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령과 춘절, 중국 관광 동선을 바꾸다
복합리조트, ‘포화 이후 수요’ 몰린다

중국의 ‘한일령(限日令)’과 춘절(2월 15~23일)이 겹치면서 동아시아 관광 동선이 재편되고 있습니다.
‘고재편(Go-JAPAN)’, 일본행이 흔들린 사이에 중국 관광객의 선택지는 한국으로 이동했고 그 변화는 제주에서 가장 먼저 숫자로 확인됐습니다.
반응 지점은 숙박도, 내국인 관광도 아니었습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였습니다.
이번 춘절을 앞둔 제주 관광의 특징은 분명했습니다.
수요가 돌아왔다는 신호가 ‘객실 포화 이후’에서 잡혔다는 점입니다.
이 지점이 이번 흐름을 단순히 명절 특수가 아닌, 구조 변화로 읽게 만듭니다.
특히 제주에서는 도심에 들어선 복합리조트를 중심으로 객실 포화 구간에 예약이 추가로 붙는 흐름을 보이면서, 중국 관광객 회복이 ‘상징’이 아니라 ‘지표’가 되는 양상을 드러냈습니다.

■ 전국 관광시장 전망, 외래관광객 ‘최대치’로 기울다
10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외래관광객은 1,893만 6,000명으로 전년 대비 15.7% 증가했습니다.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108.2% 수준으로, 연간 방한객 수는 코로나 이전을 포함해 최근 10년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를 기록하며 기존 최고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회복 흐름이 일시적 반등에 그치지 않고 2026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바운드(방한) 관광객 수가 2,000만 명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는 가운데, 한일령 영향을 변수로 반영해 2026년 방한 수요를 2,076만~2,126만 명 수준으로 제시한 분석도 나왔습니다. 중국과 일본 간 긴장 고조로 인한 사실상의 한일령 효과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수치입니다.
전국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외국인이 먼저 돌아오고 그 회복이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로 찍히고 있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 춘절 ‘23만~25만 명’ 전망... 물량이 아니라 방향
최근 시장조사기관 차이나트레이딩데스크(CTD)는 이번 춘절 연휴 기간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을 23만~25만 명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춘절 대비 52% 늘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 전망치가 중요한 이유는 “많이 온다”보다 “어디로 흐르느냐”입니다.
중국 내에서 일본 여행을 취소하고 한국을 대체지로 선택하는 흐름도 타진되는 모습입니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춘절은 중국 수요의 ‘방향’을 확인하는 기간인데, 올해는 일본 대신 한국으로 경로가 꺾인 흔적이 더 또렷하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 제주 관광의 현실, ‘내국인 정체, 외국인 상승’ 동시에 잡혀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 제주 방문 관광객은 114만여 명으로 전년 대비 13.5% 증가했습니다.
이 중 내국인은 101만여 명으로 12.4% 늘고, 외국인은 13만여 명으로 22.5%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연간 누계로 보면 결이 갈립니다.
한 해 누계 총계는 1,386만여 명으로 전년 대비 0.7% 늘었는데, 내국인 누계는 1,161만여 명으로 2.0% 감소했습니다.
반대로 외국인 누계는 224만여 명으로 17.7% 늘었습니다.
제주에서 ‘회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영역은 외국인에서 더 빠르게 확인되고, 내국인은 숫자가 ‘버티는’ 형태로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 중국은 늘고.... 더 중요한 건 ‘중국만이 아니다’ 동반 상승
제주 외국인 시장에서 중국은 여전히 핵심 축입니다. 2025년 누계 14.8% 증가했습니다.
동시에 대만(누계 23만 3,590명, 46.5% 증가), 싱가포르(4만 7,130명, 26.2% 증가), 태국(1만 532명, 349.7% 증가) 등 그 외 방한 시장도 증가 폭을 더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중국 회복이 재개되는 순간, 주변 시장이 더 가파르게 붙는 구간”이라고 해석합니다.
중국 쏠림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 올해 제주 외국인 흐름을 더 ‘지속 가능한 쪽’으로 밀어줍니다.

■ 객실 ‘포화 이후’, 예약이 더 붙었다
이같은 외국인 증가세 속에서, 이번 춘절 국면에서 제주가 가장 먼저 반응한 곳은 카지노입니다.
롯데관광개발이 운영하는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내 그랜드 하얏트 제주는 이번 춘절 기간(2월 15~23일) 동안 하루 최대 1,580실의 객실 예약을 기록 중”이라며 “전체 1,600실 규모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만실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주까지 하루 최대 1,570실 수준이던 예약이 1,580실로 늘었을 정도입니다.
수치만 놓고 보면 ‘10실 정도’로 보일 수 있지만, 이미 객실이 거의 찬 상태에서 추가 예약이 붙었다는 점은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연휴 직전 유입되는 ‘고가치 수요’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신호로 해석합니다.
이 같은 흐름은 취소보다 신규 유입이 더 크지 않으면 나타나기 어려워, 통상 ‘포화 이후 수요’로 분류됩니다.
카지노업계 한 관계자는 “카지노 고객은 일정 변경이 유연해 연휴 직전까지 예약이 붙는 경우가 많다”며 “포화 구간에서 객실이 더 채워졌다는 것은 수요가 끝난 게 아니라 아직도 유입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 카지노가 먼저 뜨는 이유... ‘돈이 모이는 동선’
제주 관광 산업의 구조는 단일 업종이 아닙니다. 카지노, 호텔, 식음, 쇼핑이 한 동선에 걸려 있습니다.
외국인 수요가 들어오면 ‘항공 좌석’ 다음 ‘객실’이 반응하고, ‘카지노 드롭액’과 ‘부대 소비’가 맞물립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춘절 수요에 한일령 변수까지 겹치며, 수도권은 물론 제주 같은 복합리조트 중심으로 수요 체감이 강하게 나타나는 국면”이라고 말했습니다.

■ 내국인 회복세는 아직… 해법은 가격이 아니라 체류 설계
제주 입도 누계에서 내국인이 줄고 외국인이 늘고 있다는 점은, 지역 관광의 과제가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외국인 관광은 빠르게 반등했지만, 내국인 관광은 이전과 다른 조건 속에서 다시 선택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내국인 관광의 핵심 과제는 가격 경쟁이 아니라 체류의 이유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입니다.
선택지가 크게 늘어난 관광 시장에서 제주는 취향과 목적에 맞춘 옵션과 체류 동기를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되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올해의 유입을 일회성 방문으로 끝내지 않고, 다음 해의 재방문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구조가 중요합니다.
관광 정책 분야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수요가 카지노에서 먼저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문제는 이 수요가 리조트 내부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전반의 체류와 소비로 확산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내국인 관광은 체류 동기를 새로 설계하지 않으면, 회복 국면에 접어든 듯 보이다가도 다시 정체 국면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한일령과 춘절은 일시적인 특수로 소비될 사안이 아닙니다.
관광 시장에서는 이동 경로가 바뀌는 계기로 작동하고, 제주는 그 변화를 카지노 객실의 포화 이후 수요라는 지표로 가장 먼저 확인한 지역입니다.
앞서 카지노업계에서 포착된 ‘연휴 직전까지 이어진 추가 예약’은, 수요가 아직 이동 중이라는 사실을 숫자로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또다른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춘절은 관광객이 늘어난 시점이 아니라, 관광 동선이 바뀌기 시작한 시점으로 보는 게 맞다”며 “이 흐름을 일회성 실적으로 소비하느냐, 체류와 재방문 구조로 확장하느냐에 따라 제주 관광의 다음 국면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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