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휴민트' 신세경 "박정민, 멜로에 과하게 겸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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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신세경이 영화 <타짜: 신의 손> 이후 12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그는 류승완 감독의 신작 <휴민트>에서 국정원 요원 조 과장(조인성 분)과 북한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 분)의 마음을 뒤흔드는 북한 식당 종업원 '채선화'로 분했다. 11일 개봉하는 이 작품은 비밀도, 진실도 차가운 얼음 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세경은 "채선화는 내가 연기했던 어떤 인물들보다도 삶에 대한 의지가 굉장히 강한 인물"이라고 소개하며, "원래 내가 좋아하는 여성상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연기자로서 성숙한 지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어릴 때는 연기에 대한 실체 없는 불안 속에서 막연한 고민을 했지만, 지금은 불안해하지 않는다. 주어진 것을 최선을 다해 소화하자는 마음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겁 많고 조심스러운 성격이지만, 다음엔 감정 표현에 절제가 없는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시작 전에 좀 겁을 내서 그렇지, 막상 하면 금방 적응한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결단력과 밝은 에너지가 전해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오랜만의 영화 복귀다. 시사회 후 관객 반응을 접한 소감은.
설렘과 부담이 동시에 있었다. 시사 이후 관객들이 재미있게 봐주셨다는 반응을 듣고 기분이 좋았고, 홍보 활동은 이제 시작이라 더 많은 분들께 작품을 잘 소개하고 싶다.
Q. 작품 전체에 대한 인상은.
기술 시사 때 작품을 봤는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재미있게 봤다. 인물 관계도 흥미로웠고, 류승완 감독이 진두지휘한 액션 신들도 관객의 입장에서 아주 근사하게 다가왔다. 다만 스크린으로 보는 내 연기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워, 걱정 반 설렘 반인 마음이다.
Q. 조 과장과 박건, 두 남자 주인공이 위기에 처한 선화를 구하려는 모습에서 "신세경이 부럽다"는 반응도 많다.
선화를 구하기 위해 두 남자가 차를 몰고 달려오는 장면에서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후 계속 "채선화 어디 있어"라는 말을 반복하는데, 그 대사가 굉장히 설렜다.
Q. 채선화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해석했나.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부터 삶에 대한 의지가 굉장히 강한 인물이라고 느꼈다. 선화는 고통스러운 삶의 연속을 살아온 사람이다. 자신이 책임지고 싶은 것을 지키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생존에 대한 열망과 의지가 강한 인물이다.

"짙은 감정선의 멜로 연기를 할 수 있어 행운이었다"
Q. 극 중 멜로 상대인 박건을 향한 감정은 초반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과거 연인 관계였던 그와의 감정선은 어떻게 설정했나.
두 사람이 헤어진 계기는 가족사와 얽혀 있다. 선화 집안이 기울게 된 이유가 어머니 치료비 때문이었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가 밀수를 하다 잡히는데 그 사건을 담당한 인물이 박건이다. 양쪽 모두 이해되는 상황이라 선화와 박건의 운명이 기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재회 이후 선화의 감정은 위험한 상황에 있는 자신 때문에 박건을 밀어내는 쪽에 가깝다. 그 위험을 감당하는 건 나 혼자로 충분하다는 태도다.
Q. 절절한 사랑 연기를 본격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라는 평도 있다.
이 영화는 관계만을 다루는 작품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감정 연기로 짙은 여운을 남길 수 있었다는 점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Q. 류승완 감독은 "신세경은 클로즈업에서 독보적인 이미지를 주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클로즈업 때문에 의식한 부분이 있나.
선화가 감정 표현의 폭이 크지 않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얼굴을 가까이 담기 위해 클로즈업이 많이 사용된 것 같다. 대사가 긴 장면에서도 감정이 여러 번 바뀌기 때문에 감독과 미세한 지점까지 계속 논의하면서 더 섬세하게 파고들려고 했다.
Q. 액션 현장은 어땠나. 화려한 액션은 아니지만 채선화만의 액션을 소화한다.
녹록지 않았다(웃음). 액션은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확실히 느꼈다. 액션을 잘 모르고 어떻게 표현하는게 좋은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류승완 감독님이 손과 발동작까지 구체적으로 지도해줬다. 감독의 디테일한 지도를 한 걸음씩 따라가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 엄청난 규모의 신을 세세한 결정으로 완성해가는 감독의 책임감이 인상 깊었고, 존경스러웠다.

Q. 선화가 고문당하는 장면은 특히 쉽지 않았을 것 같다(극에서 선화는 스파이로 몰리면서 취조를 당하던 중 박건에게 물고문을 받는다).
개인적으로 물 공포가 있어서 처음엔 두려움이 컸다. 다행히 대역과 함께 안전하게 촬영했다. 그 장면은 선화가 당하는 물리적 고통보다, 그전까지 이어지는 감정 교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박건과 선화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 담긴 감정을 많이 고민해서 연기했다.
Q. 북한 사투리 연기도 인상 깊다.
사투리 연기는 하나의 도전이었다. 처음이라 부담이 컸지만 지름길은 없었다. 북한말 선생님에게 열심히 배우고 녹음본을 반복해 들었다. 평양 여성이라는 설정을 중심에 두되, 감정 장면에서는 사투리가 과하게 튀지 않도록 조절했다.
Q. 엔딩에서 선화가 선택한 삶은 어떻게 보았나.
모든 것을 잃었지만 살아가겠다는 선택이다. 어떤 명분을 위한 죽음보다, 고통스러워도 살아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엔딩이라고 생각한다. 시골의 소극장에서 일을 하며 작고 소박하지만 자신만의 삶을 개척해가는 모습에서, 캐릭터의 일관성이 끝까지 지켜졌다고 느꼈다.

