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병목된 화장·요양…이창용 “최고령 국가 필수 산업, 구조 손봐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0/dt/20260210144447362oivk.png)
화장률이 94%까지 치솟았지만 서울에서는 화장장을 찾지 못해 며칠씩 기다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노인요양시설은 대도시일수록 적자가 나 신규 공급이 막히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생애말기 필수 산업의 공급 체계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한국은행은 부동산 비용과 규제, 지역 이기주의로 공급 병목이 발생하고 있다며 병원 장례식장 내 소규모 화장시설 도입과 요양시설 임대료의 비급여 전환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0일 ‘초고령화사회 진입과 산업적 대응’을 주제로 열린 한은·연세대학교 공동 심포지엄 축사에서 “고령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산업적 해법을 모색하지 않으면 사회적 비용만 커질 수 있다”며 “오늘 논의되는 사례들은 제도 개선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초고령사회와 생애말기 필수산업의 활성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화장률은 2000년 33.5%에서 2024년 94.0%로 급증했다. 반면 화장시설 공급은 수요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3일장을 치르고도 화장장을 기다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3일 차 화장률은 2019년 86.2%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2년 73.6%로 하락한 뒤 지난해에도 75.5%에 그쳐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지역 간 격차도 뚜렷하다. 2024년 기준 서울의 화장시설 가동 여력은 사망자 수 대비 –11.7%로 과부화 상태인 반면, 전북은 116.2%로 여유가 컸다. 한은은 대도시일수록 높은 부동산 비용과 화장장을 둘러싼 님비 현상이 강하게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한은 분석 결과 면적당 선거 인수가 10% 작을 때 화장시설 설치 확률은 7.4%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적용하면 면적당 선거 인수가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경우 화장시설 설치 확률은 약 2배로 높아진다. 한은은 이러한 님비 현상으로 화장시설 공급이 부족해질 경우 그 피해가 결국 지역 주민에게 돌아오는 부메랑 효과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대안으로 민간 주도의 소규모·분산형 화장시설 도입을 제시했다. 특히 대형 병원 장례식장 내에 소규모 화장시설을 설치하면 과부화를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병원 인프라는 이미 지역 전반에 분포해 있고, 의료비 감면 등 의료기관과 연계한 추가 혜택 제공도 가능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이를 위해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에서 화장시설을 제한한 현행 규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노인요양시설 역시 초고령사회에서 공급 불균형이 심각한 분야로 지목됐다. 2024년 기준 서울의 생애 말기 고령인구 대비 노인요양시설 잔여 정원 비율은 3.4%로 사실상 포화 상태였지만 충북(17.6%)·경북(15.8%)·전북(12.4%) 등 비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한은은 이러한 불균형의 원인으로 지역별 부동산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는 정액수가제를 들었다. 노인 1인당 장기요양급여가 지역과 관계없이 동일하게 지급되면서 부동산 비용이 높은 대도시에서는 시설 운영이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한은이 올해 기준으로 추산한 결과 서울에서 정원 30명의 요양시설을 운영할 경우 월 적자가 815만원에 달했고, 강남 지역은 적자가 1424만원까지 확대됐다. 반면 경남에서는 같은 규모의 시설이 월 최대 2017만원의 수익을 내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해결책으로 요양시설의 귀속 임대료를 비급여 항목으로 분리해 수요자가 일부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요양 서비스 자체는 공적으로 보장하되, 토지·건물 임대료 성격의 비용은 이용자가 부담하게 해 지역별 공급 유인을 회복하자는 취지다.
이동원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실장은 “현대 기술로는 화장시설도 충분히 친환경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며 “과거 기준에 머문 법령과 제도가 산업 혁신을 가로막고 있어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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