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쿠팡 정보유출 사태를 보는 균형잡힌 시각
(시사저널=박재윤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통령의 '어쩌라고요'라는 말에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중국인 전 직원으로 특정된 쿠팡 사태의 범죄자는 과연 무슨 목적으로 5개월간이나 시스템에 접속하려고 했던 것일까?
이번 사태는 외부 해커에 의한 일반적인 침해사고와 달리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던 전 직원이 퇴사 이후 시스템 접근을 시도한 행위가 문제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외견상 그 성격이 구분된다. 그러나 어떠한 동기에 의해 범행이 이루어졌는지는 분명치 않다. 영리를 목적으로 한다면, 랜섬웨어를 이용해서 쿠팡에 돈을 요구하는 것이 손쉬웠을 것이다. 개인정보를 거래하려 해도 이미 블랙마켓에서 단순한 주소나 전화번호 정도로는 건당 몇백 원의 가치도 없다고 하니 수개월간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단순한 금전 범죄를 넘어 국가안보 차원의 위험 가능성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도 나타난다.
실제로 사이버안보 분야에서는 해킹이 국가적 이해관계와 결부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세계적 보안 전문잡지인 프랙(Phrack)은, 비슷한 시기 우리 군과 국가기관도 중국 또는 북한과 연계된 은밀한 해킹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고 적시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판단은 추측이나 정치적 해석에 앞서, 철저한 수사와 국제적 공조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방식으로만 책임 있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최근 사회적 여론과 국회 논의는 이러한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기업 전반에 대한 전방위적 공세에만 집중하고 있다. 냉정하게 말하면, 입법자의 역할은 기업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청문회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보안실태를 점검하고 미비한 법률을 개선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개인정보 유출과는 무관한 노동이나 공정거래 이슈까지 다룬 것은 과도해 보인다. 국회가 이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업계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를 강화할 수는 있겠지만, 애꿎은 다른 기업의 피해는 없을지, 미국 같은 다른 국가에 대한 통상마찰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문제이다.
이처럼 사안의 성격이 중대할수록, 법을 집행하는 정부의 대응은 더욱 차분하고 절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법을 집행하는 정부의 반응도 다소 감정적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장이 각종 매체에 출연하여 기업의 영업정지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준사법적 절차를 거쳐 행정제재를 해야 하는 적법절차 원칙에 비추어 적절한지 의문이다. 전자상거래법을 근거로 보는 듯하나, 이 법은 오픈마켓에서 계정정보가 도용되었을 때 사업자가 도용 여부의 확인과 도용 피해의 회복을 돕는 것과 같이 전자상거래에 관한 사항을 규율하는 것이지,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근거로 보이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에 속하는 다른 혐의를 이유로 이 기회에 제재하겠다는 것도 사안의 본질과는 무관해 보인다.

특히 이번 사안의 경우 범죄 혐의를 받는 전 직원이 해외에 체류 중이어서 수사가 어렵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앞서 제기한 의문 역시 이러한 한계를 넘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 한 답을 찾기 어렵다. 지금 국회와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기업에 대한 압박이 아니라, 관계 기관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일일 것이다. 중국에 있는 전 직원에 대한 사실 확인과 조사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두는 노력이야말로 이번 사건의 본질을 규명하기 위한 선도적 대응이라 할 수 있다.
사실, 해킹은 인간의 사회생활과 심리적 약점을 파고드는 지속적이고 지능적인 공격(Advanced Persistent Threat)을 기반으로 하므로, 국내적인 보안조치만으로 완전히 막을 수 없다. 이 경우 사후적인 제재나 징벌적 손해배상보다 사건 초기에 민간과 정부가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여 추가적인 피해를 막도록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금은 잠시 분노를 멈추고, 미래의 위기에 대비하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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