라트비아에서 진행된 해외 로케이션 촬영기
Q. 함께 연기한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조인성 선배는 굉장히 좋은 리더였다. 배우뿐 아니라 스태프들까지 세심하게 챙겼다. 본인 촬영 분량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끝까지 주변을 살피는 모습을 보며 많이 감탄했다. 박해준 선배는 '전에 보지 못한 결의 빌런'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굉장히 재미있는 분이다. 아무리 힘들고 지쳐 있어도 같이 있으면 웃게 만드는 에너지가 있다.
Q. 멜로로 호흡을 맞춘 박정민 배우는 지난해 연말 시상식에서 가수 화사와 함께 한 무대로 주목받았다.
솔직히 말하면 좋은 기운이 우리팀에 왔다고 생각했다. 박정민 배우는 (멜로에) 과하게 겸손한 것 같다. 모니터를 통해 봤을 때 가장 근사하다고 생각한 건 박정민 배우의 눈빛이었다. 극에서 선화를 오랜만에 만난 박건의 눈빛을 지켜보면서 심장이 철렁했다.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박정민 배우는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생각했다.
Q. 동료 배우로서는 어땠나.
영화에서 선화와 박건의 전사를 다 보여주지 않는다. 때문에 관객을 설득하려면 배우의 표현이 중요했는데 박정민 배우 덕분에 완벽한 장면이 탄생했다. 또 박정민 배우는 내가 현장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줬고, 감정적으로도 많이 의지했다. 또래 배우인데도 현장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배우고 싶다고 느낀 지점도 많았다.
Q. 3개월간 라트비아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일단 먹을거리를 많이 준비했다(웃음). 다행히 밥차가 함께 이동해 한식을 못 먹을 걱정은 크지 않았지만, 쉬는 날이나 급할 때 먹을 수 있는 간단한 한식 재료들은 챙겨갔다. 한겨울 촬영이어서 방한 용품도 많이 준비했고, 무엇보다 해외에서 아프면 촬영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건강 관리에 신경을 썼다. 촬영지는 지내기에 굉장히 좋은 도시였고, 덕분에 큰 탈 없이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Q. 촬영이 없는 날에는 어떻게 지냈나.
운동을 많이 했다. 라트비아에서 처음 러닝을 시작했는데,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다. 근력운동도 좋아해 웨이트를 꾸준히 했다. 거의 운동 중독 수준이다.
촬영 중간중간 시간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밥을 먹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운동을 하거나 가볍게 한 잔을 하기도 했다. 보통 작품이 끝나면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는데, 이번에는 같은 마을에서 함께 생활하는 느낌에 가까워 더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이킥>으로 대중의 사랑 경험 후 균형 배워
Q. 연기를 오래 해오며 변화한 지점이 있다면.
어릴 때는 실체 없는 불안 속에서 막연한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주어진 것을 최선을 다해 소화하자는 마음이다. 과거 연기를 돌아보다 보면 '정말 오래 해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큰 사고 없이 건강하게 버텨왔다는 사실이 스스로에게도 뿌듯하다.
Q. 신세경에게 대중적 인기를 안겨준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하이킥>) 이후 15년이 흘렀다. 배우 신세경에게 <하이킥>은 어떤 작품인가?
당시 김병욱 감독님이 내게 "시간이 많이 흘러 돌아보면 네가 가장 순수한 모습으로 연기한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그렇다. 그래서 그 시절에 감사한다. <하이킥>은 지금 봐도 재밌다. 시대를 타지 않아 언제 봐도 재밌고 심플하고 짧고 간단하다.
Q. 그 후 배우로서 변한 지점이 있었나.
당시엔 드라마를 4개월이면 찍었다. 그때는 수면 시간 조차 보장이 안 됐던 때라 체력적인 부침이 심했고 많이 힘들었다. 슬럼프라면 슬럼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중에게 사랑 받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나이였는데, 대중의 사랑을 처음 경험하면서 체력적으로 힘드니까 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나 자신을 '케어'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법을 깨달았다. 그 시간 덕분에 건강하게 활동한다.
Q. <세작, 맥혹된 자들>(2024) 후 활동을 쉬었다. 배우라는 직업이 '선택받는 일'이라는 점에서 오는 불안은 없나.
아직까지는 불안감보다는 감사함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 나를 세상에 소개해준 은인 같은 작품 <하이킥> 이후 오랫동안 선택받아왔다는 사실을 자주 떠올리며, 그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체감하고 있다.
Q.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연기가 있다면.
성격이 겁이 많고 조심스러운 편이라, 작품 안에서는 오히려 감정 표현에 절제가 없는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
정효림 기자 jhlim@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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