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성능 K2 전차, 폴란드 장관이 '러브샷'까지 제안한 배경은

'지상전의 최강자' K2 흑표 전차<6>
오만의 뜨거운 사막에서 튀르키예와 벌인 전차 성능 대결
2018년 초 필자는 방위사업청 사업관리본부장으로 임명됐다. 그해 6월쯤 기동화력부장으로부터 '열사의 나라' 오만에서 K2-흑표 전차와 튀르키예 알타이 전차가 성능 대결을 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뜨거운 사막에서 완벽한 성능을 발휘하는 전차를 도입하는 것은 당시 오만 국왕의 최대 관심사였다. 오만 현지에서는 육군이 심혈을 기울여 선발한 우리 군 최고의 전차 사격 전문가들과 흑표 전차 제조사 현대로템이 한 팀이 되어 시험평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기동화력부장에게 직접 현지로 가서 이들을 격려하고 성능 대결을 지켜보라고 지시했다.
여름 한 낮 영상 50도를 넘나드는 뜨거운 사막에서 모래 폭풍 등 다양한 상황을 만들어 돌발 표적 사격, 주행 중 사격 등으로 전차의 성능을 평가하였다. 성능 평가의 승자는 당연히 K2였다. 우리의 기술을 이전받아 개발한 알타이 전차로 튀르키예는 야심만만하게 K2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하였다. 독일에서 도입하여 탑재한 알타이 전차의 파워팩이 고장을 일으켜 성능 평가 도중 사막 한가운데서 멈춰버린 것이다. 설계도를 보면서 기술을 익힌 것만으로 최고 성능의 전차를 제작할 수는 없다. 핵심 구성품의 개발과 이를 결합하는 기술력, 정교한 제조 능력이 종합적으로 갖춰져야 가능한 일이다.

다만, 성공적인 현지 성능평가는 아쉽게도 계약 수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국제 유가 인상과 오만 국왕의 서거로 전차 도입 사업이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와 경쟁했던 튀르키예는 오만 시험평가 경험을 계기로 독일이 파워팩 지원을 통제하기 시작하자, 2022년 한국산 파워팩을 알타이 전차에 탑재하여 주행 시험 등 내구도 검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2023년 한국산 파워팩 수입 계약에 서명하였다. 오만의 사막 한가운데서 우리의 기술을 이전받은 '제자' 튀르키예와 벌인 성능 대결의 승리가 가져온 간접적인 성과다.
들러리 선다는 비관론...책상을 내리치며 폴란드 출장을 지시하다
2021년 9월 중순, 방위사업청장이었던 필자가 주재한 오전 간부회의 때 기반사업 본부장이 현대로템으로부터 전달받은 폴란드 전차 사업 상황에 대해 보고하였다. 폴란드 측이 자국의 전차 도입 사업에 현대로템이 참여해주길 희망한다는 연락을 해왔는데, 현대로템은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폴란드가 독일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현대로템을 들러리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로 판단한 것이다. 대신 현대로템은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던 노르웨이의 전차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기반사업 본부장이 설명했다.

필자는 노르웨이 전차 사업은 지금까지 하던 대로 최선을 다하되,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는 폴란드도 직접 방문해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좋겠다고 사업본부장에게 권고했다. 그는 업체와 상의한 후 다음 회의 때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일주일 후 열린 간부회의에서 사업본부장은 업체 측이 폴란드 방문을 계속 희망하지 않는다며, 노르웨이 전차 사업에 집중하자고 주장했다. 필자는 폴란드를 방문하는 방안을 좀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재차 지시했다. 그 다음 회의에서도 사업본부장은 우리가 들러리 서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차라리 그 시간에 노르웨에이 집중하자는 업체의 의견을 전한 뒤, 그 의견에 따르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필자는 손바닥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청장의 지시입니다. 업체가 희망하지 않으면, 사업본부장만이라도 폴란드를 방문하세요. 방문한 결과, 우리가 들러리였음이 확인되더라도 잃는 것은 출장비입니다. 출장비는 청장이 책임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다음 주, 결국 사업본부장은 보좌관과 통역만 대동하고 폴란드를 방문했고, 폴란드는 사업본부장을 극진하게 반겼다. 국방차관, 국영방산기업인 PGZ 회장, 대통령 안보 보좌관 등 최고위직들이 사업본부장을 만나 협의하는 등 전차 사업 협력에 진정성을 보였다. 이후 필자는 사업본부장이 해외 출장을 가는 경우 폴란드를 반드시 경유하여 K2 전차 등 주요 장비의 수출을 챙기도록 하였다.
폴란드 측에서도 협력단을 구성하여 수 차례 방한하였고, K2 전차 협력 논의부터 시작한 방산 협력은 다양한 무기체계로 확대되었다. 계속된 상호 방문과 협의 과정에서 양측은 역사적 경험까지 공유하는 등 깊은 신뢰 관계를 형성하였고 협력의 범위를 넓혀갔다.
러-우 전쟁 위기로 전차 도입 필요했던 폴란드의 다급한 요청
2022년 2월, 필자는 폴란드를 직접 방문하여 브와슈차크 국방장관 등과 하루 종일 회의를 하며, 방산협력 대상을 구체화하였다. 브와슈차크 장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폴란드에 긴급히 필요한 장비로 총 14개 항목의 장비 목록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빠른 납기와 후속 군수지원을 보장할 수 있는 현지화 생산 등을 핵심적인 요구사항으로 제시하였다.
광범위한 방산 협력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항시 운용으로 성능이 입증된 K2 전차를 비롯한 한국산 장비의 도입이 절박한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 일례로, 당시 폴란드는 기존에 보유하던 러시아제 기갑 장비를 거의 전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양도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정작 폴란드 기갑부대에는 전차 등 기갑 장비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 된 것이다. 폴란드의 긴급한 요청에 대하여 신속한 협력을 약속하고 귀국하였다.

2022년 5월 말, 브와슈차크 국방장관이 직접 대규모 협력단을 구성하여 방한하였다.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상황이었지만 필자는 방위사업청장 직책을 수행 중이었다. 5월 30일 하루 종일 진행된 협의 끝에 협력 사업의 대상과 규모가 결정됐다. 폴란드 측은 대상 장비에 대한 실사단을 6월 초에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K2 전차의 협력 규모는 1,000 여대 수준이었다.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진 그날, 폴란드 협력단과 함께 한 만찬에서 브와슈차크 장관은 "이번 기회에 한국산 폭탄주도 수입하겠다"며 러브샷을 제안하였다.
폴란드 실사단 앞에서 선보인 실전 수준의 강력한 화력 시범
브와슈차크 장관은 약속대로 6월 초 실사단을 보냈다. 실사단은 K2 전차, K9 자주포 등을 실사하기 위한 육군팀과 초음속 경전투기 FA-50을 실사하기 위한 공군팀으로 구성돼 있었다. 필자는 당시 폴란드와의 협력을 보좌하던 방위사업청 기동사업부장에게 육군과 협의하여 특별한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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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호 전북대 교수(전 방위사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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