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강자’ 시대 끝났다…K뷰티 ‘빅3’ 요동

이재아 기자 2026. 2. 1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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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 ‘글로벌 리밸런싱’ 결실…해외이익이 국내부진 메웠다
LG생건·애경, 중국 의존에 수익성 급락…구조전환 속도 시험대
APR 약진·구다이글로벌 변수 겹쳐…‘전환 속도’가 승부 갈라
중국 시장 침체라는 동일한 외부 변수 앞에서 기업별 전략과 실행력의 차이가 실적으로 갈리며, K뷰티 산업 내 전통 강자와 신흥 강자 간 세대교체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출처=오픈AI]

한동안 흔들리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국내 화장품 시장의 '빅3' 구도가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시장 침체라는 동일한 외부 변수 앞에서 기업별 전략과 실행력의 차이가 실적으로 갈리며 전통 강자와 신흥 강자 간 세대교체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에이피알이 매출 기준으로 애경산업을 넘어서는 등 균열은 이미 현실이 됐고, 비상장사 구다이글로벌의 성장 가능성까지 더해지며 시장은 '빅3'에서 '다극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

◆아모레, '중국 리스크 분산' 성과…해외가 실적 반등 견인

아모레퍼시픽은 수년간 발목을 잡았던 중국 변수에서 한발 물러서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유럽 등 서구권 시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전략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주사인 아모레퍼시픽홀딩스는 지난해 매출 4조6232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680억원으로 47.6% 급증했다. 이는 2019년 이후 6년 만의 최대 수익성이다.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이 매출 4조2528억원으로 9.5% 성장하며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실적 반등의 중심에는 해외 사업이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1조9091억원으로 확대됐고, 해외 사업 영업이익은 2099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성장의 엔진이 국내에서 해외로 이동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대목은 실적 회복의 방식이다. 단순한 판매 확대가 아니라 라네즈·설화수·에스트라 등 브랜드별 강점을 살린 채널 전략과 지역 다변화가 동시에 진행됐다는 점에서다. 중국 경기 둔화와 유통 구조 변화가 업계 전반을 압박하는 상황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이 비교적 빠르게 '글로벌 리밸런싱'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생건·애경, 중국 의존의 후폭풍…수익성에서 직격탄

반면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은 중국 리스크의 후폭풍을 정면으로 맞았다. 같은 외부 변수 앞에서도 누가 더 시장 구조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했는지가 실적 격차로 드러난 셈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 6조3555억원으로 전년 대비 6.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707억원으로 62.8% 급감했다. 특히 뷰티 부문은 매출이 2조3500억원 규모로 축소되는 가운데 9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중국 소비 둔화와 면세 채널 위축이 동시에 작용한 데다,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비용 부담까지 겹치며 수익성에 타격이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애경산업도 성장 동력 약화가 뚜렷했다. 지난해 매출 6545억원, 영업이익 211억원으로 각각 3.6%, 54.8% 감소했다. 화장품 부문 영업이익은 75억원으로 74.1% 급감하며 체력이 크게 떨어졌다. 업계에선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구조가 실적 변동성을 키웠고, 현지 거래처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단기간 반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일시적 부진이라기보다, 중국 중심의 성장 공식이 더 이상 과거처럼 작동하지 않는다는 경고에 가깝다. 중국 시장 자체가 축소됐다기보다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분화되고 유통 채널도 재편되면서, 브랜드력·가격 포지셔닝·디지털 전환 속도가 느린 기업일수록 타격이 커지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신흥강자' 에이피알 부상…구다이글로벌 가세 시 상위권 재편 가속

시장 재편의 중심에는 에이피알이 있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매출 1조5273억원으로 전년 대비 111%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3654억원으로 198% 급증하며 고성장과 고수익성을 동시에 증명했다. 영업이익률은 24%로, 전통 대기업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매출 규모뿐 아니라 벌어들이는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는 점이 시장의 시선을 끈다.

성장의 핵심은 해외다. 에이피알은 전체 매출의 80%에 해당하는 1조2258억원을 해외에서 올리며 국내 경쟁 심화 국면을 정면 돌파했다. 온·오프라인 채널을 함께 확장하고, 미국·일본 등에서 성과를 키우는 방식으로 외형을 불렸다. 단일 브랜드 '메디큐브'가 실적을 견인하고 뷰티 디바이스와의 시너지가 더해지면서 'K-뷰티는 중저가 ODM 중심'이라는 기존 인식을 흔들고 있다.

여기에 비상장사 구다이글로벌까지 가세할 가능성이 거론되며 판도 변화는 한층 빨라질 수 있다. 구다이글로벌은 조선미녀, 티르티르 등 복수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인수합병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매출이 1조7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며, 기업공개(IPO)를 위한 주관사 선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진다. 공식 실적이 확인되진 않았지만 추정치만 놓고 보면 상위권 경쟁에 단숨에 뛰어들 수준이라는 평가다.

결국 국내 화장품 시장은 '누가 더 크냐'의 경쟁에서 '누가 더 민첩하게 구조를 바꾸느냐'의 경쟁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중국 의존을 낮추고 새로운 시장·채널·브랜드 포지셔닝을 선점하는 기업이 웃는 구도다. 전통 강자들이 체질 개선과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지 못할 경우, 에이피알과 구다이글로벌 같은 신흥 강자들이 상위권을 재정의하는 흐름은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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