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방글라데시, 여성 후보 비율 4% 미달···여성 정치 참여 확대 요구 시위 열려

총선을 사흘 앞둔 방글라데시에서 여성들의 정치 참여 확대를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가 반정부 시위로 축출된 이후 약 1년7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선거에서 여성 후보 비율이 4%에 못 미치면서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국회의사당 인근에 모인 100여명의 여성들은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전날 자정부터 이날 새벽까지 횃불을 들고 행진했다.
시위에 참가한 글로벌 기술 정책 싱크탱크 TGI 설립자 사바나즈 라시드 디야는 AFP에 “대중 봉기의 열망은 정의와 평등에 기반한 국가를 세우는 것이었지만 여성들은 공적 공간에서 점점 지워지고 있다”며 “새로운 나라를 꿈꾸는 지금, 과거 여성들이 핵심적 역할을 했던 정당들조차 여성들을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2일 방글라데시에서는 2024년 반정부 시위 이후 첫 총선이 실시된다. 지역구 국회의원 300명을 뽑는 이번 선거에는 1981명이 출마했지만 여성 후보는 약 3.8%인 76명에 그쳤다. 이는 2024년 1월 총선에 출마한 여성 후보자 비율 약 5%보다 감소한 것이다.
인권 운동가들은 하시나 전 총리의 독재를 끝낸 반정부 시위 이후 여성의 정치 참여가 확대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고 AFP는 지적했다. 아시아 정책 분석 플랫폼 동아시아포럼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여성들은 반정부 시위 당시 정부의 강경 대응에 맞서 연좌 농성과 SNS 시위 등을 주도했다. 그러나 시위가 끝난 후 청년 주도로 만들어진 신생 정당 국민시민당에서 공천한 여성 후보는 30명 가운데 2명에 불과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하시나 전 총리 축출 이후 발생한 정치 공백 상황에서 이슬람주의 정당이 세력을 확장한 점이 지목된다. 성별 역할을 분리하고 사회가 여성 정치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이슬람주의 정치인들은 여성 정치인들을 비판과 검열의 대상으로 삼았다. 방글라데시 최대 이슬람주의 정당인 자마아트 에 이슬라미는 이번 총선에서 여성 후보를 한 명도 공천하지 않았다.
무하마드 유누스 임시 총리의 과도정부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과도정부는 여성문제개혁위원회를 설치했지만 여성 관료들과의 협의 없이 주요 결정을 내리며 위원회를 배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지난 30여년 동안 여성 지도자들이 정치를 이끌어온 세계적으로 드문 국가였다. 1971년 독립 이후 보수적인 남아시아 국가였던 방글라데시에서 여성은 정치적 대표성을 갖기 어려웠다. 그러나 칼레다 지아 전 방글라데시 총리와 하시나 전 총리가 1990년 무하마드 에르샤드 군사정권을 축출한 반정부 시위를 이끌면서 두 여성은 방글라데시 정계의 주축이 됐다.
방글라데시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3선 총리였던 지아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사망했다. 5선 총리인 하시나 전 총리는 반정부 시위로 축출된 이후 인도로 망명해 있다. 그는 청년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사형을 선고받았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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