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행성 금성에 ‘용암 동굴’ 있다…30여년 전 자료 재분석해 발견

이정호 기자 2026. 2. 1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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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연구진, 국제 학술지 발표
마젤란 관측자료, 최신 기법으로 재분석
1991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금성 탐사선 ‘마젤란’이 촬영한 합성 개구 레이더(SAR) 영상에 다른 탐사선들이 촬영한 자료를 일부 조합해 만들어진 금성 사진. NASA 제공

태양계 2번째 행성 금성에서 용암 때문에 형성된 동굴이 확인됐다. 지금까지 용암 동굴은 지구와 달, 화성에서만 발견됐다. 깊은 지하에서 널찍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용암 동굴은 금성의 혹독한 자연 환경을 피해 기지를 건설할 후보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트렌토대 연구진은 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를 통해 금성에 용암 동굴이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용암 동굴이 발견된 천체는 지구와 달, 화성뿐이다. 과학계에서는 금성에도 용암 동굴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지만, 그동안은 가설로만 제기돼 왔다. 연구진은 관측 결과를 토대로 금성에 용암 동굴이 있다는 점을 사상 처음 입증했다.

용암 동굴의 생성 원리는 흥미롭다. 지표면을 흐르는 약 1000도의 용암은 바깥쪽 면이 대기와 접촉하면서 빠르게 식는다. 반면 안쪽 면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식는다. 이렇게 되면 열기를 지닌 용암 안쪽은 계속 흐르고, 바깥쪽은 단단한 껍데기처럼 굳는다. 안쪽 용암이 다 빠지고 나면 천연 터널, 즉 용암 동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연구진은 1990~1992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금성 탐사선 마젤란이 촬영한 ‘합성 개구 레이더(SAR)’ 영상을 이번 연구의 재료로 삼았다. SAR는 전파를 지면으로 쏴 지형을 알아내는 장비다. 전파가 탐사선으로 되돌아오는 시간과 강도를 계산해 땅 모양과 높낮이를 파악한다.

연구진은 최신 영상 기술로 전파 자료를 분석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용암 동굴의 무너진 천장, 즉 동굴 입구를 30여년 만에 찾아냈다. 동굴 입구 속으로 비스듬하게 전파를 쏜 자료까지 확인해 내부 깊이와 지형도 최대한 파악했다.

연구진이 알아낸 용암 동굴 지름은 1㎞, 지붕 두께는 최소 150m다. 동굴 내부의 높이는 최소 375m다. 지구의 일반적인 용암 동굴보다 훨씬 거대하다. 연구진은 “용암 동굴 길이는 최소 300m로 측정됐다”며 “지형을 봤을 때 길이가 약 45㎞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용암 동굴은 금성에 있는 화산 중 하나인 ‘닉스 몬스’ 근처에서 발견됐다.

이번 용암 동굴은 향후 금성 기지 후보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성 지표면 온도는 납도 녹이는 460도인데, 두께가 150m인 용암 동굴은 뛰어난 단열 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바깥보다 훨씬 덜 뜨거울 것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이번 용암 동굴은 내부 규모도 커 탐사·생존 장비를 다수 들여놓기에도 좋다.

연구진은 “2031년 발사될 유럽우주국(ESA)의 엔비전 금성 탐사선에는 마젤란보다 해상도가 높은 SAR가 실리고, 지표를 투과할 수 있는 ‘지하 레이더 사운더(SRS)’라는 장비도 탑재된다”고 했다. 금성 용암 동굴을 지금보다 더 많이 발견하고, 더 자세히 분석하는 일이 가능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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