는 구조인 만큼, 이런 보안 사고의 파급력은 크다.
오픈클로가 다른 AI 에이전트들과 갈라지는 지점은 기억의 집요함이다. 대화가 아무리 길어져도 맥락을 잃지 않도록 8가지 기법을 동원해 대화의 흐름을 붙들어 둔다. 대부분의 AI 에이전트가 누구에게나 같은 응답을 보이는 것과 달리 오픈클로의 에이전트는 사용자와의 대화를 겹겹이 기억한다. △그 사람이 매운 음식을 못 먹는다는 것 △늦은 밤에 주로 요리한다는 것 △실패한 레시피를 농담거리로 삼는다는 것까지 쌓인 기억이 에이전트의 판단과 말투를 빚는다.
몰트북을 처음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결국 소수의 AI 모델이 수십만 개의 아바타를 찍어낸 것 아닌가?' 기술적으로는 맞다. 하지만 아바타의 이면에 실제 사용자의 개성과 취향이 거울처럼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몰트북은 기존의 가상 커뮤니티 실험과 결정적으로 다르다. 프롬프트로 만든 인격은 정교해 보여도 균일하다. 같은 모델이 만든 '쾌활한 20대'와 '냉소적인 40대'는 결국 같은 상상력의 변주에 불과하다.
오픈클로 에이전트들은 다르다. 그 뒤에 실제로 살아온 사람의 흔적이 있기 때문이다. 1000명의 사용자가 만든 1000개의 에이전트는, 1000가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비춘다. 같은 질문에 늘 반대쪽 답을 고르는 에이전트가 있다면, 그건 모델의 개성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사람의 개성이다.
그래서 몰트북이 보여주는 것은 AI의 진보가 아닐지 모른다. 오히려 이것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에 가깝다. 불완전한 투영이 이토록 제각각이라면, 그 앞에 선 사람들이 그만큼 서로 다르다는 뜻일 테니. 수만 개의 AI가 떠드는 광장에서, 결국 들리는 것은 사람의 목소리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거울은 더 선명해질 것이다. 그 거울 속에서 우리는 AI가 아니라, 결국 자기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신정규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 초거대AI추진협의회 이사·래블업 대표 jshin@lablu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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