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검, 전국 검찰에 ‘법원 재량에 맡긴다’ 기재 말라 지시···‘무책임’ 비판 수용

검사가 법원에 의견 개시를 할 때 ‘적의처리’(법원의 재량에 맡긴다)를 지양하라고 대검찰청이 전국 검찰청에 지시했다. 검찰의 기소가 위법했다고 뒤늦게 인정돼 무죄로 뒤집힌 일부 과거사 사건의 형사보상 절차에서 검찰이 반성이나 사과 없이 법원에 ‘적의처리’ 의견을 내는 건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1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 공판1과는 지난달 30일 전국 검찰청에 “법원에서 검사에게 의견을 요청하는 경우 적의처리 기재를 지양하고, 각 사안별 실체나 절차에 관한 검사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기재해 법원에 제출하라”고 전파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서울고검 A검사는 ‘통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된 고 김태열씨의 형사보상 청구의견을 묻는 서울고법에 “적의처리함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보냈다. ‘적의(適宜) 처리’는 검사가 구체적인 판단이나 의견을 밝히지 않고, 사안의 처리 여부·방법을 법원의 재량에 맡긴다는 뜻이다. 검찰이 자신의 판단을 유보하고 법원에 넘기겠다는 취지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8월 김씨의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혐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 무죄는 확정됐다. 김씨가 사형 선고를 받아 1982년 처형되고 43년 만이다. 앞서 통혁당 재건위 사건과 관련된 다른 재심 사건에서 대법원은 “불법수사에 따른 자백의 증거능력이 없다”는 선고를 여러 차례 내렸는데 검찰은 이번 재판에서 김씨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하기도 했다. 검사는 김씨의 무죄 선고 이후 유족이 신청해 진행된 형사보상 절차에선 정작 ‘적의처리’ 의견을 냈고 유족 측은 검찰 구형과 상반되는 답변이라며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일부 다른 과거사 사건의 재심 청구에선 “적의 판단함이 상당하다”며 사실상 판단을 미루거나, 또 다른 사건에선 구체적으로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도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검 관계자는 “그간 적의처리 의견 개진은 관행적으로 사용돼왔다”며 “일반 국민 관점에서는 그 취지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고 검찰이 의견 제시를 회피하거나 오히려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는 점에 공감해 적의처리 기재를 지양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422773?type=journalists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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