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가 돈 내는 채용시장… 美서 ‘역채용’ 확산

백윤미 기자 2026. 2. 1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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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사무직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얻기 위해 헤드헌터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이른바 '역채용(리버스 리크루팅)'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이 채용 담당자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던 전통적인 채용 구조가 뒤집히며 구직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직자 다니엘 베하라노(36)는 역채용 플랫폼 '리퍼'를 통해 일자리를 찾았다.

채용 비용 부담이 기업에서 구직자로 이동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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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난 속 비용 부담, 개인으로 이동
기업 주도 채용 구조 흔들려
사무직 시장 불안 신호 확대

미국에서 사무직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얻기 위해 헤드헌터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이른바 ‘역채용(리버스 리크루팅)’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이 채용 담당자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던 전통적인 채용 구조가 뒤집히며 구직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플로리다주 선라이즈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채용 담당자와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8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 같은 변화는 노동시장 상황 악화가 부추기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실업자 수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구인 공고 수를 넘어섰다. 평균 구직 기간도 약 6개월에 육박했다. 대형 기술기업과 물류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수천 명의 사무직 근로자들이 한꺼번에 구직 시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 같은 환경에서 일부 구직자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채용 대행 서비스를 선택하고 있다. 구직자 다니엘 베하라노(36)는 역채용 플랫폼 ‘리퍼’를 통해 일자리를 찾았다. 리퍼의 인공지능(AI) 에이전트는 그를 자원봉사 관리 기업 ‘골든’의 경영진과 연결했고, 베하라노는 여러 차례 면접 끝에 채용됐다. 그는 첫 달 급여가 입금되자마자 급여의 20%를 수수료로 지급했다. 베하라노는 WSJ에 “수많은 지원자 속에 묻히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고 말했다.

역채용 모델은 형태도 다양하다. 일부 업체는 채용이 확정되면 급여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다. 다른 업체들은 구직자를 대신해 이력서를 제출하거나 기업 인사담당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대가로 정액 요금을 청구한다. 단순한 경력 상담이나 이력서 첨삭을 넘어 지원 전 과정을 대행하는 방식이다.

앙드레 함라 리퍼 최고경영자(CEO)는 “돈을 내지 않으면 당신이 상품이 되는 구조”라며 “구직자를 고객으로 두는 방식이 서비스의 동기”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현재 명문대 출신 구직자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기술 분야 전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리퍼에 따르면 하루 평균 구직자 소개 건수는 20건 이상으로 늘었고, 이용 기업도 약 2000곳에 달한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전통적인 헤드헌터들은 구직자에게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의 윤리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헤드헌팅 회사 퍼플 골드 파트너스의 공동 창립자 켄 조던은 “취약한 구직자들이 과도한 마케팅에 노출될 수 있다”면서 “구직자들이 로그인 정보 관리 주체와 실제 지원 방식에 대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효성 논란도 있다. 넷플릭스에서 해고된 션 콜은 프리랜서 플랫폼 파이버를 통해 역채용 서비스를 이용했다. 그는 2주 동안 약 50곳에 지원하는 데 400달러(약 58만원)를 지불했지만, 면접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었다. 일부 고위직 공고까지 연결되긴 했지만,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고급형 서비스도 등장했다. ‘리버스 리크루팅 에이전시’는 월 1500달러(약 218만원)를 받고 맞춤형 이력서 작성, 대량 지원, 현직 직원 접촉까지 제공한다. 이 업체는 고객 44명 중 20명이 채용됐다고 밝혔지만, 높은 비용과 개인정보 활용 방식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역채용 확산이 사무직 노동시장의 구조적 불안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한다. 채용 비용 부담이 기업에서 구직자로 이동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역채용이 일시적 흐름에 그칠지, 새로운 채용 방식으로 자리 잡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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